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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 이용당한 활주로, 신공항의 정치
[정문순 칼럼] 두번이나 갈등 부채질 영남권 신공항, 정권 책임 가려내야
 
정문순   기사입력  2016/07/02 [18:12]
▲ 영남권신공항 유치 열기, 출처:경남도민일보     © 정문순



영남권 신공항(당시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참여정부 때이다. 영남권에서 가장 큰 김해국제공항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이른데다 2002년 중국민항기가 김해 돗대산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김해공항의 안전 문제가 떠오른 것이 계기였다. 2007년 대선에서 당시 이명박 새누리당 후보는 신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신공항 정치’의 시작이었다.
 
집권한 이명박 정부는 곧장 신공항 추진에 들어간다. 유치를 신청한 영남권 35개 지역에서 ‘조사’와 ‘분석’을 거쳐 5개로 압축하고 다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2곳으로 후보지를 압축하고 나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이왕 ‘조사’와 ‘분석’을 했으면 처음부터 최종 후보지를 1곳으로 압축한 후 정밀하게 타당성 조사를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두 후보지로 추려진 2009년 말은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둔 때였고, 정부가 입지평가위원회를 꾸려 두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시작한 2010년 7월은 선거가 끝난 뒤였다. 부산과 경남에 각각 1곳씩 후보지를 선정한 것도 공교로웠다. 부산과 경남은 여당이 자신의 정치적 텃밭으로 알고 있는 곳이다. 정부의 바람대로 되었는지, 신공항은 부산과 경남의 지방선거에서 쟁점이 되었고 지역 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을 키워냈다.
 
그리고 2011년 3월, 정부는 두 후보지 모두 신공항 입지에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 결과를 내놓고 신공항 문제를 없던 일로 끝내려고 했다. 평가 점수는 100점 만점에 밀양 39.9점, 가덕도 38.3점이었다. 신공항 건설 비용이 13 ~ 14조 원으로, 인천공항이 2단계 공사까지 들인 8.6조 원을 훨씬 능가하는데다 다음과 같은 난관이 있기 때문이란다.
 
밀양의 경우 27개 산봉우리 1.74억㎥(24톤 덤프 1,240만대 분량)를 절토하여 7 ~ 12 km를 운반하여 성토해야 하고 가덕도 또한 1개 산봉우리 0.41억㎥를 절토하고 105km 떨어진 해저에서 모래 0.69억㎥를 준설․ 운반하여 총 1.22억㎥의 흙(24톤 덤프 870만대 분량)으로 평균수심 19m의 바다를 매립해야 함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공항을 닦으려면 산을 깎아내야 하고 바다를 메워야 가능하다는 것은 입지 타당성 조사를 할 것도 없이 산으로 에워싸인 밀양과 바다로 둘러싸인 가덕도를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두 후보지 모두 환경파괴를 일으킨다며 진작에 반발했었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수년의 시간을 투입하여 내놓은 뻔하고도 당연한 결론에 부산과 경남의 민심은 폭발할 듯했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1년 전의 정부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하여 신공항을 공약으로 되살려냈다. 자기 정권에서 사망선고를 내린 사업을 다시 꺼내려면 어디에 어떻게 문제가 있었는지 규명하거나 반성하는 것이 먼저이다. 그러나 박 후보는 그런 과정은 쏙 빼놓은 채 신공항 추진의 당위성만 강조했다. 산을 깎고 바다를 메우는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는 거론도 하지 않았다. 박 후보는 부산에 가면 부산에 신공항을 줄 듯이 했고, 경남에 가면 밀양에 신공항을 줄 것처럼 처신했다. 지역언론들은 자기들 좋을 대로 해석하며 지역 민심에 다시 불을 지폈다.
 
대선도 끝나고, 또다시 더 이상 선거에 신공항을 이용할 수 없게 된 시점에서 신공항은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해 줄 것 같은 외국 용역회사에게 운명이 맡겨졌다. 결론은 가덕도도 밀양도 아닌 김해공항의 확장. 김해공항의 대안으로 신공항을 추진했는데 도로 김해공항이 답이란다. 용역을 맡은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은 지역갈등을 고려했다고 밝힘으로써 이 결정 역시 정치적임을 암시했다.
 
신공항의 대안으로 김해공항이 이번에 처음 언급된 것은 아니다. 2009년 정부가 밀양과 가덕도를 신공항 후보지로 추릴 당시 국토연구원은 김해공항의 확장 안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는 왜 국토연구원의 의견을 무시했을까? 정부가 영남권 민심을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쉬운 대안을 무시했다면 영남 주민들은 10년 가까운 세월을 꼼짝없이 농락당한 것이 된다.
 
장담컨대 ‘김해 신공항’의 추진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공항 인근에 살고 있는 700 가구는 소음 공해로 만성적인 고통을 겪고 있다. 24시간 항공기 소음에 시달리는 주민들에게 ‘김해 신공항’은 고통을 넘어 재앙일 수밖에 없다. 김해 신공항 결정에 대해 김해시민들이나 김해의 정치권이 무작정 환영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봉합된 문제는 언제든 정치적 계기만 주어지면 다시 터지고 말 것이라는 점도 ‘김해 신공항’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한다. 김해공항을 신공항 수준으로 확장하는 것으로 영남권 신공항 문제가 해소될 일은 아니며, 내년 대선에서 어설픈 봉합이 터져 다시 쟁점으로 부각되지 말란 법이 없다. 자신의 지역적 기반에 따라 신공항 유치 지역에 대한 지지가 엇갈리는 새누리당 정치인들과 달리, 더불어민주당은 경남의 정치인들마저도 밀양이 아닌 가덕도 신공항 유치를 주장할 정도로 응집력이 강하다. 어쩌면 다음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유치의 무산된 꿈을 다시 들고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신공항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권이 두 번이나 국책사업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당근을 툭 던져놓아 지역끼리 피 말리는 갈등을 하도록 부채질한 후 뒷감당을 하지 않고 손을 터는 일은 반드시 규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나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일은 언제든 다시 반복될 것이다.     
 

* <대자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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