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동국 '질주'와 김신욱 '침묵' 그 차이점은 무엇인가
[김병윤의 축구병법] K리그의 이동국의 도전, 김신욱의 부활 관심 대상
 
김병윤   기사입력  2018/02/21 [21:22]

 이동국 & 김신욱 '막상막하'

전북 현대가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2차전 킷치 SC(홍콩)를 꺾고 E조 선두에 나섰다. 1차전 가시와 레이솔(일본)전에서 전반 0-2의 열세를 극복하고 이동국의 멀티골로 역전승을 거둔 전북 현대는, 킷치 SC전에서도 이동국의 득점포가 터져 6-0 대승을 거뒀다. 이동국은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K리그 전설이고 레전드다. 이에 만 39세인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축구선수 나이 39세면 절정기와는 거리가 먼 축구 인생이다. 그럼에도 이동국은 여전히 녹슬지 않는 기량을 뽐내며 그라운드를 호령하고 있다.

이동국의 이 같은 활약은 먼저 누구보다도 철저한 자기 관리와 축구에 대한 열정을 넘어 신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국의 이런 모습은 곧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 중 같은 소속팀에 몸담고 있는 김신욱(30)은 많은 부분에서 이동국과 비교된다. 김신욱은 지난 터키 전지훈련(1.22~2.4)에서 가진 몰도바(1-0), 자메이카(2-2), 라트비아(1-0)와의 평가전에서 3경기 연속 헤더골을 터뜨리며, 그동안 대표팀에서 꼬리표처럼 붙어있던 플랜B의 의문점을 털어내고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김신욱은 ACL 1, 2차전인 가시와 레이솔과 킷치 SC 대전에서는 단 1골도 기록하지 못하는 부진을 보여줬다.

반면 이동국은 1, 2차전에서 약 70여분을 소화하고도 3골을 몰아쳐 역시 이동국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팀의 2연승을 이끌어 냈다. 이동국은 완벽에 가까운 기본기를 갖추고 군더더기 없는 볼터치로 어느 위치에서나 골을 넣을 수 있는 슈팅의 정확도와 임팩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는 탈아시아급으로서 현재 K리그 선수 가운데 페널티에어리어 내에서 스스로 만들어서 득점을 올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선수로 손꼽히고 있다. 이를 이동국은 ACL 1, 2차전에서 여실히 증명해 보였다. 가시와 레이솔전에서 기막힌 헤더골과 환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고, 킷치 SC와의 경기에서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압권의 테크닉으로 팀에 마지막 골을 안기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동국 '지는 해' & 김신욱 '떠있는 해'

사실 이런 이동국은 1~2년 내에 유니폼을 벗게 될 수도 있는 '지는 해'다. 여기에 김신욱은 한창 빛을 발하는 떠있는 해다. 하지만 이동국은 '지는 해가 아름답다'는 말을 그라운드에서 실천하며 김신욱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물론 김신욱도 이동국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활약으로 2015년 K리그1과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풋볼 챔피언십에서 득점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현 대표팀 공격 옵션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사실은 이동국보다 오히려 그 가치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문제는 현실적인 면이다. 김신욱은 6월 러시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선발이 확실시 되는 선수다. 그렇다면 FIFA 월드컵 본선에서 맞붙을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비교될 수 없는, 가시와 레이솔과 킷치 SC전에서 무득점에 그친 사실은 분명 김신욱에게는 반성과 분발의 계기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동국은 2014년 이후 약 3년 만인 2017년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 러시아 FIFA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9, 10차전인, 이란과 우즈벡전에서 약 20여 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경기에 출전하고서도 위력적인 슈팅과 분위기를 가져오는 플레이로 베테랑 면모를 과시했다. 이동국의 이런 모습은 소속팀 사령탑인 최강희(59) 감독에게도 신임을 받아 비록 조커의 역할이지만 ACL 1차전인 가시와 레이솔전에서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리게 했다. 아직은 이동국에게 '노장'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나이상으로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체력적인 문제로 비록 조커의 역할에 그치고 있으나, 이동국의 조커 역할은 주전보다 더 주전다운 기량을 뽐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다.

이동국 & 김신욱 팽팽한 줄다리기

35년째를 맞은 프로축구 역사에서 이동국과 같이 오랜 기간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간 주인공은 그리 많지 않다. 그 주인공 중 두드러진 선수는 골키퍼 김병지와 최은성이다. 이들은 46, 41세까지 K리그 무대를 호령하며 마지막까지 축구에 대한 열정을 불살랐다. 이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동안 선수 생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동국과 같이 자기관리가 그 누구보다도 철저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동국이 특수 포지션인 골키퍼가 아닌 필드 플레이어로서 아직도 K리그 무대에 서서 빛을 발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K리그 뿐만 아니라 한국축구에게도 던져주는 울림은 크다. ACL 1, 2차전에서 명백히 드러난 이동국의 질주와 김신욱의 침묵, 이는 3월 1일 개막하는 K리그 무대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분명 김신욱은 ACL 1, 2차전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실망스러웠다. 따라서 펼쳐지는 K리그 무대에서 이동국에게 뒤졌던 공격 포인트의 차이점을 메워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터키 전지훈련의 성과에 대한 믿음과 신뢰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 그래서 김신욱은 지금 상황으로서는 실로 전략적 계산을 다시 할 수 밖에 없다. 킷치 SC전을 앞두고 김신욱은 기자 회견에서 "되도록 많은 골을 넣도록 하겠다"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그 같은 공언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고 오히려 많은 골을 넣은 히어로는 투톱으로 나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아드리아노(31)였다. 지금 이동국에게 김신욱의 젊음은 부러울 수 있지만 축구 만큼은 결코 부럽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과연 이동국의 도전에 꼭지점은 어디일까? 또한 김신욱의 부활은 이뤄질까? 목적은 다르지만 이동국과 김신욱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이어지고 있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8/02/21 [21:22]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