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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공원의 독립운동기념공원 사업의 근본적 문제
왜곡된 역사 바로잡지 못하고 독립운동열사 표상 훼손 우려
 
육철희   기사입력  2021/06/01 [14:26]

서울시가 주도하고 국가보훈처, 문화재청, 용산구가 함께 ‘효창공원’을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 역사를 바르게 계승하는 방향이 아니라 왜곡된 역사를 정착시키고 오히려 애국지사들의 표상을 훼손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 같아 심히 우려가 된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며 대중의 휴식처로만 여기고 있는  장충단공원, 사직공원, 남산공원, 효창공원이 실제는 공원이라는 이름을 구실로 일제가 간교하게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우리나라는 원래 공원의 역사가 없었다.

 

삼국시대에는 두터운 불교신앙으로 대사찰들이 주로 도시 변두리의 산 기슭에 위치했기 때문에 백성들은 대자연의 품에 안길 수 있었고 조선시대에는 유교의 자연주의 사상 때문에 대자연과 어울리기를 즐겼다.

 

작은 도시의 울타리를 벗어나면 그 둘레가 모두 대자연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시민 휴식처인 공원이라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일제는 사람들이 모여서 나라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기 위해 원구단을 없앴고, 궁궐과 도성을 훼손하고, 거기에 한발 더 나아가 민족의 성지를 조직적으로 훼손하여 민족정신을 말살하려 하였다.

 

일제가 말살한 서울의 대표적 장소가 바로 장충단, 사직단, 남산 국사당 그리고 효창원이었다.

 

일제는 을미사변을 중심으로 임오군란, 갑신정변 때 희생된 순국충절들의 제사를 위해서 세웠던 장충단을 철거하고 1919 6월부터 벚꽃을 심고, 광장, 연못, 어린이놀이터, 산책로, 공중변소, 교량 등을 시설하여 장충단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어 성지를 훼손시켰고, 백성을 위하여 사직에게 복을 비는 제사를 지냈던 사직단도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구실로 훼손하여 19245월 사직공원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며, 나라의 평안을 비는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세운 남산의 국사당 역시 철거하고 그 자리에 일본신사를 세워 신사참배를 강요하며 계속 잠식하여 1940년 마침내 남산공원으로 바꾸어 성역을 훼손하였다.

 

이처럼 민족의 성지인 장충단, 사직단, 국사당을 공원이라는 이름으로 훼손한 일제는 조선 왕실 가족의 무덤인 효창원 역시  1924년에 효창공원으로 이름을 바꿔 유락지로 전락시키고 규모를 대폭 축소시켰으며, 1944년에는 아예 무덤까지 서삼릉으로 강제 이장하여 민족정신을 말살하고자 하였다.

 

효창원은 흔적조차 사라질 운명에 처했으나, 광복후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께서 일본에서 순국(사형)하시거나 옥사하신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의 유골 봉환을 추진하여, 이 세 분의 유골을 일본에서 모셔와 19467 6일 국민장으로 안장하였는데 그 곳이 바로 문효세자가 묻혀 있던 자리다. 삼의사묘 우측 비석이 없는 빈무덤은 추후 안중근 의사 유골을 모시기 위해 마련해 놓은 자리이다.

 

삼의사묘역 동남 쪽에는 임시정부 주석 이동녕을 비롯한 차이석 조성환 등 임시정부국무위원묘가 자리하게 되고, 서쪽에 임시정부 주석 김구 선생의 묘가 자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독립선열 묘역이 된 것이다.

 

이렇게 왕실가족의 무덤이었던 효창원이 독립선열의 묘역으로 바뀌어 새로운 민족의 성역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일제가 아닌 이승만정권에서 노골적인 훼손을 하기 시작했다. 이승만 정권의 눈엣가시였던 김구 선생을 비롯한 독립선열의 묘역을 시외로 이장하도록 압력을 가했지만 성공하지 못하자 연못을 메우고 숲을 깎아 축구장을 만들었다.

 

1960년대 이후에도 독립선열묘역인 효창원의 훼손은 계속되어 북한반공위령탑을 비롯해서 어린이놀이터와 테니스장 등 체육위락시설을 만들고 노인회관 등 건물을 세움으로써 묘역의 경건한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행락객들이 공원 안에서 춤판화투판을 벌이고, 밤이면 데이트족들이 묘역 안까지 들어가도 당국은 인력부족을 이유로 방관해 왔으며, 지금은 곳곳에 운동기구를 설치하여 독립선열 묘역 주변을 어지럽히고 있다.

 

서울시가 효창공원을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독립선열의 묘역을 성역화한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대중휴식공간을 조성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동작동의 국립현충원보다 앞서서 자연스럽게 독립선열의 묘를 조성한 효창원 영역이야말로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현충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진작에 성역화했어야 하는 곳이다.

 

우리는 지난 2010년과 2011(오세훈 시장 시절) 그리고 2013(박원순 시장 시절)에 서울시에 사직공원, 장충단공원, 남산공원, 효창공원의 명칭 변경을 건의했으나 공원명칭변경안을 작성하여 서울시 지명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시민의견 및 역사학이나 지명분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우선된 후에 회신하겠다는 형식적인 회신만 있었을 뿐 공원명칭변경안을 작성해서 심의를 했는지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어떠한 회신도 없었다.

 

공원이라는 이름이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조사와 연구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전지식이 충분치 않은 국민들이야 효창공원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한다는 명분으로 명칭 공모를 하게 되니 효창독립역사공원이나, “효창독립공원등의 이름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이동의 국립4.19민주묘지국립4.19민주공원이 아닌 것 처럼 효창원도 단순히 효창독립역사공원이나, “효창독립공원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국립효창동애국선열묘지라고 해야 그 의미와 가치가 온전해 질 것이다.

 

국립4.19민주묘지는 그 의미와 역사성은 물론 대중의 휴식처로서 훌륭히 그 기능을 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효창공원도 굳이 공원이라는 이름을 가져야만 대중의 휴식처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공원이라는 일반적 용어로 포장해서 독립운동사의 성역이 되어야 할 효창원독립선열묘역의 위상을 훼손하여 역사적 과오를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이번기회에 공원 명칭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지명의 연구를 통해 사직공원, 장충단공원, 남산공원, 효창공원의 명칭을 바로잡고 장충단과 국사당의 원형 복원도 함께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뜻을 함께하는 많은 국민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시민운동연합

의장    육철희

01027836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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