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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힘! 스피치가 아니라 내레이션입니다."
[책동네] 성우 박형욱-김석환의 <내레이션의 힘>, '말하기의 예술' 입문서
 
김철관   기사입력  2018/04/05 [00:54]
▲ 표지     ©


원고를 읽고 의지와 열정을 담아 읽어내는 행위를 내레이션이라고 한다.
 
궁극의 예술 화법으로서 내레이션은 읽고, 품고, 표현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바로 스피치가 아니라 내레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 책이 최근 출판돼 눈길을 끈다.
 
지난 ‘2013KBS성우 연기대상 최우수상‘2015년 한국방송대상 성우-내레이션상을 받은 성우 박형욱과 2015한국PD대상 성우-내레이션상을 받은 성우 김석환이 공동으로 펴낸 <내레이션의 힘-말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예문 아카이브, 20183)는 내레이션 전문가인 두 성우가 진정한 내레이션이란 무엇인가를 표현한 이론서이다. 두 저자는 오랜 기간 성우로, 방송인으로, 전문 내레이터로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완성했다.
 
원고를 손에 들고 그 내용을 때로는 흥미롭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냉철하게 목소리로 전달하는 것이 내레이션의 진미라는 것이다. 글을 제대로 읽고 표현해내는 기술이 말하기의 핵심이고, 스피치가 아니라 내레이션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잘 읽어야 결국 말을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읽는데 도가 트면 말하기는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스피치가 아니라 내레이션으로 반걸음만 다가서보자. 우리 두 사람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방송, 강연, 교육 영역에서 내레이션 전문가로 활동했다(중략). 스피치라고 부르는 것은 프리토킹이 아니라 리딩이다. 어떤 목적을 갖고 행하는 모든 말하기는 전부 읽기이다. 읽는 훈련을 통해 자유롭게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읽기인 것이다. 완벽하게 외워서 머릿속에 있는 문장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 이 정도로 능숙해지면 읽기와 말하기는 동일한 것이 된다.” -본문 중에서-
 
이들은 방송국을 말 공장이라고 표현했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부분 방송국안에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른 바, 말 잘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방송국은 공적 스피치 전문가와 사적 스피치 전문가가 모여 있다. 아나운서와 성우가 뉴스, 스폿, 리포트, 다큐멘터리, 교양, 정보 등 방송의 공적 스피치를 전달하는 전문메신저라고 한다면, 여러 예능과 토크쇼 프로그램 패널로서 신변잡기나 특정 분야의 개인 강연 등을 하는 이들은 사적 스피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공적 스피치 전문가인 아나운서가 주로 하는 일은 뭔가를 말로써 알리는 일이다. 자세히 알고 보면 이것도 프리토킹이 아니고 원고를 읽는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모든 아나운서들의 어나운스먼트는 프롬프터를 보며 읽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아나운서의 시선이 닿는 카메라에는 프롬프터 장비가 장착돼 있다. 카메라와 전면에 설치된 이 장비는 아나운서가 그날 해야 할 멘트를 보기 좋게 나열해서 눈앞에 띄워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프롬프터를 이용해 내레이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나운서도 읽기를 기반으로 한 내레이션을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라고 프리 토킹을 하는 것이 아니다. 작가들이 대본을 쓴다. 애드리브 정도만 허용된다. 결론적으로 모든 방송은 읽기를 전제로 한 원고나 스크립트 준비가 선행되지 않고서는 제작을 할 수가 없다, 바로 스피치 보다 내레이션이 중요한 이유이다.
 
흔히 방송을 잘한다라고 할 때 시청자의 입장에서 본 말을 재미있게 하고 정보나 감정을 흥미롭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방송 제작 실무자 관점에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자신의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해 내느냐와 같은 뜻으로 쓰인다. 다시 말해 아무리 말을 잘하더라도 그 출연자가 사전에 약속한 대로 말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과 내용을 어긴다면, 설사 재미가 있더라도 방송 잘한다는 평가는 받기 어렵다. 방송인 또한 원고를 기반으로 하는 말하기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특히 저자들은 오늘날 정치·사회, 문화·역사·예술·교육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내레이션과 관련 없는 경우를 찾기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그럼 훌륭한 내레이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발성, 발음, 호흡, 공명, 음색 등을 포함한 음성요소와 톤, 강세, 속도, 포즈, 변조 등의 화법 요소를 조화롭고 정확하게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감정 표현과 비언어적 요소의 활용이 더욱 입체적인 내레이션이라고 말한다. 즉 내레이션은 감정을 담아 읽어 표현하는 고도의 말하기 예술이라는 것이다. 문장에 담겨 있는 정보와 감정 메시지를 극대화해 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맛있게읽는 것이라고.
 
내레이터인 아나운서와 성우의 다른 점은 뭘까.
 
아나운서는 감정을 배제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한 내레이터이고, 성우는 온갖 감정들을 다양하게 담아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전달한 내레이터라는 차이점이 있다.
 
내레이터에게 요구되는 기본적 조건으로 순발력과 통찰력 안목과 판단력 품위와 매력 매너와 친화력 정신적·육체적 건강 등을 꼽았다.
 
특히 행동의 소리가 말의 소리보다 크다라고 요약할 수 있는 메라비언의 법칙이 내레이터에게 중요한 포인트를 제공한다. ‘이라는 악기를 최대한 이용할 것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다.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에서 커뮤니케이션 요소로 청각적(목소리 표현), 시각적(행동 표현), 메시지(말의 내용) 나누어 분석했고, 그 결과 화자의 용모(의상)나 제스처 등의 시각적 요소가 55%, 목소리의 톤이나 발음 등의 청각적 요소가 38%, 말하기 내용의 완성도 등 메시지요소가 7%로 나타났다.
 
즉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들을 때, 말하는 이가 어떤 내용을 이야기하는가에 집중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목소리 표현과 행동 표현이다. 그 중에서도 준언어 및 비언어에 속하는 행동 표현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결론을 얻는다. 호흡, 억양, 포즈, 크기, 속도 등이 준언어이고, 비언어로는 눈 맞춤, 제스처, 표정, 자세, 용모 등을 일컫는다.
 
내레이션에 상상력과 입체감을 부여하는 원칙으로 원고의 내용과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기 전에는 입을 떼지 말 것 원고는 컨닝 페이퍼와 같으니 눈을 뗄 것 듣는 대상을 향해 말할 것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떨지 않고 말하는 법으로 긴장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피하지 말 것 불안해지며 숨을 크게 쉬고 수다를 떨 것 부적응은 아닌지 생각해볼 것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것 등을 주문했다. 호흡훈련, 발성 훈련, 호흡발성훈련, 공명 훈련, 스트레칭, 목소리 관리 등의 읽을거리를 부록으로 담았다.
 
추천사를 한 성우 배한성 씨는 준비한 글을 제대로 된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말하기의 핵심이라고 했고, 성우 성병숙 씨는 어떻게 말하는 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바로 말의 힘이고, 표현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아나운서 윤지영 씨는 얕은 말재주가 아닌 진심을 녹여낸 말은 깊이가 있고 힘이 세다고 적었다. 김철관 한국인터넷기자협회장도 이 책은 어떻게 읽고 표현할 것인가를 넘어 세상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하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사전적 내레이션의미인 제대로 읽고 품어서 표현하는 말하기의 예술을 디테일하게 기술해 놓았다. 이런 의미에서 최초의 내레이션의 바이블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저자 박형욱은 KBS 24기 공채 성우이며 전문 내레이터이다. 한국성우협회 교육이사, 한국예술원 성우과 겸임교수이다. 저서로 <말하지 말고 표현하라>, <성우>가 있다.
 
김석환은 KBS 32기 성우이자 전문 내레이터이다. 한국성우협회 법무이사, KBS 성우극회 교육이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성우개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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