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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조선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류상태의 세상보기] 북한을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한 소시민 드림
 
류상태   기사입력  2019/08/26 [18:32]

  나는 그대가 알 까닭이 없는 대한민국의 소시민일 뿐이오. 하지만 만의 하나 그대가 이 편지를 읽게 된다면, 20대 때부터 빨갱이 소리를 들었으며 60이 넘은 지금까지 친북주의자를 자처하는 남녁땅 한 소시민의 애정 어린 충고의 글로 이해해주기 바라오. (남쪽의 수구주의자들은 나같은 사람을 ‘종북’이라고 하지만, 내가 아는 한, 남쪽에 종미주의자는 수없이 많으나 유감스럽게도 종북주의자는 거의 없소.)

 

북쪽 문제가 나올 때마다 나는 그대의 나라, 아니, 북조선 인민들의 나라를 이해하려 애써왔소. 행여 그대가 확인하고자 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쓴 북쪽 관련 칼럼이나 동영상에서, 북쪽에 대한 비판보다 변호하는 글이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을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오.

 

아, 잠깐, 먼저 밝혀야 할 것이 있소. 감히 북의 최고존엄자에게 이렇게 ‘이랬소 저랬소’하고 반말투로 나오는 것에 대해 기분이 상할 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이것이 바로 그대가 통치하는 북과 남의 매우 다른 점이고, 내가 북쪽을 두둔하면서도 결코 남쪽보다 더 긍정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요.

 

남쪽에서는 특정 인물에 대한 무조건적 존경과 복종이란 있을 수 없소. 이미 사라져버린 구시대의 낡은 유물이기 때문이오. 심지어 초등학교 꼬마들조차 대통령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부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오. 그러니 내가 그대에게 반말투로 나온다고 해서 기분나빠할 필요는 없소.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나는 지금 그대에게 매우 화가 나 있소. 쌍욕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 정도로 조절하고 있는 것이오. 그러니 기분이 나쁘더라고 참고 들어주시기 바라오.

 

당신이 정말로 기분 나쁘게 생각해야 할 것은 따로 있소. 지금까지 당신을 믿어주고 지지해왔던 남쪽의 많은 진보인사들이 당신을 ‘싸가지 없는 놈’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오.

 

무슨 뜻이냐고? 사람이 은혜를 알아야 하는 것이오. 그대가 미국과 극한 갈등으로 치닫고 벼랑 끝에서 발버둥치고 있을 때 미국과 연결해주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누구요?

 

그대가 미국과 직접 소통할 길이 열렸다고 해서, 그렇게 되도록 도와준 분에게 말할 수 없는 모욕적 언사를 안기는 그대들의 처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이오? 그대가 ‘남측의 당국자’라고 지칭한 문재인 대통령은 남쪽의 종미주의자들에게 말할 수 없는 비난과 모욕을 참아가며 지금까지 묵묵히 그대를 도와왔소.

 

한 국가의 지도자라면 적어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겠소? 그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첫 자리에서 “남한의 처지를 이해한다”고 분명히 말하였소. 남한이 미국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은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을 이해한다는 뜻이었겠소.

 

한미연합훈련문제도, F-35 전폭기를 비롯한 미국산 무기구입문제와, 개성공단, 금강산관광문제도, 남쪽이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현실을 그대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오. 그대 입장에서는 서운한 일일 수 있겠지만, 이것이 남쪽이 처한 현실이오.

 

좀 더 솔직하게 말해봅시다. 그대의 나라는 가난하지만 자주독립국가요. 대한민국은 돈은 좀 있지만 실제적인 독립국가가 아니지 않소? 이런 사실을 이해한다고 했던 그대가 이제 와서 저잣거리 깡패도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쏟아놓다니...

 

당신은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소. 당신은 작년과 올해, 놀라울 정도로 남쪽에서 신뢰를 얻었소. 진보인사들 뿐 아니라 매우 많은 대한민국의 소시민들이 당신에 대한 호감을 가졌었소. 당신과 당신의 여동생이 남쪽에서 인기가 많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결코 가벼운 인사말이 아니었소. 그런데 그 공든 탑을 스스로 무너뜨리다니...

 

좀 더 심한 말을 해볼까요? 당신은 지도자 자격이 없소. 소인배일 뿐이오. 당신의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 꼭 조직폭력배 집단 같소. “겁에 질려 똥줄을 갈긴다”는 쌍말을 거침없이 쓰는 나라는 지구상에 당신들밖에 없을 것이오. 그게 당신들 얼굴에 스스로 똥칠을 하는 것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그냥 양아치고 깡패들일 뿐이오.

 

거침없이 쓰다 보니 나 역시 말이 지나친 감이 없지 않소. 하지만 지우지는 않겠소. 이런 식의 막말이 상대방을 얼마나 기분 나쁘게 만들고 대화의지를 꺾는지 당신들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오.

 

하지만 분명히 말하겠소. 나는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오래동안 이해해왔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못지않게 사랑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소. 대한민국이 일본과 미국으로부터 완벽하게 독립하고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가장 가까운 형제국가가 되기를 마음으로 간절히 비는 사람이오. 물론 최종단계는 통일된 우리들의 나라지만 말이오.

 

이제는 서로 불만이 있어도 비난하는 일을 삼가야 하오. 우리의 진정한 적은 일본과 미국의 수구세력들이며, 인민들로 하여금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도록 훼방하는 남과 북의 수구정치인들과 군벌들이오.

 

얼마 전까지 나는 그대가 인민의 편에 서서 그들 수구세력과 싸우는 훌륭한 지도자일 거라고 생각했소.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소. 하지만 지금은 흔들리고 있소. 당신이 수세에 몰려 어쩔 수 없이 그런 행보를 보이는 것인지, 당신 자신이 그런 수구꼴통인지 헷갈리고 있는 것이오.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이 많이 어렵소. 그분은, 그대와 북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누구보다 이해하려 애쓰고 사이좋게 발전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분이요. 또한 대한민국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분이오. 그런 친구를 잃지 않기를 바라오. 그가 몰락하면 당신도 몰락할 것이고 역사는 크게 후퇴할 것이오. 그건 우리 한민족의 조상들에게도, 그대의 선친들에게도, 크게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이오.

 

 

2019년 8월 26일

북을 사랑하는 대한민국 소시민 류상태 드림.

 

류상태 선생은 장로회신학대학원 졸업이후 20여 년을 목회자, 종교교사로 사역했지만, 2004년 ‘대광고 강의석군 사건’ 이후 교단에 목사직을 반납하였고, 현재는 종교작가로 활동하면서 ‘기독교의식개혁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교양으로 읽는 세계종교] [소설 콘스탄티누스] [신의 눈물] [한국교회는 예수를 배반했다] [당신들의 예수]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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