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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은 왜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를까?
[책동네] 양재원 보좌관이 기록한 이낙연 전 총리 10년의 말과 행동
 
김철관   기사입력  2020/05/04 [09:38]
▲ 표지     © 북콤마


혜여진 여인이 가장 생각나는 때는 언제인가?”

 

지난 20106105급 국회보좌관을 선발할 때 구술면접을 한, 한 중진 의원이 던진 질문이다. 누구일까.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냈고, 현재 대선 지지율 1위를 기록하며 5선 의원으로 당당히 국회 입성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NY) 서울 종로 지역구 당선자이다.

 

질문에 대한 NY의 답은 함께 들었던 음악을 들을 때라는 것. 하지만 그가 왜 보좌관을 뽑으면서 응시자에게 엉뚱하리 만큼 한 질문을 던졌을까. 아마도 사랑은 사람의 감정 중 가장 절실하고 애틋한 것이고, 그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사람을 아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10여년을 함께 했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 보좌관의 눈에 비친 그의 공든 말과 행동을 기록한 책이 나왔다. 측근 양재원 보좌관이 쓴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20202, 북콤마)는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정치미식가, 이낙연의 일상의 삶을 진솔하게 기록한 책이다.

 

책에서 저자는 정치가 사람의 마음을 사고파는 장사라고 말한다. 물건을 파는 장사꾼은 소비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치는 국민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국민 앞에서 하는 말과 한마디에도 국민의 마음을 담아야 한다고. 바로 NY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마음을 읽는 기초자료로서 사람의 감정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테스트해보고자 NY가 보좌관을 선발한 면접에서 혜여진 여인이 가장 생각나는 때는 언제인가?’란 질문을 던진 것이다.

 

국무총리 청문회 인사말에서 누추한 인생을 되돌아보고.., 보잘 것 없는 제가 문재인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평소 NY의 몸에 밴 겸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그럼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NY가 고시에 도전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염치가 없었다. 군 전역 후 한 친구가 월급을 쪼개 고시공부를 지원했다. 하지만 일곱 달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고향의 동생들과 친구보기가 부끄러워서다. 전남 영광에서 7남매 맏이로 태어났다. 분유를 쌀뜨물 수준으로 물에 묽게 타먹고 커온 형편이었다. 형제들을 대신해 상경 진학했으니 느긋하게 고시를 준비할 여유가 없었다.” -본문 중에서

 

▲ 책 내용 캡쳐     ©

 

20131025일 카카오스토리에 올린 NY의 글과 사진이 인상적이다. 물론 저자(양재원)를 유능한 비서관이라고 추겨 세웠지만, ‘메주라는 어릴 적 별명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제 얼굴입니다. 1024일 광주지방국세청에서 국정감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제 얼굴을 볼 때 저는 메주를 떠올립니다. 어린 시절의 제 별명이 메주였습니다. 긴 얼굴에 통통한 볼이 메주처럼 보였던 모양입니다. 그 별명이 제 마음에 들었을 리가 없지요. 그러나 메주라는 별명을 제가 승복할 수밖에 없게 만든 운명적 사건이 생깁니다. 제가 장가를 들어 첫아들을 얻었습니다. 아들은 제 눈으로 봐도 영락없는 메주였습니다. 어릴 적 저는 하얀 메주였다고 하는데, 아들은 검은 메주였습니다. 저는 제 별명 메주를 받아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검은 메주도 이제 곧 어른이 됩니다. 제가 성공하지 못한 품종개량을 아들은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사진 속에서 제 오른 쪽 뒤에 앉은 젊은이는 저의 유능한 비서관 양재원군입니다.” -분문 중에서

 

NY가 소개팅으로 첫 만난 부인 김숙희 여사에게 던진 말이 흥미지진하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은 사람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였기 때문이다. 당황한 김 여사는 그건 왜 물으시는지요?’, NY답변은 실은 제 가족이 그렇습니다였다.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온 그의 인생을 부정하지 않고 고스란히 그대로 표출하고 있는 NY의 겸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NY의 인사스타일은 어떨까. 엄격히 공사를 구분해 인사를 한다. 대표적으로 도지사시절 우기종 정무부지사나 총리시절 정운현 비서실장은 NY와 친분이나 인연이 깊은 인사가 아니었다. 능력과 자리에 적합한 인사를 찾아 초빙했다. 자신과 가깝다거나 자격이 없는데도 일에 대한 대가로 사람을 쓰는 일은 없었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NY는 총리시절 배재정 전 국회의원에 이어 두 번째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정운현 전 언론재단 이사는 책이 인연이 됐다. NY20181020일 잘 알려지지 않은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정운현의 <조선의 딸, 총을 들다>(20163. 인문서원)를 읽고, 서평을 썼고, 며칠 후 정씨를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저자는 NY가 국무총리가 된 이후, 읽고 SNS 올린 책도 기록해 놨다. 대표적으로 <논어>, <시진핑>, <일의 미래>, <콘텐츠의 미래>, <난중일기>, <패권의 비밀>, <인간의 품격>, <스피치의 세계사>, <냉전의 역사>, <운명>, <불평등의 이유>, <균열일터>, <안중근가 사람들>, <협상의 전략>, <4의 실업>, <이게 경제다>, <카이스트 미래전략>, <불황탈출>, <보통사람들의 전쟁> 50여권이다.

 

부인 김숙희 여사가 결혼하기 전, 웃자고 한 농담으로 전라도 영광 출신인 NY에게 당신은 왜 사투리를 쓰지 않나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돌아온 NY의 답은 책을 많이 읽어서 전 표준어를 씁니다였다고.

 

기자출신인데다가 독서광인 NY는 대정부 질문이나 연설을 할 때, 멋들어진 미사여구나 수식어를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았다. 비서관들이 써온 연설문에 쓸데없는 수식이나 자랑을 써 넣으면 곧바로 지적해 수정을 했다. 기교를 부리는 것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이런 성격의 NY는 가짜뉴스, 즉 허위조작정보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총리시절인 20199<당신이 진짜로 믿었던 가짜뉴스>라는 책을 자비로 구입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실·국장에게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2018102일 국무회의에서의 NY의 발언이 주목된다.

 

가짜뉴스는 개인의 인격을 침해하고 사회의 불신과 혼란을 야기하는 공동체 파괴범이다. 가짜뉴스는 개인의 의사와 사회여론 형성을 왜곡하고, 나와 다른계층이나 집단에 대한 증오를 야기해 사회 통합을 흔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교란범이다.” -본문 중에서-

 

NY도 총리시절 가짜뉴스 피해자였다. 지난 2018926일 베트남을 방문해 호찌민 전 국가주석 묘소 방명록에 쓴 글 중 주석이란 낱말을 악용해 SNS김일석 주석등에게 쓴 글이라는 가짜뉴스가 생산됐기 때문이다.

 

화제를 돌려 책 제목에서 이낙연은 넥타이를 전날 밤에 고른다고 했었다. 그 이유는 뭘까. 행사의 성격에 따라 전날 고른다는 것이다. 심상치 않은 것은 무늬나 색상을 선택하는 미적 감각이 예사롭지 않기에, 미술을 전공한 김숙희 여사가 고르지 않을까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하지만 NY가 넥타이를 비롯해 셔츠까지 하루 전에 직접 고른다고. 아마도 다음날의 행사나 언론 등에 노출되는 일정을 감안해 국민들에게 표현하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필자(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과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이다.     ©

 

 

NY를 떠올리면 막걸리 시인 고 천상병이 떠오른다. 실제 막걸리를 즐겨찾기 때문이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외교사절 등 만찬에도 역시 막걸리가 등장한다. NY는 총리시절인 지난 2019918일 저녁, 9.19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아 한국기자협회장,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조, 6.15언론본부 등 언론현업 대표자들을 총리공관으로 초청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날 NY가 총리공관에서 각 단체장의 언론현안을 경청하면서 일일이 막걸리를 따라 준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소설가 이외수,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 방송인 김미화.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조현욱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장 등이 추천사를 남겼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책을 쓸 때 사전에 NY에게 검열을 받거나 기획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최대한 포장이나 과장을 하지 않고 담담히 얘기하자는 결심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호칭도 존칭도 따라 붙지 않은 ‘NY’라고 적었다. 특히 혼자만의 기억과 시선의 한계 때문에 국회의원 4, 도지사 3, 국무총리 28개월 동안 가까이서 보좌했던 사람 30여명을 만나 증언과 사례를 보충했다.

 

저자 양재원은 법대를 졸업하고, 서울 변두리에서 고시공부를 하며 고시원 총무로 2년을 근무했고, 국회 인턴 모집공고에 힘입어 국회에서 일하게 됐다. NY와의 인연으로 국회 비서관, 국무총리실에 근무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으로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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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5/04 [09:3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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