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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말을 제 글자로 적는 말글살이가 독립 첫걸음
[한글 살리고 빛내기4] 한글로 쓴 독립신문과 독립관 이름패는 한글 빛낼 깃발
 
리대로   기사입력  2020/07/08 [11:39]

 1896년 한문으로만 말글살이를 하던 조선 말기에 한글로 신문을 만들고 그 이름을 ‘독립신문’이라고 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고 잘한 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 해인 1897년 독립협회를 만들고  중국 사신을 맞이하는 영은문 자리에 독립문을 세우고, 중국 사신을 모시던 ‘모화관’을 ‘독립관’으로 이름을 바꾼 뒤 그 이름패를 한글로 써 단 것은 우리 말글살이 판바꿈(혁명)을 알리는 깃발이었다. 그 때 독립관의 현판 글자를 황태자(순종)가 한글로 썼다는 것도 매우 뜻이 깊다. 황실과 백성이 모두 한글을 쓰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고 한마음으로 자주 독립국을 이루겠다는 뜻을 담은 깃발을 든 것이다.

 

그 때 독립신문은 글만 우리 글자인 한글로 쓴 것이 아니라 ‘한성’이라는 한문 땅 이름을 쓰지 않고 ‘서울’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썼으며 ‘건양’이라는 우리 연호를 썼다. 이렇게 한 것은 이 나라를 걱정하고 이끌던 이들이 한글을 쓰고 우리말을 살리는 길이 우리 얼과 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란 것을 깨달았기에 나타난 일이고, 중국 연호를 쓰지 않고 우리 연호를 쓴 것은 자주독립국가가 되자는 다짐을 보여준 것이다. “독립신문, 독립문, 독립관”이라는 말도 한자말이지만 한자로 쓰지 않고 한글로 쓰고, 중국을 섬긴다는 뜻이 담긴 “迎恩門, 慕華館”이란 이름을 버리고 “독립문, 독립관”으로 바꾸고 우리 글자인 한글로 그 이름표를 달았다.

 

▲ 1896년 한글로 만든 ‘독립신문’에 ‘서울’이란 우리말 땅이름과 ‘건양’이란 우리 국호를 쓰고, 1897년 ‘독립관’과 ‘독립문’을 만들고 그 이름표를 한글로 써 달면서 독립공원을 조성했다.     © 리대로


이 일들은 아주 잘한 일이고, 그 때라도 관민이 한마음이 된 것은 매우 훌륭한 것으로서 그 일과 뜻이 살고 빛났다면 이 나라가 일어날 것인데 안타깝게도 그 때 그 뜻과 마음이 빛나지 못하고 독립신문도 3년 뒤 1899년 문을 닫는다. 우리 겨레와 나라가 일어날 아주 좋은 기회인데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오랫동안 중국과 한문을 섬기는 버릇을 버리지 못한 얼빠진 자들이 그 뜻을 빛나지 못하게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라는 1905년에 일본에 외교권을 빼앗겼다. 참으로 못난 일이다. 그런데 오늘날이라도 그런 자주정신을 이어받고 되살려야 하는데 아직도 힘센 나라를 섬기는 사대주의 버릇과 친일 기회주의자들이 판치고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1988년 한겨레신문을 시작으로 모든 신문이 독립신문처럼 한글을 주로 쓰는 세상으로 가고 있는데도 일제 때 쓰던 한자 제호를 그대로 쓰고 있으며, 학자요 지식인이란 자들이 일제 식민지 교육으로 길든 일본 한자말을 일본처럼 한자로 쓰는 것이 좋다고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를 가르치자고 한다. 그리고 한글이 태어난 대한제국 때에 慕華館을 독립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한글로 ‘독립관’이라고 이름패를 써 달았던 정신을 살리자는 뜻으로 한글이 태어난 곳인 경복궁 문에 光化門이란 한자 문패를 떼고 ‘광화문’이라는 한글 이름표를 달고 한글을 살리고 자주문화국가를 만들자는데 반대하는 정치인과 공무원, 학자와 언론인들이 판치고 있다.

 

▲ 1897년 독립관에 한글 이름표를 달고 자주독립국가를 만들자고 했듯이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의 문인 광화문에 한글 이름표를 달고 우리 말글 독립을 이루고 어깨를 펴고 살자는 것이다.     © 리대로

 

개화기 세계 으뜸 글자인 우리 한글을 살려서 쓰러져가는 나라를 일으키려고 했던 노력과 정신은 살리지 못하고 일본 식민지가 되었지만 이제라도 그 정신을 살려서 자주문화국가를 만들어 중국, 일본, 미국 들 힘센 나라에 끌려 다니지 말고 어깨를 펴고 살아야겠다. 120년 전 ‘서울’이란 우리 땅이름을 살려서 쓰고, 한글로 신문을 만들고, 독립관 이름표를 한글로 단 정신을 살리는 것은 남북이 하나가 되고 완전한 독립국이 되는 첫 걸음이다.  이제 우리 모두 생각만 바꾸고 조금만 애쓰면 대한제국 때 성공하지 못한 말글살이 혁명(판바꿈)을 성공시킬 수 있다. 그런 뜻과 생각에서 120여 년 전에 나온 독립신문 1호 논설을 다시 읽어보고 우리말을 우리 글자로 적는 말글살이가 국어독립임을 되새기고 다짐한다.

 

1896년 4월 7일 나온 독립신문 1호 논설

 

우리가 독립신문을 오늘 처음 출판하는데 조선 속에 있는 내외국 인민에게 미리 우리 주의를 말씀하여 아시게 하노라.

 

우리는 첫째 편벽되지 아니한고로 무슨 당에도 상관없고 상하 귀천을 달리 대접하지 아니하고 모두 조선사람으로만 알고 조선만 위하여 공평히 인민에게 말할 터인데 우리가 서울 백성만 위한 게 아니라 조선 전국 인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대신 말하여 주려함.

 

정부에서 하시는 일을 백성에게 전할 터이요.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절할 터이니 만일 백성이 정부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아시면 피차에 유익한 일만 있을 터이요. 불편한 마음과 의심하는 생각이 없어질 터이요.

 

우리가 이 신문을 출판하기는 이익을 얻자는 게 아니므로 값은 헐하도록 하였고 모두 언문으로 쓰기는 남녀 항하귀천이 모두 보게 함이요. 또 구절을 떼어 쓰는 것은 알아보기 쉽도록 함이라. 우리는 바른대로만 신문을 낼 터인고로 정부 관원이라도 잘못하는 이 있으면 우리가 말할 터이요. 탐관오리들을 알면 세상에 그 사람 행정을 알릴터이요. 사사백성이라도 무법한 일을 하는 이는 우리가 찾아 신문에 설명할 터이욤.

 

우리는 조선 대군주 폐하와 조선 정부와 조선 인민을 위하는 사람들인고로 편당 있는 의논이든지 한쪽만 생각하고 하는 말은 우리 신문에 없을 터이옴. 또 한쪽에 영문으로 기록하기는 외국 인민이 조선 사정을 자세히 물은 즉 혹 편벽한 말만 듣고 조선을 잘못 알까봐 실상 사정을 알게 하고져 영문으로 조금 기록함.

 

그러한즉 이 신문은 똑 조선만 위함을 알 터이요. 이 신문을 인연하여 내외남녀 상하귀천이 모두 조선 일을 알 터이욤. 우리가 또 외국 사정도 알 터이요. 오늘은 처음인고로 대강 우리 주의만 세상에 고하고 우리 신문을 보면 조선 인민이 소견과 지혜가 진보함을 믿노라, 논설 끝내기 전에 우리가 대군주 폐하께 송덕하고 만세를 부르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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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문이 한문을 아니 쓰고 국문으로만 쓰는 것은 상하귀천이 다 보기 위함이라. 또 국문을 이렇게 구절을 떼어 쓴 즉, 아무라도 이 신문을 보기가 쉽고 신문 속에 있는 말을 자세히 알아보게 함이라.

 

각국에서는 사람들이 남녀물론하고 본국 국문을 먼저 배워 능통한 뒤에야 외국 글을 배우는 법인데 조선에서는 조선 국문은 아니 배우더라도 한문만 공부하는 까닭에 국문을 잘 아는 사람이 드물다. 조선 국문하고 한문하고 비교하여 보면 조선국문이 한문보다 얼마가 나은 것이 무엇인고하니

첫째로 배우기가 쉬운 좋은 글이요,

 

둘째는 이 글이 조선 글이니 조선 인문들이 알아서 백사를 한문이 아닌 국문으로 써야 상하귀천이 모두 보고 알아보기가 쉬울 터이라. 한문만 늘 써 버릇하고 국문은 폐한 까닭에 국문으로 쓴 건 조선 인민이 도리혀 잘 알아보지 못하고 한문을 잘 알아보니 그게 어찌 한심치 아니하리오.

 

또 국문을 알아보기가 어려운 건 다름이 아니라 첫째는 말마디를 떼이지 아니하고 그저 줄줄 내려쓰는 까닭에 글자가 위에 붙었는지 아래에 붙었는지 몰라서 몇 번 읽어본 후에야 글자가 어디 붙었는지 비로소 알고 읽으니 국문으로 쓴 편지 한 장을 보자면 한문으로 쓴 것보다 더디 보고 그나마 국문을 자주 쓰는 것이 아닌고로 서툴러서 잘못 봄이라 그런고로 정부에서 내리는 명령과 국가 문적을 한문으로만 쓴 즉 한문 못하는 인민은 남의 말만 듣고 무슨 명령인줄 알고 이편이 친이 그 글을 못 보니 그 사람은 무단히 병신이 됨이라.

 

한문 모른다고 그 사람이 무식한 사람이 아니라 국문만 잘 알고 다른 물정과 학문이 있으면 그 사람은 한문만 하고 다른 물정과 학문이 없는 사람보다 유식하고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라. 조선 부인네도 국문을 잘하고 각색 물정과 학문을 배워 소견이 높고 행실이 바르면 물론 빈부귀천 간에 그 부인이 한문을 잘하고도 다른 것을 모르는 귀족남자보도 높은 사람이 되는 법이라. 우리 신문은 빈부귀천 다름없이 이 신문을 보고 외국 물정과 내지사정을 알게 하려는 뜻이니 남녀노소 상하귀천 간에 하루걸러 및 달간 보면 새 지각과 새 학문이 생길 걸 미리 아노라.           - 끝-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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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7/08 [11:3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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