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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와 재벌, 한글날 공휴일에서 빼다
[한글 살리고 빛내기43] 전국국어운동학생들, 한글날 공휴일 배제에 반대하다
 
리대로

한글날은 1926년 조선어연구회 회원들이 애국지사들과 함께 한글을 살리고 빛내자는 뜻으로 세종 때에 한글을 반포한 날을 가갸날로 정했다. 그때 시인 한용운님은 동아일보에 가갸날이라는 시를 써서 한글날이 태어난 것을 기뻐했다. 그리고 두 해 뒤인 1928년에 그 이름을 한글날로 바꾸고 해마다 한글날이 되면 한글을 살릴 것을 다짐하고 한글로 겨레 힘을 키울 것을 약속했으며, 한글맞춤법을 만들고 표준말을 정하고, 로마자 표기법과 우리말 말광을 만들었다. 그래서 1945년 광복 뒤에 우리 말글로 공문서도 쓰고 배움 책도 만들 수 있었다. 또한 미국 군정 때인 1946년부터 한글날을 공휴일로 정했고, 1948년 대한민국을 세운 뒤에도 한글날은 공휴일이었다. 그런데 1990년 노태우 정부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뺀다고 했다.

  

▲ 1926년 첫 가갸날 잔치 동아일보 기사(오른쪽)와 동아일보에 발표한 한용운 시 ‘가갸날’(왼쪽)     © 리대로

 

참으로 못난 일이고 잘못된 일이었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글자인데 우리는 한글이 태어나고 500년 동안 제대로 쓰지 않았다. 그래서 공문서라도 한글로 쓰자고 한글전용법을 만들었으나 일본 식민지 한자혼용에 길든 공무원들은 제대로 지키지 않아서 한글 사랑 정신을 심어주려고 더욱 한글날을 경축하고 한글을 빛내려고 애써야 할 판인데 오히려 정부는 한글날을 짓밟고 있었다. 일제 때는 한글날이 우리 겨레와 겨레말 독립을 다짐하고 준비하는 날이었고 광복 뒤에는 한글로 우리말을 적는 말글살이를 해서 우리 자주문화를 꽃피우고 문화강국으로 만들 것을 약속하는 날이었다. 한글날 때문에 한글이 살아나고 있었고, 한글 때문에 온 국민이 글을 쓸 수 있게 되었으며, 그 바탕에서 우리 경제와 민주주의가 빨리 꽃피고 있었다.

 

.그런데 경제인들이 공휴일이 많아서 나라경제가 어렵다고 공휴일을 줄여달라고 하니 정부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려고 한 것이다. 그래서 전국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회장 이대로)는 가장 먼저 노태우대통령에게 그 반대 건의를 하고 정부에 그 문제를 가지고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 했다. 그래도 듣지 않아서 한글학회(회장 허웅)와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회장 안호상)과 함께 한글날 공휴일 제외 반대운동을 했다. 본래 공휴일은 공공기관과 학교가 업무를 보지 않고 기념식을 하는 날이다. 그냥 노는 날이 아니다. 그리고 개인이나 민간 기업은 해당되는 날이 아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고 공공기관이 업무를 보지 않으니 기업들도 따라서 놀았던 것이다. 그러니 기업들은 공휴일에 놀지 말고 그날 출근하고 일하는 사람에게는 특근 수당을 주면 된다.

 

▲ 일제 때에도 한글을 살리려고 애쓴 조선어학회 회원들의 글을 낸 1933년 동아일보 한글날 특집(왼쪽), 1946년 덕수궁 한글날 기념식을 마친 후 찍은 조선어학회 사건 선열들 기념사진.     © 리대로

 

 

그런데 기업들은 돈을 아끼려고 노동자들에게 특근수당을 주지 않고 더 부려먹으려고 공휴일 때문에 나라 경제가 어렵다며 공휴일을 줄여달라고 했다. 경제단체 뒤에는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친일 정치인과 학자들이 있어 그들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 한글이 살아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 그러서 전국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회장 이대로)는 앞장서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는 것을 반대했고, 그 잘못을 알려주려고 전국 30여 개 대학 후배 학생회 대표들과 함께 이어령 문화부장관을 만나 장관직을 걸고 막으라고 말하려고 찾아갔다. 그랬더니 경찰버스 두 대가 와서 우리를 외워 싸고 장관은 청사를 빠져나가고 문화부 어문과 직원들이 우리를 직원 식당으로 안내했다. 그래서 나는 문화부 어문과장을 만나 담판을 했다.

 

▲ 국어운동학생회와 동문회가 한글날 지키기 운동을 했다는 ‘스포츠 서울’ 보도(왼쪽)와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가 정부에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한글단체와 함께 한글날 공휴일 제외 반대 운동하는 한겨레신문(오른쪽) 보도.     © 리대로

 

 

나는 그렇지 않아도 한글을 푸대접하는 국민이 많고, 한글날은 한글을 빛내어 우리말 독립을 이루자고 다짐하는 날인데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 한글은 빛나지 못하니 말글정책 주무부처인 문화부장관과 문화부는 꼭 한글날을 지키라고 말했고 어문과장도 그러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어령 장관은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는 것을 막지 못했다. 그래서 그 뒤 나는 우리 국어운동대학생회 후배들과 눈이 오는 겨울에 탑골공원에서 한글독립선언을 하고 한글날을 되살리라고 외친 뒤 명동까지 시가행진을 했다. 그러나 그 때에 한겨레신문은 우리 활동을 보도해주었으나 조선일보와 다른 언론은 우리 활동을 하나도 보도하지 않았다. 경제 단체와 언론이 정부와 함께 한글을 못살게 짓밟은 것이다.

 

▲ 1990년 초 국어운동대학생동문회는 정부에 한글날 공휴일 빼는 문제를 가지고 공개토론(오른쪽)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들어주지 않았고 나는 그해 8월 한겨레신문에 그 잘못을 따지는 글(왼쪽)을 썼다.     © 리대로

 

 

그런데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고 과연 경제가 살아났는가? 아니다! 오히려 7년 뒤에 나라 경제가 거덜이 나서 국제통화기금에 구제 금융을 청하고 기업들이 문을 닫고 많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노숙자가 되었다. 나라 경제가 어려운 것은 공휴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기업들이 경영을 잘못하고 정부가 정치를 잘못해서 그런 것인데 오히려 나라를 살릴 한글날을 짓밟고 영어조기교육과 한자조기교육을 한다고 얼빠진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 얼이고 정신인데 제 나라 말글을 짓밟으니 얼빠진 나라가 되었고 국제투기자금의 밥이 된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이 대책도 없이 얼빠진 세계화를 외치며 제 나라 말글을 짓밟고 영어 나라를 만들자고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

 

그래서 한글이 살고 빛내야 이 나라가 빛나기 때문에 한글단체는 15 년 동안 애써서 한글날 국경일로 만들었고 한글날 공휴일 되돌리기 운동을 해서 2012년에 공휴일을 되찾았다. 22년 동안 피나는 노력 끝이었다. 그런데 이어령 문화부장관이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는 것을 반대했다고 하지만 한글단체가 20여 년 동안 한글날을 공휴일로 되돌리려고 엄청나게 애쓸 때에도 못 본 체 했으며, 한글날을 지키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던 것을 보면 그도 한글날 짓밟은 한패였다. 지도자는 앞을 내다볼 줄 알아야 하고 무엇을 살리고 버려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아직도 이 나라를 이끄는 정치인과 공무원, 학자와 언론은 한글을 업신여기고 한자와 미국말 섬기기 바쁘니 답답하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기사입력: 2021/11/27 [23:2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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