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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중 '김영란법' 제정, 가장 큰 보람느낀다"
[사람] 이성보 전국민권익위원장...변호사 사무실 문 열어
 
김철관   기사입력  2016/07/25 [16:47]

 

▲ 표지     © 인기협

지난해 12월 10일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장관급)을 퇴직한 후 올해 4월 사무실을 열어 변호사로서 활동을 시작한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이성보 법률사무소 ‘형산’ 대표 변호사를 23일 낮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형산’은 그의 아호였다.
 
“법관으로서 28년 4개월, 국민권익위원장으로서 3년 등 3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민간인 신분이 되었는데 시원섭섭하다는 말 그대로이다. 민간인 신분이 되고 보니 공직에 있으면서 많은 혜택을 받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일반 국민들이 관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어떠한지도 체득해 가고 있다. 28년 이상 몸담았던 법원이지만 법원을 대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재판부의 판사들이 법조 후배들이지만 일단 법정에 들어가면 재판부에 대한 존경심을 자연스럽게 표하게 된다. 한편으로 공직자로서 가지는 여러 제약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자유롭고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어 좋다.” 그가 퇴직한 후 느끼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것이다.
 
먼저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에 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을 하면서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알려진 ‘청탁금지법’은 사실 후임자인 이성보 전 권익위원장이 정부 부처의 의견 조율을 거쳐 국회통과를 이루어낸 법률이다.
 
최근 시행을 앞두고 새로이 논란이 되고 있는 ‘청탁금지법’에 대해 그는 “우리 사회의 부정청탁 문화를 바꾸기 위한 목적으로 입법된 이 법을 일단 시행해 보고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되면 이를 추후 보완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권익위원장 임기 3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청탁금지법 제정이었다. 김영란 전 위원장 이 이 법을 제안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김영란법’으로 불리지만 정부 내의 협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입법을 하는 일련의 과정은 대부분 저의 임기 중에 이루어졌다. 당초 제출한 정부안과 달리 국회 입법과정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포함되는 등 법안의 내용이 수정돼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부정한 청탁과 금품수수의 관행을 없앰으로써 국가청렴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법이다. 입법을 하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는데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 변호사는 “임기 중 여러 건의 집단고충 민원을 조정으로 처리한 것과 정부 각 부처의 민원전화 통합 작업을 시작한 것에 대해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크나큰 갈등을 겪은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등과 같은 집단민원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 국민권익위원회이다. 물론 위의 사건들은 권익위원회에 민원이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에 권익위에서 개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밀양 송전탑 사건만큼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이와 유사한 양상의 새만금 송전탑 민원은 제가 현장에서 합의조정을 한 사례이다. 그 밖에도 군사시설 이전과 관련한 방화대로 개설에 관한 민원, 군비행장 이전요구 민원 등 굵직굵직한 민원들을 많이 처리했던 것에 보람을 느낀다.
 
또한 국민들이 정부에 제기할 민원이 있으면 민원 전화를 걸게 되는데, 정부 부처마다 독자적인 민원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어 국민은 해당부처의 민원전화번호를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데 그 전화번호를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국민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편리할까 하는 생각으로 110번으로 정부 부처 민원전화번호를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110번으로 민원전화를 걸면 바로 처리할 것은 처리하고, 관련부처가 처리할 것은 그 부처로 연결시켜 주는 그런 작업을 시작했다. 이미 10여개 중앙행정기관의 민원전화 통합을 했고, 몇 년 안에 모든 부처의 민원전화가 통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변호사로서 어떻게 활동할지를 물어 보았다.
 
“법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으면 민사, 형사, 행정, 가사 등 전반적인 분야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저의 재판경험이나 경력 등을 고려할 때 고등법원이나 대법원에서의 민사, 형사, 행정, 가사 재판 등을 주로 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제가 법관 재직시에 관심을 가졌던 환경 분야에 관한 민형사상 분쟁이나 앞서 이야기한 청탁금지법과 관련된 사건들도 다루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변호사 수임 비리사건에 대한 입장이 궁금했다.
 
“브로커를 통하거나 재판부와의 친분을 내세워 무리하게 사건을 수임하는 일, 정도 이상의 과다한 수임료를 받는 일 등은 절대 안 된다. 변호사 시장에서 사건 브로커의 부작용은 상당히 심각하다고 전해 듣고 있고,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사법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장으로 있을 때, 장관급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내정됐기 때문이다.
 
“대법관 출신의 이회창, 김황식 이런 분들이 감사원장을 거쳐 국무총리가 된 바 있다. 김영란 대법관도 임기를 마치고 권익위원장이 됐다. 과거 대법관 출신이 법무부장관이 된 사례도 두어 차례 있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재직 중 행정부의 장관급 직위로 자리를 옮긴 것은 제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저 이후에 저와 유사하게 법원장에서 행정부 고위직으로 자리를 옮긴 분들이 여럿 있어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관련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해 어느 법관도 행정부의 고위직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법관의 양심에 반하는 처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민고충처리위원회, 국가청렴위원회(부패방지위원회), 국무총리행정심판위원회 등이 통합돼 설립된 국가기관으로 위원장의 위상은 장관급이다.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에도 참석한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역할이 궁금했다.
 
“공공기관의 잘못으로 발생한 국민들의 고충민원을 처리한다. 또한 공직사회 부패발생을 예방하고 부패행위를 규제하는 반부패 청렴업무를 수행한다. 부당한 행정처분을 바로 잡는 행정심판과 불합리한 행정제도 개선 권고 등의 기능도 수행한다. 국민신문고, 110번 정부 민원 안내 콜센터 운영을 통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 이성보 전 국민권익위원장     © 인기협


 
그는 2010년 김영란 대법관의 후임으로 대법관추천회의에서 최종후보자 중 1인으로 대법원장에게 추천됐지만 최종 낙점을 받지 못했다.
 
“당시 저보다 인품이나 실력이 앞서는 이인복 대법관이 임명을 받았다. 흔쾌히 그 결과를 받아드렸고 제일 먼저 축하인사도 했다. 그 동안 늘 선두에 서서 법관으로 좋은 보직을 받았고 무난한 길을 걸어온 것만으로도 크게 감사하고 만족한다. 오히려 저 때문에 상대적 불이익을 당했을지 모를 동료나 동기생들에게 늘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변호사는 법관 재직 중 기억에 남은 재판으로 시국사건에 연루된 서울대 법대생 어머니의 ‘눈물로 호소한 편지’를 읽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과 과거 학생운동의 지도자였으면서 현재 유력한 정치인으로 비중 있게 활동하고 있는 모 국회의원이 ‘좀 더 공부를 한 뒤에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면서 공부할 기회를 달라는 말’을 믿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건을 들었다.
 
그는 20년 넘게 아침마다 헬스클럽에서 스트레칭, 근력운동 등을 하고 국선도, 골프 등으로 건강을 다지고 있고, 영화 마니아이자 음악, 특히 오페라를 즐기는 한편, 아내와 함께 스포츠댄스도 하고 있다. 법조인으로서는 드물게 지난 10년 전부터 아내와 함께 스포츠댄스를 하고 있다는 말이 궁금했다.
 
“댄스실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법조인 중에 비교적 일찍 스포츠댄스에 입문했다. 그 동안 왈츠, 탱고, 슬로우폭스트롯, 퀵스텝, 비엔나 왈츠 등 5가지 모던댄스와 룸바, 차차차, 삼바, 자이브, 파소도블레 등 5가지 라틴댄스 그리고 블루스, 지터벅 등 12가지 종류의 댄스를 배웠다. 선입관과는 달리 운동이 많이 되고 부부애를 키울 수 있는 매우 건전한 취미라고 생각한다. 가끔씩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향후 변호사로서 각오와 포부를 밝히기기도 했다.
 
“법관과 권익위원장을 지낸 경험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도움을 드리겠다. 변호사법 규정으로 권익위에서 다루는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수임할 수 없게 돼 있다. 또한 공직자윤리법의 제한으로 대형 로펌에 들어가지 못하고 개인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로펌에서 커버할 수 없는 저만의 영역이 있다고 생각한다. 의뢰인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하는 멋진 변호사가 되겠다.”
 
이성보 변호사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미국 버클리대 로스쿨 장기연수, 법원행정처 조사심의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 청주지방법원장, 서울동부지방법원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 등을 거쳐 제4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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