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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관련 수사는 왜 죽음으로 이어지나?
 
권영철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국정원과 관련된 검찰수사가 벌어지면서 핵심인물들이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2015년 7월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및 해킹 등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핵심인물인 임 모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앞서 지난 2014년 3월에는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조작사건의 핵심인물인 국정원 권모 과장이 승용차 안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다. 권씨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

그리고 2017년 국정원 적폐청산 수사도중 국정원 직원인 정 모 변호사가 10월 30일 숨졌고 11월 6일에는 국정원장 법률보좌관으로 파견근무를 했던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국정원 관련 수사 때마다 왜 핵심인물들의 죽음으로 이어지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국정원 (사진=자료사진)
 

▶ 이 사건들끼리 어떤 연관성이 있나?

=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 그렇지만 국정원의 잘못에 대한 검찰수사에서 핵심인물이라는 점과,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끊으려 했다는 점, 이들의 사망(또는 시도)으로 검찰수사가 차질을 빚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시중에서는 '자살을 당한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만 국정원 직원 정 변호사와 변 검사의 사망은 동일한 사건이라는 점과 정 변호사의 사망 과정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어떤 연관성이 있다거나 없다고 단정하기에는 성급해 보인다.

검찰의 한 핵심관계자는 "두 사망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거나 없다고 누가 자신있게 말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스마트폰이 사라졌다는 얘기도 있고 일단 경찰이 수사 중이니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사람이 두 명이나 사망했으니까 억울하다거나 검찰수사가 무리하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 먼저 '억울하다'는 부분에 대한 얘기부터 해보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지난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국정원 파견 검사들이 검찰의 댓글 수사를 방해했다는 사건에 대해 "조금 이상하다"며 "파견 기간이 끝나면 검사로 다시 돌아와야되는데 그렇게 사법방해를 저지를 동인이 없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파견된지 2, 3주밖에 안되는 검사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건 국정원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했다.

조 의원의 이 말이 검찰내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억울하다'는 말도 검찰내에서는 조 의원의 인터뷰 이후에 확산된 측면이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검찰에서는 조 의원의 이 말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근거는 1980년대 이후 국정원 감찰실장에 외부인사가 임명된 적이 없다는 사실과
구속되거나 사망한 3명의 검사(장호중, 변창훈, 이제영)가 국정원 T/F 정식 멤버였다는 사실이다.

(사진=자료사진)

▶ 3명의 검사가 국정원 증거인멸 T/F 멤버였다는 것이냐?

= 그렇다. 이런 일은 이전에는 없던 일이라고 한다. 국정원에 파견근무를 했던 현직 검사장급 간부는 "그동안 국정원에 파견된 검사의 역할을 원장의 법률보좌 내지는 대공수사지도관으로 법률자문을 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었다"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도 MB국정원에서 국정원장 특보로 근무한 경력은 있지만 감찰실장이나 내부 TF에서 일해본 경험은 없다. 조응천 의원의 경험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

국정원 파견을 다녀온 전현직 검사들이 수사팀에 "검사 3명이 국정원 T/F 구성원이 맞느냐?"는 확인을 했다고 한다. 그들의 경험상 외부인인 검사들이 T/F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이런 질문이 나왔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3명의 검사가 T/F 정식멤버고 2년여 동안에 300회가 넘는 대책회의에 참석해서 가짜 사무실을 만들거나 증거를 조작하고 위증을 교사하는 결정을 내리는데 적극 가담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답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는 게 검찰내부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 세 명의 검사들이 300회 이상의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건 확실한 내부자이고 핵심관계자들이며 공모공동정범이라는 얘기다.

▶ 그렇다면 억울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닌가?

= 실제로는 그렇다. 다만 '억울하다'는 표현은 주관적이니까 그걸 탓하기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수사도중 현직검사가 사망했다는 점은 검찰내에서는 큰 충격을 주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은폐 혐의를 받는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투신 자살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장례식장 알림판에 변 검사의 빈소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사망한 검사를 추모하고 애통해 하는 일이야 동료들간에 당연한 일이고 그렇게 하는 게 도리일 것이다. 그 점을 탓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지만 검사가 검찰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가짜사무실을 만들고 증거를 인멸하고 위증을 교사하고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물타기를 하는 수법을 동원하는데 적극가담했는데 이걸 '억울하다'고 하는 게 맞는 표현일까?

구속된 장호중 검사장(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은 잘못된 일이라며 영장심사를 포기했다. 억울하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전현직 검찰고위직들에게 물어보니 "검사가 수사중인 사건의 증거를 조작하고 수사를 방해하는 일에 직접 관여한 일은 어떤 말로도 변명이 불가한 일"이라거나 "검사의 상식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전직 한 검찰총장은 "정의와 법을 수호하여야 할 검사들이 불법적으로 수사와 재판을 방해한다는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검찰의 최소한의 책무"라고 말했다.

(사진=중앙일보 캡처)

▶ 그런데 왜 현직 지청장이 문무일 검찰총장을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고 한 거냐?

= 이 발언도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실제로 그런 발언을 했다는 보도는 현장에 있던 여러 언론 중 중앙일보만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11월 7일자 신문에서 <현직 지청장, 빈소 찾은 문무일 향해 "너희들이 죽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날(6일) 오후 8시쯤 문무일 검찰총장은 빈소에 와 눈물을 흘리며 조문했다. 그때 한 현직 지청장이 '너희들이 죽였다'고 소리 질렀다. 그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취재해보니 이 현직 지청장은 박기동 안동지청장인데(이미 실명이 공개돼서 파다하다) 그런 발언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변 검사의 빈소에 문무일 총장과 대검 간부들이 앉은 바로 뒷자리에 변 검사가 서울북부지검 차장시절 함께 근무했던 검사들이 앉아 있었다고 한다. 박 지청장이 술에 취한 상태였지만 '너희들이 죽였다'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복수의 검찰관계자들이 확인했다.

대검에서도 이런 보도가 확산되자 "'너희들이 죽였다'는 발언은 박 지청장이 아니라 유족측에서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왔다.

페이스북과 SNS에서 등에서는 박 지청장이 '우병우 사단'이라며 인신공격성 글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사실관계를 다시 확인해서 이런 비판을 해야 한다.

박기동 지청장은 '억울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현장에 있었던 문무일 총장도 "박 지청장이 술에 취한건 맞지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대검 간부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그렇다면 '너희들이 죽였다'는 말을 근거로 '억울하다'거나 '검찰수사가 과하다는 비판은 잘못된 거냐?

= 수사도중 핵심 피의자가 사망하면 검찰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직접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하더라도 도의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책임을 통감할 수밖에 없다.

검찰내에서도 수사팀이 3명의 검사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과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위에서 시키는대로 했는데 너무한 것 아니냐는 푸념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검사들이 공개적으로 검찰수사를 비판하는 건 그동안 검찰이 해온 관행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일이었는지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하면서 이런 반성과 비판을 했더라면 검찰이 이렇게 국민의 지탄을 받을까?

지난 10년 동안 검찰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00여명에 이른다고 하는데
검찰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임은정 검사 (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임은정 검사는 페이스북에 "시키는 대로 안 할 수가 있냐는 말을 검사가 어떻게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지… 자정능력이 없다는… 초라한 우리의 몰골을 이렇게 마주합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그러면서 "그래서, 우리 검찰이 그리 폭주했나 봅니다"면서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검찰을 위해 검찰 개혁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뿐만 아니라 검사로서 더욱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 그렇지만 국정원이 책임을 파견검사들에게 떠넘겼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 그런 측면이 전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이미 구속된 국정원 직원이 "증거조작은 검사들이 주도적으로 했는데 왜 우리만 구속시키냐?"라며 반발했다고 한다.

검찰이 3명의 파견검사 모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이런 반발을 의식한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지만 평소 검사라며 자존감을 내세우던 사람들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라면서 변명하는 건 그동안 검찰조직이 어떻게 운영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지시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면 검사를 그만두는 게 옳지 않을까?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나 임은정 검사처럼 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는 검사들은 '소영웅주의'고 불법이나 부당여부를 떠나 지시한대로 따르기만 하면 '현명한 검사'인가?

SNS에 유대인 대량학살의 나치 주범이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뿐'이라는 진술이 회자되고 있다. 스스로 사유하지 않고 영혼도 없다는 걸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이들 세 명의 검사들은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공모공동정범으로서 검찰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핵심인물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국정원 수사 때마다 왜 죽음이 이어지는 거냐?

= 국정원에 30년 넘게 근무한 전직 고위관계자가 이런 얘기를 했다. "국정원 관계자들이 검찰 출두 할 때마다 어떤 말을 하는지 들어봐라"면서 "그들의 심리적인 기저에 범죄를 저지를 때는 범죄라고 생각을 안하거나 사소하고 그 보다는 더 큰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작은 악보다 큰 선을 행한다고 생각한다. 분위기가 그렇다. 집단으로 나쁜짓을 저지르고도 죄의식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검찰에 출두하면서 "국정원 직원들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들"이라면서 "그들의 헌신과 희생에 대해 찬사는 못 받을망정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일이 벌어져 가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남 전 원장처럼 국정원 사람들이 검찰에 출두하거나 구속될 때는 이구동성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고"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국가와 민족이라는 이름을 걸고 온갖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면서 자기의 행동을 정당화 하고 그러면서 양심의 가책을 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로 돌아와서 구속을 앞두게 되면서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거나 또 배신자로 몰리게 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고 한다.

또 자신의 죽음으로 그 사건을 덮고 조직을 보호 할 수 있다고 착각을 하거나 SNS에서의 주장대로 '자살을 당할' 정도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는 것이 국정원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말이다.

국정원 직원 정 변호사의 경우 형사입건 대상도 아니었다고 한다. 검찰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정 변호사의 진술로 '국정원 수사방해'의 실체에 접근이 가능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 변호사가 사망하기 전 이미 고인이 된 변 검사와 구속된 이제영 검사와 여러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심리적 압박이 심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임 모 과장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국정원의 그런 문화나 분위기가 핵심 관계자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얼마나 심한 압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모든 책임을 떠안게 되기도 하지만 남은 가족들에게 씻지못할 상처를 주는 일이다. 억울하다면 살아서 당당하게 맞서야 하고, 잘못했다면 떳떳하게 밝히고 죄값을 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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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7/11/10 [00:0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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