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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월드컵 16강 진출 필승 해법은 무엇인가?
[김병윤의 축구병법] 신태용 감독 지도력 검증 무대, 연구 분석 매진해야
 
김병윤   기사입력  2017/12/24 [17:14]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축구연맹(FIFA)월드컵에 지구촌은 들썩인다. 대륙, 인종, 종교, 문화 등등을 초월한 그야말로 세계최고의 스포츠 축제다. 약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FIFA월드컵(6.14~ 7.15)도 벌써부터 그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한국도 그 예외는 아니어서 작년 12월 1일 조 추첨 후 대표팀도 본격적으로 러시아 FIFA월드컵 모드에 돌입해 있다. 9연속 FIFA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새 역사를 쓴 한국축구. 과연 2017년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우승으로, '비난의 고리'를 끊으며 안정을 찾은 대표팀의 FIFA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은 가능할까?

△'가시밭길' 조 편성 결과, 현실은 운명의 한판 승부

한국은 2018년 러시아 FIFA월드컵 조 추첨 결과 독일, 멕시코, 스웨덴과 같은 조(F조)에 편성됐다. 이에 한국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조에 편성되었다는 것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따라서 한국축구의 러시아 FIFA월드컵 일정은 실로 험난하다. 말 그대로 첩첩산중(疊疊山中),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는 한국과 상대하는 팀이 강팀이라는 뜻이다. 한국과 첫 상대하는 스웨덴은 유럽 플레이오프전에서 '빗장수비' 이탈리아를 잠재우고 러시아 FIFA월드컵 티켓을 거머쥔 북유럽 전통적 강호이고, 두 번째 상대하는 멕시코는 북중미 축구를 대표하는 맹주이며 마지막 경기를 갖는 디펜딩 챔피언 '전차군단' 독일은 FIFA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자타가 공인하는 현 세계축구 최강자다.

이를 토대로 일부에서는 세 팀 모두 한국으로서는 버거운 상대로 1승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축구가 FIFA월드컵 본선에 도전하며 쉬운 도전장을 받아든 경우는 없었다. 물론 이번 러시아 FIFA월드컵은 그 어느 FIFA월드컵 도전 때보다도 더욱 힘든 상황이다. 참고로 외국의 한 통계 분석 사이트에서는 한국의 16강 진출 확률은 18.3%로 F조 최하위이자, 본선 32개국 중 A조 사우디(14.2%), G조의 튀니지(14.8%)에 이어 세 번째로 낮게 전망했다. 이 같은 예상은 단지 예상일뿐 실제 경기 결과를 보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대로 스웨덴, 멕시코, 독일의 1승 제물로 주저앉아야만 하나, 한국에게 국제무대에 나설 때마다 유럽은 언제나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이유는 유럽축구가 한국 축구가 넘기 힘든 뛰어난 기술과 전술 능력은 물론 높이와 힘을 특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같은 유럽 축구에 지속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결국 이번 러시아 FIFA월드컵에도 한국은 유럽 징크스에 자유스럽지 못한채 스웨덴과 독일 유럽 두 팀과 숙명적인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스웨덴, 멕시코, 독일전 백전불태(百戰不殆)정신 필요

먼저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갖는 스웨덴은 유럽지역 예선(A조) 10경기에서 빈틈없는 수비력을 무기로 9골 밖에 실점하지 않으며 0점대 방어율로 6승1무3패의 전적을 기록 네덜란드를 밀어냈고, 플레이오프전에서는 '빗장수비' 이탈리아의 파상 공격을 무실점(1차전 1-0, 2차전 0-0)으로 틀어막으며 60년 만에 FIFA월드컵 무대에서 돌려세웠다. 반면에 개인기가 좋은 공격진의 공격력도 날카로워 조 1위를 기록한 프랑스 보다 8골이 더 많은 26골을 터뜨리는 순도 높은 득점력을 과시했다. 이런 스웨덴은 타고난 피지컬에 파워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4-4-2 포메이션을 구사하며, 왼쪽 측면 미드필더 에밀 포르스베리(27.라이프치히)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을 펼친다.

에밀 포르스베리는 패스, 드리블, 골 결정력 등이 모두 뛰어나고 킥 능력 역시 탁월한 스웨덴 핵심 선수로 한국에게는 경계대상 1호 선수로 손꼽힌다. 중원에서는 세바스티안 라르손(32.헐시티)이 공수 밸런스를 유지하는 보란치 역할을 하고 있으며 풍부한 경험과 파워 및 우수한 제공권 능력을 지닌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32.제노아)는 탄탄한 수비벽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런 스웨덴도 약점은 있다. 그것은 주축선수 대부분이 연령대가 높아 경기력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 스웨덴의 이런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는 적극적인 압박과 120%를 뛸 수 있는 기동력 축구로 스웨덴의 체력저하를 유도하는 작전과, 주공격 루트인 측면과 역습을 차단하는 전술, 전략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국에도 얼마든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문제는 한국과 첫 경기에서 맞대결 한다는데 있다. 첫 경기는 무엇보다 의미와 승리에 대한 명확한 명분으로 동기부여가 투철하게 주어진다. 이에 뒤따르는 조건은 정신력인데 스웨덴 역시도 한국 못지않은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다. 때문에 한국은 승리에 대한 지나친 욕심과 의욕을 앞세우기 보다는 90분 경기 동안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집중력을 잃지 않고 안정적인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준비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 컨디션도 최상이어야만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고, 아울러 신태용 감독의 맞춤형 전술과 지략 역시 필승을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 번째 상대하는 '북중미 축구의 맹주' 멕시코 역시 한국에게는 부담스러운 존재다. 멕시코는 FIFA월드컵 본선 7회 연속(총 16회 출전) 출전국으로서 북중미 예선에서 6승3무1패를 기록할 만큼 전력이 탄탄하다. 1패도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후 전력을 다하지 않은 온두라스(1차전 0-3, 2차전 3-2)에 패한 것이 유일하다. 멕시코는 선수들의 평균적 기술 역량과 풍부한 경험이 장점이며 기본적으로 4-4-2 포메이션을 채택 전통적으로 빠르고 강한 투쟁심을 앞세운 축구를 구사한다. 최전방에 포진한 골잡이 하비에르 에르난데스(29.웨스트햄)와 안드레스 과르다도(31.레알 베티스)를 축으로, 중원의 헤수스 코로나(24.포르투)가 상황에 따라 원톱, 투톱, 스리톱 등 다양한 전형으로 효과적인 역습 공격을 시도 득점력을 배가 시키는 것이 강점이다.

포백, 스리백 전술을 구사하는 수비력도 견고한데 그 중심에는 최후방 수비수 헥토르 모레노(29.AS 로마)와 디에고 안토니오 레예스(25.에스파뇰)가 자리잡고 있다. 헥토르 모레노는 수비의 핵심으로 지능적인 공 차단과 공격전개 패스 능력이 뛰어나, 한국으로서는 멕시코와의 일전에서 수비 못지않게 공격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한국은 멕시코를 상대로 하여 역대 전적 14승14무25패를 기록하고 있다. 그 중 1998년 프랑스 FIFA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한 차례 만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1-3으로 역전패 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에 우선 자신감을 갖고 멕시코가 국민성 특유의 다혈질적인 축구를 펼치는 점을 최대로 이용하는 강한 압박과 거친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여기에 공격 성향이 강한 멕시코의 허점을 노리는 2선 침투도 효과적인 공격이 될 수 있다. 더불어 신태용 감독의 '신의 한 수' 작전과 지략도 뒤따라야만 한다. 즉 체력까지도 염두에 두고 과연 승부처를 전반과 후반 중 어디에 둘 것인가 생각해야 하는 전략이다.

조별리그 마지막 3차전에서 격돌하는 '전차군단' 독일은 솔직히 한국은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 만큼 모든 면에서 한국보다 우위에 있는 팀이다. 디펜딩챔피언, 2017년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 현재 FIFA 랭킹 1위, 유럽예선 10전 전승 등이 이를 말해준다. 굳이 더 이상 긴 설명이 필요치 않고 '세계축구 최고의 팀'이다. 이런 '전차군단' 독일은 축구 4요소로 꼽히는 전술, 기술, 체력, 정신을 모두 갖추고 유럽 예선에서 선수들 상호간 유동적인 포지션 체인지에 의한 확실한 패턴 플레이로 43골을 터뜨렸고, 실점은 유기적인 플레이로 시너지를 극대화 시키며 단 4골만을 허용하는 철옹성 수비로 공수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전술적인 면에서도 3-1-4-2 포메이션을 주로 사용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4-2-3-1 포메이션으로 변형하며 수비도 포백과 스리백을 번갈아 선택하는 것이 특징이다.

2010년 남아공 FIFA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토마스 뮐러(28.바이에른 뮌헨)와 메수트 외질(29.아스날)이 건재하고 최전방에 포진한 신성 티모 베르너(21.라이프치히)는 스피드, 드리블, 위치선정, 골 결정력 등이 뛰어나며, FIFA월드컵 우승과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경험을 가진 세계정상급 미드필더 토니 크로스(27.레알 마드리드)가 젊은 선수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런 독일을 상대하는 한국은 1994년 미국 FIFA월드컵(2-3)과 2002년 한일 FIFA월드컵(0-1)에서의 두 번에 아쉬운 석패를 기억하고, 와신상담(臥薪嘗膽), 칠신탄탄(漆身呑炭: 복수를 위하여 자신의 몸을 괴롭힘)의 각오로 경기에 임해야 한다.

이에 소극적인 경기운영은 자칫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어 적극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며, 또한 그 어느 경기보다 신태용 감독의 철저한 '실리주의' 축구에 대한 계륵의 용병술과 선수들의 강한 정신력에 의한 투지가 요구된다. 한편으로는 독일이 멕시코 및 스웨덴과의 1~2차전에서 이겨 일찌감치 F조 1위를 확정짓는 시나리오로 한국전에 전력투구를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 입장에서의 바람일 뿐이다. 독일은 대회 우승을 노리는 팀이다. 독일 축구의 자존심과 16강 진출 시 대전의 득.실을 생각할 때 굳이 한국전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또 혹시 백업 요원들이 한국전에 출전한다 해도 그 화려함(2진출전 2017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으로 봐서 한국이 그냥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독일의 벽은 높다.

△고민, 연구, 분석에서 승점 쌓기 '해법' 찾아야

한국의 16강 진출은 1~2차전 스웨덴과 멕시코와의 경기 결과에 달려있다. 1차전 스웨덴 전 경기 결과에 멕시코 전의 전술과 작전에 따른 경기 운영도 다르게 가져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은 한국이 러시아 FIFA월드컵 본선 무대에 설 때까지 문제점으로 지적된 조직력, 골 결정력, 수비취약, 체력, 집중력, 경기운영 등등의 향상을 꾀하여 팀 전력이 만족스러울 만큼의 수준에 도달 되었을 때 이야기다. 여기에 경기 흐름과 분위기를 단 번에 바꿀 수 있는 코너킥, 프리킥 득점 능력도 스웨덴, 멕시코, 독일 등과 대등한 상태여야 한다. 경기를 하다보면 여러 가지 변수와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처능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곧 신태용(47) 감독의 임무와 역할이다.

그래서 신태용 감독은 남은 6개월여 동안 고민하고 연구하고 분석에 매진하여야 한다. 팀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훈련프로그램의 이행은 러시아 FIFA월드컵 개막전 까지 유효하다. 훈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식단과 컨디션 조절 그리고 경기에 대한 몰입감을 높일 수 있는 이미지 트레이닝까지 그렇지 않으면 과정과 결과를 모두 잡겠다는 의지는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 F조에서 신태용 감독과 자웅을 겨룰 감독은 스웨덴 얀 안데르센(55), 멕시코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54), 독일 요아힘 뢰브(57) 감독 등이다. 이들 사령탑들은 신태용 감독이 감히 넘볼 수 없는 풍부한 경험과 지도력의 소유자들로 지도자로 쌓은 내공 또한 남다르다. 그렇다고 신태용 감독은 움츠러들 필요가 없으며, 또한 첫 FIFA월드컵 본선 도전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감과 함께 경기에 대한 부담감을 가져서도 안 된다.

만약 신태용 감독이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F조 최약체로 분류되고 있는 한국의 경기력과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신태용 감독은 자신의 지도자 커리어 중 성공했던 포맷을 되살리며 자신감 충전과 더불어 당당한 자세를 갖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2016년 브라질 올림픽과 2017년 U-20 FIFA월드컵 실패에 대한 이유와 원인을 명확히 되새겨 참고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 달리던 자전거가 멈추는 순간 쓰러지는 법이다. 한국축구가 러시아 FIFA월드컵에서 작은 희망조차 살리지 못한 채 쓰러져,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불행한 마침표를 찍지 않기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와 대비는 기본 중에 기본에 해당한다. 그것만이 팀 완성도를 높이고 전력까지 끌어올리며 F조 최약체로 분류되고 있는 한국이 쓰러지지 않기 위한 유일한 승점 쌓기 방법이며, 만약 불행하게 마침표를 찍더라도 국민들이 너그럽게 이해해 줄 수 있는 길이다.

전 군산제일고등학교축구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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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2/24 [17: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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