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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국 초기, 우리말을 한글로 적다
[한글 지키고 빛내 11] 공문서는 한글로 쓴다는 ‘한글전용법’ 제정 반대한 자들
 
리대로

 한글이 태어나고 500년이 지났는데도 한글은 제 나라 글자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한글임자들로부터 천대를 받았다. 언문이니 암클이니 불리던 한글이 대한제국 때에 국문이라고 불리면서 나라글자로 대접을 하고 살리려고 했으나 일본 식민지가 되어 그 꿈이 깨지고 일본제국시대에는 우리 말글이 사라질 번했다. 그리고 1945년 미국 군정 때에 조선어학회를 중심으로 민족지도자들이 일본식 한자혼용을 하자는 자들과 맛서 우리 말글로 교과서를 만들고 공문서를 썼다. 또 대한민국을 세우고서는 우리말을 우리 글자인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를 하려고 먼저 국회에서 공문서를  한글로 적는 한글전용법(법률 제 6호)을 제정하였다. 그런데 이 법 제정을 반대하는 자들이 있어 힘들었다.

 

그 나라 말은 그 나라 얼이고 그 나라 말이 살아야 그 나라 얼과 정신이 살고 튼튼한 나라가 된다. 그래서 일본 식민지에서 해방된 뒤 우리 얼과 말글을 살리려고 공문서라도 먼저 한글로 적자는 법을 만들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일본에 그렇게 당하고도 일본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을 일본처럼 한자로 적어야 좋다는 일제 지식인들이 반대했다. 사실 이 한글전용법은 개화기인 1894년(고종 31년)에 한글을 국문이라고 하면서 “법률과 정부 명령을 모두 국문으로 적는 것을 바탕으로 삼고 한문 번역을 붙이거나 국한 혼용을 한다.”는 공문식을 내 나라를 다시 세우면서 되살린 것이다. 그러나 세계 으뜸 글자를 가지고서도 500년 동안 쓰지 않다가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으니 살리자는 것인데 가로막는 자들이 있었다.

 

그래도 대한민국 초대 내각에 조선어학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인이 법무부장, 김도연이 재무부장관, 안호상이 문교부장관으로 있었고 이승만 대통령은 주시경과 배재학당 동창이고 독립협회 뜻벗이었기에 내각에서는 이 법안을 쉽게 만들었으나 국회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1948년 국회 제78차 회의는 '한글 전용법(안)'을 놓고, 찬성(권태희 김장렬 황두연 등 다수)과 반대(최운교 박해정 등 몇 명)의 양론이 맹렬히 벌어졌었다. 이때에 조헌영 의원이 법조문 주문 다음에 “다만, 얼마 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라는 단서를 붙이자는 수정안이 제안되어, 그 수정안이 재석 131명 중 86대 22로 가결되었다. 그 가결된 '한글 전용법'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한글 전용법(법률 제 6) -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 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

 

이렇게 이 법을 위반하면 처벌한다는 내용도 없는 당연한 한 줄짜리 법안이 병용한다는 단서 조항을 넣고야 통과되었다. 나는 1993년 국회의원 이름패를 한글로 바꾸게 하려고 초대 문교부장관을 지낸 안호상 한글문화단체모두모임 회장을 내차로 모시고 국회에 드나들었다. 그 때 안호상 회장은 “건국 초 한글전용법 안을 정부안으로 만들어 국회에 상정했을 때 일이 생각난다. 그때 일제 지식인들인 많은 국회의원들이 무식한 사람이나 한글전용을 한다고 반대해서 나는 그들에게 ‘학교’를 ‘하꾜’로 ‘없다’는 업따“로 쓰는 당신 같은 사람이 무식한 것이다.”라며 우리말보다 일본말을 더 잘 알고 한글맞춤법을 모르는 그들에게 면박을 주며 설득해서 통과시킨 일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광복 50년이 지난 때에도 국회를 찾아 국회의원 이름패와 국회 휘장에 한자로 쓴 것을 우리 글자로 바꾸자고 호소해야 하니 답답한 일이었다. 참으로 일본 식민지 교육은 무섭고 철저했다. 오늘날까지도 일제 지식인이라는 이들은 한글전용보다 일본식 한자혼용을 좋아한다. 그래서 얼마 전 까지도 신문이 일본신문처럼 모두 한자를 섞어서 세로로 내려썼다. 그리고 초, 중고등 학교 국정교과서는 미국 군정 때부터 한글 가로쓰기였으나 대학교재는 거의 한자혼용이었다. 대학 교수들이 일제 식민지 세대였기에 그랬다. 그래서 조선어학회는 건국 초기부터 한글전용촉진회도 만들어 일본 한자말과 일본 말투로 된 법률문장도 쉬운 우리말글로 쓰자고 건의했다.

 

▲ 최근까지 일본신문(왼쪽)처럼 한자를 혼용하고 세로로 글을 쓰는 한국 신문(오른쪽) 모습.     © 리대로

 

그렇지만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이승만 국회의장은 헌법 원본은 한글로 쓰고 부본은 한자혼용으로 써서 서명하고 공포했다.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었으니 우리 글자를 쓰자는 정신을 가진 분들이 있어서다. 그 때 조선어학회는 이어서 만드는 민법, 상법, 형법 들 다른 법를 문장을 한글로 쓰자는 운동을 하고 공문서를 한글로 쓰자는 한글전용법을 만들 것을 건의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민법, 형법, 상법 들 가운데 어떤 법은 일본 법 조항과 토씨까지 그대로 베낀 법도 나오고 그 법은 한자혼용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법률문장을 달달 외운 이들이 사법고시와 행정고시를 보고 변호사와 정부 관리가 되어 한글전용을 반대하고 한글전용법을 지키지 않았다. 또 그들이 국회의원이 되어 한자 이름패를 고집했다.

 

▲ 제헌국회 헙법 원본은 한글이었으나 부본(왼쪽)은 한자혼용이었고 그 뒤 법률들이 모두 한자혼용이어서 그 법전을 달달 외운 이들이 판검사와 공무원, 정치인이 되어 한글전용을 반대함.     © 리대로

 

이제 1948년 대한민국 국회가 헌법 원본을 한글로 써서 공포한 정신과 한글전용법을 만든 뜻을 되살려서 일본한자말과 일본 말투로 된 법률문장과 행정용어를 빨리 쉬운 우리 말글로 바꾸고 우리말을 세계 으뜸 글자인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가 뿌리 내리기를 바라면서 1948년 조선어학회가 한글전용법을 제정해달라고 국회에 낸 건의문을 소개한다. 이 건의문에 있는 “이번 국회에서 공포한 새 헌법의 원본을 국문으로 기록한 것은 곧 우리 문화가 어엿함을 확인함이요, 우리 정신이 새로워짐을 증명하는 것이다. '훈민정음'의 창제를 자주 정신의 발로라고 한다면, 국문 헌법의 공포는 자주 정신의 부흥을 뜻한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말을 눈여겨보기 바라면서...  

 

[1948년 국회에 낸 한글 전용법 제정 건의문]

 

새 나라의 건설 대업이 바야흐로 본궤도에 오르게 된 중대한 이 시기에 임하여, 우리의 할 일은 실로 백 가지나 천 가지만이 아니다. 그러나 그 근본정신은 오직 하나가 있을 뿐이요, 또 하나가 되지 않아서는 안 될 것이니, 이는 곧 태산 교악과 같이 움직임이 없는 '자주 정신'을 앞세우고 나가는 일이다.

 

과거 약 천여 년 동안, 우리는 남의 문화의 종노릇을 하고, 남의 정신에 사로잡히어, 제 역사가 혁혁하건만, 이를 덮어두었고, 제 문화가 찬란하건만 이를 묻어 버렸었다. 이것이 인습이 되고 고질이 되어, 남의 버릇을 흉내 내면서, 부끄러운 줄을 모르며, 남의 장단에 춤을 추면서 오히려 자랑으로 알게까지 됨에 이르러 버린다면, 실로 보람 있는 앞날을 기약할 수 없으며, 만대의 자손에게 노예의 굴레를 전하여 주는 민족 반역 대죄를 면할 길이 영원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정신은 과연 그렇게 마비되었을까? 아니다. 먼지에 쌓인 거울이요, 구름에 덮인 태양이다. 닦으면 반드시 밝아질 것이요, 구름을 헤치면 다시 명랑해질 것이다. 과연이다. 참으로 과연이다. 이번 국회에서 공포한 새 헌법의 원본을 국문으로 기록한 것은 곧 우리 문화가 어엿함을 확인함이요, 우리 정신이 새로워짐을 증명하는 것이다. '훈민정음'의 창제를 자주 정신의 발로라고 한다면, 국문 헌법의 공포는 자주 정신의 부흥을 뜻한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문화와 정신을 부흥시키기 위한 노력과 공로는 오로지 이백의 국회의원의 민족 자주 정신에 말미암은 것이매, 만강의 감사를 드리는 동시에 다른 모든 국사도 이와 같은 정신으로 의정할 것을 믿고 생각할 때, 우리 민족의 광명한 앞날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여, 마음에 든든함을 가득히 느끼는 바이다.

 

앞으로, 일반 법문을 전부 국문으로 제정하고, 모든 공용문서와 성명도 지명도 단연 우리 글자로 사용하도록 시급히 법적으로 정할 것을 믿고 바라며, 특히 이 정신의 실현이 촉진 완수되기 위하여, 앞으로 문교 행정을 담당할 부문에는 더욱 이 국문 헌법 공포의 정신을, 여실히 또 원만히 살리어 나가기에 확호한 신념과 역량이 구비한 인사가 전적으로 배치되어야 할 것을 또한 믿고 바란다.

 

이에, 본 학회는 감히 삼십 년 동안 오직 한 마음, 우리글과 우리말을 부둥켜안고 지키기에 온전히 바치어 온 붉은 피와 뜨거운 정성을 가지고, 이제 삼천만 형제자매로 더불어, 우리 민족 문화의 급속한 향상과 국가 만년의 영원한 발전을 위하여, 이 자주 정신의 실천궁행에 굳은 결의로써 일치 매진하도록 전력할 것을 선명하는 동시에, 또, 감히 책임 당국에 대하여, 이 거족적 행진 전도에 조금도 장애가 없도록, 길 인도를 잘 하여 주기를 거듭 부탁하는 바이다.

 

                            4281(1948)년 7월 24일
                          
                        조선어 학회

 

▲ 1948년 국회는 헌법을 만들고 원본(오른쪽)은 한글로 써서 공포하고 기념우표도 한글로 만듬     © 리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기사입력: 2020/09/21 [20:10]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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