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의 우리말글사랑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공공기관과 대기업, 우리말 가장 어지렵혀
[진단] 올해 우리말 헤살꾼으로 뽑힌 대기업 KT, SK, GM, LS.
 
리대로   기사입력  2015/11/04 [23:56]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 얼이고 정신이다. 그 나라 말이 바로 서면 그 나라 정신이 바로 서고 나라도 바로 선다. 그러나 그 나라 말글살이가 어지러우면 그 나라도 어지럽다. 그래서 일찍이 100여 년 전 대한제국 때 주시경 선생은 “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가 내린다.”면서 우리말과 한글을 가르치고 지켜서 쓰러져가는 나라를 지키려고 한글책 보따리를 들고 십여 개 학교를 뛰어다녔다. 그러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일본에 강제로 나라를 빼앗겼다.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일제 때 주시경의 제자들이 한글맞춤법도 만들고 우리 말글을 갈고 닦아놔서 해방 된 뒤 배움 책을 한글로 적어 가르치고, 공문서도 한글로 쓰면서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쓰는 나라가 되었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경제가 빨리 발전해서 외국인들이 “한강에 기적이 일어났다.”면서 놀라고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배우고 쓰기 쉬운 한글 덕으로 반세기만에 온 국민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어 국민 수준이 높아졌고 그 바탕에서 우리 자주문화가 꽃펴서 ‘한류’라는 이름으로 나라 밖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래서 지난 수 천 년 동안 우리는 중국 한문과 한자를 배우고 외국 말글 섬기기에 바빴는데 지금은 중국과 여러 나라에서 우리 말글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참으로 기쁘고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복 떠는 사람들이 있다.


일본 식민지 때 길든 일본 한자말을 한자로 쓰자는 사람들이 판치고, 거기다가 한자가 물러간 자리에 미국 영문을 섬기기 바빠서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고 우리말이 아파서 죽을 판이다. 1300여 년 전 통일 신라가 중국 당나라 문화와 한문을 섬기면서 관직 이름과 땅이름, 사람이름까지 중국식으로 바꾸면서 우리나라는 중국 말글 식민지, 중국문화 곁가지 신세가 되었는데 지금 회사이름, 관직과 정책 이름까지 미국 영문으로 바꾸고 있다. 그래서 우리 말글살이가 어지럽고 나라가 흔들려서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그런데 일반 국민도 아니고 정부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우리말 짓밟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회장 이대로)가 500여 정부기관 누리집(홈페이지) 말글살이 실태를 조사했는데 국어기본법과 공문서 규정을 어긴 것이 너무 많았다. 국어기본법은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 작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제14조(공문서의 작성) ①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 따라서 “Think Tank, Win-Win과 같은 외국어는 번역해서 국민 누구나 알기 쉬운 말로 써야 하고,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라 해도 외국 글자는 괄호 안에 표기해야 한다.”라고 덧붙이고 있다.
 
그런데 외교부 누리집을 소개하는 각 방은 “ PO, 이슈별 자료실, 뉴포커스, 관련 사이트. G20, OECD, APEC(외교부)” 둥의 이름을 쓰고 있었으며, 외교부 소식지(468호])에는 ‘알go 챙기go 떠나go~ 해외안전여행 캠페인 동영상 공개!’ 등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 쓰는 사례를 보였으며,
외교부 유튜브 동영상에서는 ‘너 do 나 do 공공외교 모자이크로 만나다’ 등을 쓰고 있다. 해양수산부 누리집을 소개하는 방에는 ‘WTO/FTA소식’, ‘수산물이력제/HACCP소식’ 등을 쓰고 있으며, 알림창에는 ‘2014년 어식백세 수산물 브랜드 대전’이라는 무슨 말인지 알기 어려운 말을 쓰고 있었다.
 
만금개발청 누리집은 더 심각하다. 예를 들자면,Why?새만금!’을 시작으로 마스터플랜, 비전 및 개발전략, 국가성장엔진, 新문명 글로벌 시대 선도, 투자인센티브, 행사&이벤트, 원스톱서비스, 새만금35경, 새만금여행코스, 시즌별, 종교역사코스, 뉴스레터, 포토갤러리, 새만금 CI 소개, 심벌마크, 로고타입 시그니처, 슬로건, 엠블럼, 전용칼라, home, Step1. 신청, Step2. 접수 및 처리, Step3. 열람, Step1. 등을 마구 씀으로써 우리말글을 어지럽히고, 국민과의 소통을 어렵게 한다. 모두 한글맞춤법과 국어기본법을 무시하고 어겼다.

 

▲ 정부기관의 한글보호 수준을 알 수 있는 누리집 안내문     © 리대로


 
위 찍그림은 정부기관 누리집 알림창 모습이다. 말장난 수준이다. ‘정책브리핑’이란 이름부터 ‘브리핑’이란 영어가 들어갔다. 그리고 각 분야 제목을 보면 “브리핑룸 홈,기획&특집 홈, 칼럼&피플, 정책플러스, 아카이브,공감포토, 위클리공감, 정책뉴스홈, 하이라이트, 특집홈, 정책포커스, 국정비전, 이슈Q&A, 인포그래픽, 소셜네트워크,SNS이벤트, 칼럼&피플 홈, 인터뷰,e-book, 포토에세이, 카툰공감, 인문인터뷰 들들 영어로 된 것이 너무 많다. 일반 국민보다도 나라를 이끄는 공무원과 정부 기관이 우리말을 더 사랑하고 바르게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한글날을 국경일로 정하고 언어문화개선을 하는 마당에 바른 정부 모습이 아니다.


대기업 말글살이도 엉망이다.


자본주의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은 나라살림 중심축이고 그 말글살이도 일반 국민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대기업 보도 자료는 공공기관 보도 자료 못지않게 바른 말글살이를 해야 한다. 대기업이 잘못 쓴 보도 자료 글과 내용이 그대로 언론을 통해서 온 국민에게 알려지고 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한글날을 맞이해 한글사용성평가위원회가 개발한 언어실태 조사 도구로 40대 대기업 보도 자료를 가지고 일본 한자어와 일본 말투, 그리고 영어 사용 실태를 조사하고 검토 평가해보니 일본 한자말과 영어가 10개 어절 당 3개 비율로 나타났다.


40대 대기업 보도 자료에서 일본어투 용어와 외국어, 어려운 한자어 등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은 ‘케이티(KT)’이며, 그 뒤를 이어 ‘에스케이(SK)’, ‘한국지엠(GM)’, ‘엘에스(LS)’, ‘엘지(LG)’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와 국어, 한자어 등을 마구 섞어 쓴 국적 불명의 신조어나 혼합어가 많이 발견됐다. 또한 로마자나 한자어를 그대로 쓰는 등 국어 기본법을 위반했거나, 한글로 표기했지만 어려운 용어를 쓰거나, 대체할 수 있는 순화어가 있음에도 지나치게 어려운 용어를 쓰는 사례도 많았다.


KT, SK, LS, LG 등 회사 이름부터 로마자로 쓰고 있었으며, 상당수의 전문어가 아닌 낱말들도 Makers, VOD, VIP, CEO, LAB, OK 등 로마자를 마구 사용하고 있다. 또 국적 불명의 혼합어로는 리스크관리, 리프트권, S-클래스, e-커머스, K-무비, K-패션, e-청첩장 등이다. 어려운 한자어로는 제고, 전수, 개소, 산하 등 일본어투 한자어가 많았고. 심지어 ‘스시’라는 일본어를 그대로 사용한 사례도 발견되었다. 또한 멘토, 시너지, 포트폴리오, 서비스, 프로그램, 드림, 멤버십, 아이디어, 노하우, 센터 등 한글로 표기 했으나 습관적으로 쓰는 외국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서 2010년도에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들 가운데 공공문서나 정책용어에서 영어 사용에 대해 불만족한 경우가 57%로 나와 외래어 및 외국어, 전문용어 사용에 대해 대체로 안 좋게 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어려운 서식 및 정책용어로 국민과 공무원의 시간 손실이 연간 285억 원에 이르는 등 막대한 사회 비용을 초래하고 있다”라고 했다. 제 겨레말, 쉬운말 쓰기는 세계 흐름이다. 미국 오바마 정부에서도 ‘쉬운 언어는 시민의 권리’라고 규정하며 대중이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언어로 정부와 국민이 하나로 뭉치고 정책 효과를 높이자고 지난 2010년 ‘쉬운 글쓰기 법(Plain Writing Act of 2010)’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한글은 미국이 쓰는 로마자나, 중국이 쓰는 한자나, 일본이 쓰는 가다가나보다도 더 훌륭한 글자다. 한글은 돈이고 힘이다. 우리말은 우리 얼이다. 한글과 우리말이 빛나면 우리나라와 겨레도 빛난다. 그런데 공공기관과 대기업이 앞장서서 한글을 우습게 여기고 푸대접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고 바보짓이다. 우리 모두 한글을 잘 이용해서 영국과 미국처럼 잘 사는 나라를 빨리 만들자. 그래야 노벨상을 타는 사람도 나오고 나라가 빨리 일어나고 일본과 중국, 미국이 우리를 깔보지 못한다. 그리고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떳떳하게 살 수 있다. 이제 언어사대주의에서 벗어나자. 세계 역사를 살펴봐도 제 말글을 지키지 못한 만주족은 사라지고 나라를 잃고도 2천 년 동안 제 말글을 지킨 이스라엘 족은 나라를 다시 세웠다. 제 말글을 사랑하고 잘 부려 쓴 겨레와 나라가 빨리 발전하고 제 문화가 꽃폈다.

 

▲ 대기업 SK의 보도자료. 우리말과 외래어가 뒤범벅이 되어 있다.     © 리대로


SK 보도 자료다. 영어와 어려운 한자말이 30%나 되어 우리 말글살이를 어지럽히고 있다.


<대자보> 고문
대학생때부터 농촌운동과 국어운동에 앞장서 왔으며
지금은 우리말글 살리기 운동에 힘쓰고 있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 공동대표

한국어인공지능학회 회장

한글이름짓기연구소 소장
세종대왕나신곳찾기모임 대표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5/11/04 [23:56]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

  • 어휴 2015/11/14 [12:24] 수정 | 삭제
  • 얼마나 외래어(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