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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왜 정치혐오에 시달리나?"
 
권영철   기사입력  2016/06/16 [01:06]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20대 국회가 국회의장 선출에 이어서 18개 상임위 전반기 위원장단을 선출하고 의원들의 상임위 배치를 완료했다.

그렇지만 20대 국회는 정치권 일각에서 '역대 최악'이라고 평가하는 19대 국회를 이어 받은데다 출범도 하기 전부터 '특권 국회'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출발부터 험로에 들어선 형국이다.

특히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양비론'이나 '국회무용론' 등으로 인해 '정치 냉소주의'나 '정치혐오'를 조장하고 나서면서 20대 국회가 국민의 대표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20대 국회 왜 정치혐오에 시달리나?" 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20대 국회 이제 첫 걸음을 뗀 셈인데 벌써 '정치혐오' 얘기가 나오는 거냐?

= 반드시 20대 국회를 겨냥했다고 보기는 그렇지만 국회가 문을 열기 무섭게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거론하고 나서면서 '국회의원 = 특권 집단' 또는 '국회의원 = 특권만 누리고 일 안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9일 KBS 뉴스9에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하는 덴마크 국회의원의 모습과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고 국회에서는 붉은 카펫이 깔린 의원 전용 통로로 들어가고 보좌진은 일반통로로 다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회의원들의 '특권' 부각에 나섰다.

동아일보는 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6년된 컴퓨터를 바꾸는 걸 예산 낭비라고 비난하는 기사를 '[단독]멀쩡한 컴퓨터 3000대 몽땅 바꾸는 20대 국회'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런 보도가 이어지면서 20대 국회는 출범도 하기 전에 특권만 누리는 집단으로 몰리고 있다.

▶ 국회의원들이 자초한 것 아닌가?

= 그걸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대 국회가 절차상 예정보다 늦게 출범한 건 맞고 또 상임위원장을 선출하면서 나눠먹기 하는 모습이나 공천과정에서 '진박논란' 등으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할 말이 없는 건 맞다.

KBS의 기사에 붙은 댓글을 보면 "밥값도 아깝다", "국회의원들 자전거 타고 출퇴근 하거나 대중교통 이용 하기를 적극 권장합니다. 스위스나 덴마크 국회의원 참조 하세요", "다내려놓고 겸손해져라 국민이 뽑아줬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지", 하는건 조또 없으면서 대우받을건 다 받을려고하지 제대로 일하는 의원이 몇명이나 될까?" 등등 대부분 국회의원 특권을 비판하는 내용이 2천건 넘게 달렸다.

구글에서 '국회의원 특권'으로 검색을 하면 관련 글이 40만건이 넘는다. 국회의원들에게 부여된 과도한 특권 중 불필요한 건 내려놔야 할 것이고 정쟁만 일삼는 풍토는 바꿔야 한다.

그렇지만 이런 보도가 무얼 의도하는지는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김광진 전 국회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정치혐오 하지말고 취재기사를 쓰시오' 라는 글에서 KBS 보도의 오류에 대해 하나하나 반박했고, 한신대 조성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덴마크는 인구 3만명에 의원이 1명이고 내각제 국가로 의회가 정부를 구성한다는 사실등을 소개하면서 "제발 보고싶은 것만 보면서 특권 운운하지 말자구요 기자양반들아~~~"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덴마크와 우리나라는 사정이 너무 다르다. 덴마크는 인구 3만명에 의원이 1명이고 내각제이다. 우리가 인구 3만명에 의원 1명을 둘려면 국회의원 1500명 쯤 되어야 한다. 이 정도면 보좌관 2명으로 줄이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예우나 특권을 대폭 축소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서 20대 국회가 왜 '정치혐오'에 시달리는 거냐?

= 첫 번째는 여소야대 국회라는 점이다. 20대 국회에서는 국회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 국회의장도 더민주 출신인 정세균 의원이다. 테러방지법처럼 정부가 원하는 법률을 직권상정할 일은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

이를 극복하려면 행정부가 국회와 제대로 협치를 하거나 아니면 국회를 무력화 시키거나 여론의 질타를 받도록 만들어 식물국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 센터장은 "박근혜 정부는 국회와 정치를 악으로 규정하는 반면 정부와 행정을 선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로 국회를 개혁해야할 대상으로 만들어 버렸다"면서 "이렇게되면 행정부를 강하게 견제하려는 국회의 시도는 국민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이 '여소야대'의 현실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심판론'을 여러차례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2015년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 주셔야 할 것입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야당과 국회법 개정에 합의했던 유승민 원내대표는 13일 만에 헌법 1조1항을 언급하면서 사퇴했다.

2015년 11월 10일 국무회의에서는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총선에서)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해 '진박논란'에 불을 붙였다. 그 이후 새누리당 공천과정에서 친박계 핵심들이 '진박'들을 공천하고 비박들을 배제하면서 새누리당 참패의 길로 들어서는 전주곡이 된 발언이 아닌가 여겨진다.

2016년 1월 13일 대국민 담화에서는 "이런 위기상황의 돌파구를 찾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바로 국민 여러분들입니다. 우리 가족과 자식들과 미래후손들을 위해 여러분께서 앞장서서 나서주시길 부탁드립니다"며 사실상 정치권 물갈이를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180석 이상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과반의석을 실패했을뿐 아니라 원내2당으로 전락했다. 박 대통령이 이런 현실을 인정 할 수 있을까?

▶ 박 대통령이 20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국정운영 동반자로 국회를 존중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으로 3당 대표와의 회담을 정례화하고,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국회를 존중하며 국민과 함께 선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마련할 것"이라고 국회에 손을 내미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렇지만 연설문 전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협치를 하겠다거나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아 대화하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는 읽기 어렵다. 야당도 개원연설에 대해 여전히 대화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세 번째는 20대 국회에 국한된 게 아니지만 '국회 = 정부의 발목잡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벗기지 않으려는 기득권의 의도 때문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두 번이 모두 국회법 개정안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여.야가 합의해서 국회 본령의 임무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이는 국회더러 거수기 역할만 하라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국회가 일을 안 한다고 비판하지만 그 근본원인은 국회더러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얘기다.

최창렬 교수는 "'당청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면서 "당청관계가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기 위한 거수기 역할을 하라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야당과 합의해서 법률안을 통과시켜놓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니 아무런 말도 못하고 야당을 비난하는 건 정당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19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실제 따져보면 그렇지는 않다는게 정치학 교수들이나 평론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낙인이 찍힌 이유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정부가 원하는 법률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국회의원들이 비판받을 점이 있지만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건 기본적으론 집권세력의 통치프레임"이라면서 "국회의원들에 대해 정치에 대해 냉소화 하도록해서 그 권위를 추락시키면 누가 제일 좋겠나?"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의 관행화된 평가라는 분석이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정치불신이 계속되다 보니까 언론들이 근거가 취약한 상태에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여론에 영합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더민주 원혜영 의원은 "언론 보도는 악의적이라거나 의도되거나 기획된 것이라기 보다는 습관적인 것으로 본다"면서 "과거의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사실과 다른걸 과장해서 보도하는, 쉽게 기사를 쓰는 경향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인 양문석 박사는 "특정한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시청률을 의식한 가십성 기사로 본다"면서 "이런 보도가 축적돼서 정치혐오를 조장하게 된다"고 풀이했다.

국회의원들의 특권을 내려 놓아야 한다는 기사가 출고되면 반응이 뜨겁다. 어느새 '국회는 불필요한 집단'이라는 낙인이 찍힌 모양새다.

최창렬 교수는 "정치를 싸잡아 비난하면 권력을 가진측에 유리하게 된다"면서 "국회가 무력화 될 경우 대통령이나 행정부의 독주가 일어나게 된다"라고 말했다.

▶ 이걸 바로 잡을 수는 없는 거냐?

= 바로잡을 수 있다.

첫 번째는 우선 주인인 국민들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언론의 보도나 정치평론가들의 논평은 양비론이 많다.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국회법 문제로 청와대와 국회가 충돌하면 그 원인이 무엇때문인지를 제대로 따져서 잘 잘못을 가려야 한다. 그런데 흐르면 청와대는 관전자 또는 방관자로 물러나고 여.야간 대결로 흘러간다. 그러다보면 정치권 전체가 잘못하는 것이 되고 여나 야나 국회의원들은 싸움만 일삼는 그런 이미지를 주기 쉽상이다.

국민들이 외부에 드러나는 언론에서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거나 정치냉소주의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나 논평에 대해 비판적이어야 한다.

두 번째는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나라 정치에서 대통령이 바뀌지 않으면 무엇도 하기 어렵다. 당장 '세월호 진상조사 문제'만 봐도 그렇다. 대통령은 국회로 미루지만 청와대가 반대하니까 여당으로서는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최창렬 교수나 윤희웅 센터장은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정치가 달라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정치제도의 틀을 바꾸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으로 개헌이 거론된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개헌의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정 의장은 내년이면 소위 87년 체제의 산물인 현행 헌법이 제정된 지 30년이 된다는 걸 상기시키면서 "개헌은 결코 가볍게 꺼낼 사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외면하고 있을 문제도 아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서 "개헌의 기준과 주체는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며 그 목표는 국민통합과 더 큰 대한민국"이라고 강조했다.

최창렬 교수는 "'정치혐오'나 '국회의원들 특권내려놓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면서 "개헌을 통해 권력구조를 바꿔야 하고 선거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 번째로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정치인들 스스로 인기영합적인 이슈를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표풀리즘이 국회의원의 '무노동 무임금'이나 '세비 반납'같은 지엽말단적인 이슈를 제기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불필요하거나 과다한 특권을 그대로 두거나 강화하자는 게 아니다. 국회의원은 어떻게 법률을 만들고 정부예산과 결산을 어떻게 할 것인지, 민생을 위해 무얼해야 하는지를 고민해야지 인기에나 영합하는 저급한 주장으로 이슈를 만들려 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이 회기에만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법률안을 발의하기 위해서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작업이 있어야 한다.

물론 국민들도 인기영합적인 그런 이슈에 환호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일하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400조가 넘는 1년 예산 중 국회에서 심의할 수 있는 금액은 전체 예산의 3%에도 이르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국회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된 더민주 김현미 의원은 "해마다 아무리 늘려 잡아도 국회 예산심의 시스템이나 국회 운영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전체예산의 3%도 다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정치가 무너지면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다. '정치혐오'는 기득권에 유리하고 국민에게는 불리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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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6/16 [01:0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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