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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체제 위기론'에 너도나도 당권 구상
김무성.정우택.이완구.나경원.황교안 등 거론, 서울시장 단일화 논의도 '당권과 연계' 관측
 
이정주   기사입력  2018/05/31 [21:56]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6‧13 지방선거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자유한국당에선 벌써부터 선거 이후 차기 당권을 둘러싼 물밑 신경전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여권 우세 기류에 대한 우려와 맞물려 홍준표 대표에 대한 공개적인 백의종군 요구가 돌출하는 등 당내 시선이 선거 후 체제 문제로 조기에 옮겨가고 있다.

홍 대표는 자신의 당 운영을 둘러싼 당내 비판이 나오는 만큼, 선거 후 결과와 상관 없이 조기전대를 열어 재신임을 묻겠다는 뜻을 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홍 대표가 체제 연장 시도를 할 경우 "분당(分黨) 가능성도 있다"는 강한 반발도 나왔다. 지방선거 이후 당 대표가 새로 뽑히면 2020년 총선 공천권을 쥐게 돼 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비홍(非洪) 중진으로 꼽히는 4선의 정우택 의원은 홍 대표를 겨냥해 백의종군(白衣從軍)을 촉구했다.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 직접적인 2선 후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분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의원은 선거 국면 속 '한국당의 위기'를 반발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는 29일 "끝없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당 지지율과 선거전략 부재의 책임을 지고 환골탈태해 백의종군의 자세로 헌신할 것을 호소한다"며 홍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 의원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홍 대표의 선대위원장 사퇴만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시국선언’ 등을 통해 당에서 특단의 조치를 보여 달라는 것”이라며 “다른 중진의원들과 미리 상의하면 내분을 조장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이번엔 단독으로 내 생각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 역시 당권을 노리는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을 선거 후 행보를 염두에 둔 전략적 견제구로 보는 시각이 많다. 홍 대표는 즉각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강하게 맞받았다. 

'한국당 위기론' 위에서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이는 정 의원 뿐만이 아니다. 내부인사로는 김무성 전 대표와 심재철 국회 부의장, 나경원 의원, 원외 인사로는 이완구‧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지방선거 주자인 김문수·김태호 후보 얘기도 나온다.

심 부의장도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 경북, 충남, 울산 이렇게 4곳이 안심권 정도"라며 "지역에 가보면 홍 대표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있어서 거의 홍 대표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한다"고 날을 세운 바 있다. 

마찬가지로 홍 대표의 거친 언행 등을 문제삼았던 나 의원도 사석에서 당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고 한다. 

외부인사 가운데 한 명인 이 전 총리의 명예회복 행보 역시 당권도전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읽힌다. 이 전 총리는 최근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수사했던 문무일 검찰총장과 검사들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에 연루됐던 이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국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전 총리의 행보에 대해 “자신이 정치적으로 정권과 검찰의 희생양이었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당권에 도전하기 전에 자신의 흠결을 털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총리가 지난 4월 천안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지방선거 후 당내 통합을 이루기 위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설명에 힘을 싣는다. 

야권 서울시장 단일화 논의 역시 차기 보수진영의 주도권 문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당 김문수 후보는 30일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단일화를 얘기할 수 있는 전혀 그런 조건이 아니더라"라며 "안 후보의 생각이나, 그쪽(안 후보 캠프)에서 말하는 것, 단일화에 대한 생각 자체에 제대로 고려할 내용이 없더라"라고 평가했다. 

물밑 접촉 결과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김 후보가 원하는 '조건'으로는 통합협의체 구성 등이 거론된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도 "안 후보가 우리와 같이 할 수 있는 경우는 당 대 당 통합을 할 때 뿐"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가 단일화를 고리로 한 야권 정계개편의 주도권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비홍 세력 일부도 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거를 앞두고 감지되는 '물밑 혼란' 속에서 홍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모두가 합심해야 할 때 지도부 흠집이나 내는 행태는 어제 오늘 있었던 일은 아니다"라며 "지난 1년 간 끊임 없이 당 지도부를 흔들어 왔지만 나는 괘념치 않았다. 그 속에서도 당을 재건했고 이제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제원 수석대변인도 공개 지도부 비판론을 내놓은 정 의원 등을 겨냥해 "지방선거가 망하면 지도부만 물러간다고 해결이 될 것 같나. 당 중진들은 전혀 책임이 없는 것인가"라고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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