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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멀쩡한 사람이 투정하듯 단식하면 안돼"
김영대위원장 맞불단식 마무리, "한나라당 대선자금 밝혀야"
 
심재석   기사입력  2003/12/05 [12:53]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단식 투쟁에 ‘맞불단식’으로 최 대표 단식의 부당함을 호소해 오던 열린우리당 김영대 노동위원장이 열린우리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심정을 밝혔다. 최 대표보다 하루 더 단식을 하겠다고 공언해온 김 위원장은 최 대표가 5일 단식을 끝냄에 따라 6일까지 단식을 하게 된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이유였다면 처음부터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재의하면 되는데 도대체, 열흘 가까이 국회를 공전시켜 예산안 심의 시한을 넘기고, 민생현안들을 외면한 이유가 무엇이었던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열린우리당 김영대 노동위원장의 단식농성 모습     ©열린우리당홈페이지

더불어 “검찰 수사를 통해서, 그리고 국회가 재의한 바대로 특별검사를 통해서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실체가 밝혀지고, 대통령에 대한, 우리 정치권에 대한 도덕적 신뢰가 한 단계 높아지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불법적인 대선자금 모금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나라당의 지난 대선 시기 행태 역시 철저히 실체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열흘간의 단식은 개인적으로 해보았던 몇 차례의 단식투쟁 중에서 가장 힘든 단식이었다”며 그 이유는 ‘네거티브 단식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다시는 이번과 같은 네거티브 단식, 또는 사지 멀쩡한 사람이 몸을 움직여 자신을 주장할 수 있음에도 투정하듯이 밥부터 굶는 단식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그러나 “남에게 분노해서 밥을 굶은 지난 열흘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었다”며 “정치를 일구겠다고 닻을 올린 <열린우리당>은 진정으로 그런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가, 그 당의 주요 당직자인 나는 과연 자신 있게 국민과 당원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특검으로 맞불을 놓고 정쟁을 하는 것은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부정하고 국회를 마비시키는 횡포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맞불단식에 들어간 바 있다.

김 위원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80년 청계피복노동조합 강제해산 항의투쟁, 85년 구로 동맹파업 등으로 구속된 바 있고,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정치권에는 개혁국민정당 사무총장으로 발을 들여놓았으며, 제16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참여정부 첫 내각의 노동부장관에 거론되기도 했다.

아래는 열린우리당 김영대 노동위원장이 자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이다.


단식을 마무리하며

나라를 갉아먹는 정쟁꾼이 아니라, 스스로 앞장서서 희망을 개척하겠습니다.

한나라당 최병렬대표님이 오늘 병원으로 간 뒤, 단식을 마무리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열흘 동안 함께 단식한 저도 약속대로 내일부터 단식을 끝내려 합니다. 힘든 열흘 이었습니다.

아쉽습니다. 대통령의 특검 거부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이유였다면 처음부터 헌법이 정한 절차대로 재의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도대체, 열흘 가까이 국회를 공전시켜 예산안 심의 시한을 넘기고, 민생현안들을 외면한 이유가 무엇이었던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 3당이 뭉쳐서 소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을 재의한 이유 역시 여전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검찰 수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 않습니까. 믿을 수 없다는 얘기인가요?
국회의 과반수를 점하는 거대정당의 대표가 여전히 “대통령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던 그 옹졸함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듭니다.
아무쪼록, 검찰 수사를 통해서, 그리고 국회가 재의한 바대로 특별검사를 통해서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실체가 밝혀지고, 대통령에 대한, 우리 정치권에 대한 도덕적 신뢰가 한 단계 높아지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점에서 여전히 불법적인 대선자금 모금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한나라당의 지난 대선 시기 행태 역시 철저히 실체를 밝혀야 할 것입니다. 기대하기는 한나라당의 진지한 고백이 있으면 더욱 좋겠습니다. 밥 굶는 각오라면 그 정도 고백이야 못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열흘간의 단식은 개인적으로 해보았던 몇 차례의 단식투쟁 중에서 가장 힘든 단식이었습니다. 정말로 힘들어서, 왜 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바로 네거티브 단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내가 요구하는 긍정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라, 남의 단식을 비난하기 위한 단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압도적 다수로 통과된 특검법 재의결 결과를 보면서도 저의 생각은 여전히 변함없습니다. 국회를 열흘간이나 파행을 시켜놓고 다수당의 총재가 굶으면서 협박했어야할 상황인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저의 단식의미에 논란이 있었지만 지난 열흘 전 제게 나름대로 ‘정의로운 분노’가 있었음을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께 이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약속하건대, 다시는 이번과 같은 네거티브 단식, 또는 사지 멀쩡한 사람이 몸을 움직여 자신을 주장할 수 있음에도 투정하듯이 밥부터 굶는 단식을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남에게 분노해서 밥을 굶은 지난 열흘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이었습니다. 돈정치, 패거리정치, 자영업자로까지 비아냥 받는 정치꾼들이 만드는 구태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분노가 여전합니다. 이런 국민들의 분노를 새기며, 희망의 정치를 일구겠다고 닻을 올린 <열린우리당>은 진정으로 그런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인가, 그 당의 주요 당직자인 나는 과연 자신 있게 국민과 당원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지금 47석의 원내의석을 갖는, 야 3당의 야합 앞에서 무력한 정당이지만, 국민참여형 정당을 통해서 깨끗한 정치를 선보이겠다던 약속대로 정치개혁의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당을 추스려야 하겠습니다. 당 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저 역시 혼신을 다할 것임을 당원 동지들에게 약속드립니다.

단식 기간 동안, 남들 밥 먹듯이 끼니를 걸렀던 어린 시절의 가난, 청계천에서 한 노동자로 일하면서 고통스런 장시간노동의 경험, 노동운동을 하면서 격어야 했던 3차례의 징역생활 그리고 수많았던 단식투쟁을 다시 기억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때의 나를 잊지 않고, 이 땅 노동자들, 민초들의 아픔을 살피고 작은 것 하나라도 개선하기 위해서 분투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거듭 이해를 구합니다. 생활현장을 찾아뵙고 제가 할 일을 챙겨야 할 사람이, 쌀이 떨어진 것도 아닌데 자리를 깔고 앉아 밥을 굶었습니다. 몸이 회복 되는대로 더 열심히 찾아뵙고, 듣고 함께 대안을 찾는 생활정치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단식중에 격려해 주신 영등포의 지역주민들, 당의 선배, 동료들, 후배들, 친구들, 그리고 특별히 단식중에 맞은 생일날에 찾아주신 이재정, 박양수, 유시민의원님 등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저를 다스리고 채찍질 하겠습니다. 함께 승리를 쟁취합시다.

감사합니다.

2003. 12. 5.

열린우리당 노동위원장 김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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