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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민주정부?
[주장] 한글 ‘광화문’ 건의 철저하게 무시하는 문화재청장을 문책하라!
 
리대로   기사입력  2020/01/10 [00:36]

 나는 1967년 국어운동대학생회를 만들고부터 53년째 국어독립운동을 하고 있다. 우리 글자인 한글이 태어나고 500년이 넘었는데도 정부와 공무원, 학자와 언론인들이 말로는 한글은 훌륭한 글자라면서 쓰지 않는 것을 보고 바로잡으려고 나선 것이다. 1962년 내가 예산농고에 들어갔는데 그 때 박정희, 김종필 군사정부가 미국 군정 때부터 한글로 만들던 교과서를 일본처럼 한자말을 한자로 쓰겠다고 발표하니 농업시간이 한자시간이 되었다. ‘꺾꽂이’라고 하던 말을 일본 한자말 揷木(삽목)으로 쓰고 ‘가지치기’란 말은 剪枝(전지)라고 한자로 칠판에 썼다. 그것을 보고 국어정책이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백성들이 일어나듯이 그 때 대학생들은 의병처럼 모여서 정부에 한글전용법을 지키라고 건의도 하고 성명서를 발표했고 신문과 방송이 우리 활동을 보도했다. 1968년 봄엔 여러 대학 국어운동대학생회 회원들이 동숭동 서울문리대 교정에서 우리 뜻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할 때에 한국방송 인터뷰를 내가 했는데 그 때 나는 “왜 정부는 학생들에게 한글을 사랑하라고 가르치면서 한글전용법을 안 지킵니까? 왜 거북선은 세계 최초로 만든 찰갑선이라고 자랑하면서 오늘날 기선을 못 만듭니까? 이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라고 말한 것이 하루 종일 뉴스에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서울 명동과 광화문지하도에서  성명서를 뿌렸다.

 

그런 우리 활동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박정희 대통령이 보고 한글학회 분들에게 물은 뒤 1970년부터 한글전용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기로 했었다. 그래서 1970년에 국회의원 이름패와 국회 휘장을 한글로 바꾸고 한글을 살리려고 했으나 정치인 김종필, 국어학자 이희승 같은 일본 식민지 교육과 정책으로 일본 한자말과 일본 혼에 찌든 일본 식민지 세대가 우리말을 한글로 적는 말글살이를 가로막아서 나는 그들과 맞서 싸우는 선봉장으로 50년이 넘게 나서게 되었다. 더욱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같은 일제 때 나온 신문과 공무원들이 한패가 되어 한글과 한글운동을 멸시하고 방해하니 문자전쟁이라고 할 정도로 치열하게 싸웠다.

 

다행히 깨어있는 한글세대가 늘어나 우리 뜻을 알아주고 밀어주어서 이제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들고 한글박물관도 짓게 했고, 국회의원 이름패와 국회 휘장도 한글로 다시 바꾸고, 신문도 한글전용으로 나오게 만들어 일본식 한자혼용파와 싸움은 이긴 셈이다. 그런데 신라 때부터 뿌리 내린 중국 한문 숭배 사대주의자들과 일본 식민지 교육과 정책으로 한자혼용에 길든 이들이 미국말인 영어를 섬기는 쪽으로 기울어 다시 힘들게 되었다. 이들은 1960년 대 우리가 박정희 정부에 한글전용 정책을 펴게 하면서 한글이 태어난 경복궁 문인 광화문에 한글현판을 달고 40여 년 아무 말 없이 한글을 빛내자는 깃발이 되었던 한글 현판을 떼고 한자로 바꿔 써 달았다.

 

나는 2005년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광화문 한글현판은 박정희 독재정권 상징이라며 정조가 쓴 한자를 집자해서 한자현판으로 바꾸겠다고 해서 “그 한글현판은 독재자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한 국민 승리요 한글을 빛내어 자주문화국가가 되겠다는 국민의 소망과 뜻을 담은 깃발이다. 정조는 경복궁과 큰 인연도 없고 실패한 개혁군주다.”라고 반대하면서 공개토론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문화재청장은 그에 응하지 않고 친일 사대주의 학자와 일본식 한자혼용주장자들의 지원을 받고 나라가 망하던 고종 때 임태영이 쓴 한자현판을 복제해서 달았다.

 

▲ 2005년 1월 한글단체는 광화문 한글현판 지키기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문화재청장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나 응하지 않아서 한글단체 대표들만 모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개토론을 했다.     © 리대로

 

그런데 그 현판은 세 달도 안 되어 갈라져서 땜질했는데 또 갈라져서 누더기가 되어 나라꼴이 망신스럽게 되었다.  거기다가 2016년에 현판 바탕색부터 잘못되었다는 증거가 나와서 문화재청은 또 다시 만든다고 한다. 그런데 한글현판을 달고 나라가 발전해 한강에 기적이 일어났다는 칭찬도 들었는데 한자현판으로 바꿔달고 국론이 갈라져서 밤낮 싸우니 나라가 흔들린다. 그래서 한글단체는 정재숙 문화재청장에게 “지난날 잘못된 까닭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죄부터 하라면서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나 철저하게 무시했다. 왜 문화재청장이 그럴까?


문화재위원들과 문화재청장은 옛 건물과 돌조각만 문화재로 알고, 한글과 같은 무형문화재는 문화재인줄 모르고 우리 으뜸 문화재인 한글을 짓밟고 있다. 그리ᄀᆂ 문화재청이 2010년 광복절에 일본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 찍그림(사진)을 얻어다가 복제해 원형을 복원했다고 거창하게 제막식까지 했으나 그건 잘못된 속임수임을 알기에 우리는 2013년에 감사원에 그 잘못을 밝혀달라는 감사청구를 했으나 무시한 일이 있다. 그리고 언론도 그런 우리 활동을 무시하고 문화재청 편을 들어주니 언론인 출신인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마음 놓고 국민 건의를 무시하는 거로 보인다.

 

▲ 2013년 한글단체가 감사원에 광화문 현판 관련 감사청구를 했을 때 와이티엔 방송 보도 자료.     © 리대로


그래서 며칠 전에 민주시대에 국민의 소리를 철저하게 무시해서 정부를 불신하게 만드는 정재숙 문화재청장을 문책하라는 건의문을 대통령에게 보냈다. 나는 한글운동을 50년 동안 하면서 정부에 수 백 번 건의 했는데 이 정부가 박정희 군사독재정부와 다른 정부보다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는 참된 민주정부인지 견주어보려고 한다. 또 삼국시대부터 뿌리 내린 언어사대주에서 비롯된 제 말글을 천대하는 버릇은 1000년이 넘게 쌓인 적폐로서 하루빨리 쓸어내야 자주 문화국가가 되고 통일도 앞당길 수 있는 데 개혁과 소통을 강조하는 이 정부가 우리 건의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두고 볼 것이다.  아래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건의문을 덧붙인다.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건의문

 

안녕하세요. 어제 2020년 1월 7일 대통령께서 발표하신 신년사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전한 민주공화국이다. 저부터 '확실한 변화'를 통한 ‘상생 도약’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자주 국민들과 소통하겠습니다.”라는 요지 말씀을 듣고 대통령께 국민의 소리를 전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건의합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우리 한글학회는 대한제국 때인 1908년에 국어연구학회(한글학회 처음이름)로 출범하여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어야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어깨를 펴고 살 수 있다고 보고 일본 강점기에 목숨까지 바쳐서 우리 말글을 지키고 갈고 닦아서 광복 뒤 우리 말글로 말글살이를 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70여 년 동안 정부에서 돈을 한 푼도 지원받지 않고 한글나라를 만들려고 애썼고 오늘도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고 그 바탕에서 국민 수준이 높아져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빨리 발전해 외국인들이 한강에 기적이 일어났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한글 덕분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세계 으뜸 나라가 되려면 세종 정신과 업적이 빛나고 한글을 더 잘 활용해야 하는데 우리말을 적는 정도밖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한글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반도 쓰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한글과 한글단체는 정부와 공무원들로부터도 멸시와 박해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 때 정보통신 강국이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한글 때문이고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4차 산업혁명이나 인공지능산업이 발전하려면 한글이 제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을 때 가능합니다. 일찍이 우리는 1960년대 박정희 대통령 때에 그런 생각으로 세종정신과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고 한글을 잘 활용해야 자주문화국가가 될 수 있다고 건의했고 박 대통령이 그 국민의 소리를 듣고 한글전용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그 의지 표현으로 그 때 정부는 세종이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한글을 만든 곳인 경복궁 문인 광화문을 세우고 한글현판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한글사랑이 나라사랑이라는 마음으로 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서 한글을 살리고 빛내었고, 그 바탕에서 나라가 빨리 빛난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아시다시피 한글은 세계 으뜸 글자로서 우리 자긍심이고 자존심이며 자신감입니다. 한글을 아는 외국 학자들은 한국이 앞으로 한글로 세계 으뜸 나라가 될 거로 내다보고 있는데 우리 학자와 정부와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무엇이 나라를 빛낼 일이고 나라를 망칠 일인지 깊게 생각하지 못한 문화재청이 광화문에 걸린 한글 깃발(문패), 한글로 나라를 일으키겠다는 의지 상징인 한글 현판을 떼고 한자현판으로 바꾸어 달아 중국 속국이었던 부끄러운 역사와 한자나 재현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그렇게 건 한자현판은 세 달도 안 되어 갈려졌으며 땜질하고 덧칠해서 누더기가 되었고 그처럼 국론도 갈라져서 나라가 시끄럽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원형 복원했다는 그 현판은 원형과 거리가 먼 가짜로 판명되어 새로 다시 만들겠다고 합니다.

 

그건 선진국이 되겠다는 나라에서 망신살입니다. 우리는 그 한자현판을 달 때부터 잘못된 것이고 거짓된 속임수임을 알고 2013년에 감사원에 광화문 현판 교체와 제작 과정 잘못이 있으니 감사해달라는 감사청구도 했으나 무시했기에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자고 정재숙 문화재청장에게 새로 만들어 달기 전에 그 잘잘못을 따지는 공개토론을 제안했는데 무시당했습니다. 독재자라는 박정희 정부는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들었는데 민주정부 시대 문화재청장은 국민과 소통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런 것은 감사원도 한 통속이고 언론도 한패이며 대통령께서도 별 관심이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거라고 봅니다.


문화재청장의 이런 업무태도는 국민이 주인인 민주시대 지도자로서 업무태만이고 직무유기입니다. 우리가 문화재청에 건의한 내용과 답변, 문화재청이 토론에 응하지 않아서 우리끼리 토론한 내용을 첨부하오니 꼼꼼하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군사독재시대 정부보다도 국민과 소통하지 않는 정재숙 문화재청장을 문책하고 나라가 살 길을 열어주시기 간절히 호소하고 건의합니다. 이 정부가 잘 되고 대통령이 성공해야 국민도 좋기에 올 신년사에서 국민들과 자주 소통하겠다는 말씀을 듣고 바른 길을 열어 주리라 생각하고 우리 뜻을 알려드립니다. 우리는 박정희 군사정부보다 이 정부가 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지 잣대로 삼겠습니다.

                                  2020년 1월 8일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이대로 드림

 

▲ 한글단체는 2019년 12월 12일 문화재청에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그날 토론을 마치고 한글단체대표들이 문화재청이 스스로 잘못을 밝히고 사죄하라고 외쳤다.     © 리대로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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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0/01/10 [00:3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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