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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는 목소리꾼 아닌 음성표현 전문가
[서평] KBS성우 김석환의 <성우개론>, 성우에 관한 체계적 이론서
 
김철관   기사입력  2015/09/28 [13:17]
▲ 표지     ©인기협

최초로 현직 성우가 쓴 성우계의 체계적 이론서가 나왔다. 지금까지 체계적인 학술이론이 없었던 음성표현의 예술가 ‘성우’를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데 착안해 ‘성우개론’이라는 책을 펴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KBS 공채 32기 성우로 입사한 김석환 씨가 펴낸 <성우개론>(형설출판사, 2015년 9월)은 품격 있는 예술가이자 음성표현전문가로서 성우의 진면목을 공고히 한 실용서이면서 전문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전에서 성우의 정의를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영화의 음성 녹음이나 라디오 드라마 따위에 출연’ 그리고 ‘라디오 방송극이나 영화의 재녹음 등을 할 때,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목소리만으로 연기하는 배우’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사전적 정의가 성우의 본질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의 성우는 훌륭한 연기적 표현과 국어적 소양, 상상력과 창조력을 기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단지 ‘목소리’라는 단어 하나에 함몰되는 느낌이라 반드시 수정해야 한다고, 

그럼 저자는 성우를 어떻게 정의해야한다고 생각할까. 3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음성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 라디오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에 출연하다 ▲방송극 및 음성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로서 방송전체에서 활동한다 ▲준언어 및 언어 표현 전문가로서, 배우, 진행자, 교육 분야에서 폭넓게 활동한다 등이다. 

저자는 이 땅에서 성우는 방송 시작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현대적 연극이 시작되던 시기와 맞물리며 탄생했으므로 그 모든 역사적 사실들이 사료로서의 가치는 물론이고 학술적인 가치도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성우의 자질은 어떠해야 할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태생적으로 성우는 예술인과 방송인의 두 소양을 반드시 함께 가져야 한다. 초기 원류에 해당하는 성우의 경우 비교적 이 두 소양을 고루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이는 가치적으로 볼 때 예술인으로서의 깊이를 갖춘 방송인이면서 반대로 방송인으로서의 엄정한 지식과 소양을 가진 배우로 평가되어야 한다.” -본문 중에서- 

현재의 성우는 예술인이면서 방송인으로서의 소양을 갖추었을까. 그리고 이런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까. 

“방송사와 연출자에 대한 습관적 종속태도와 더불어 일부지만 성우계에 존재하는 수직적 조직문화, 구성원 간의 불신, 전체를 위하지 않는 판단, 품위 없는 행동 등은 서로를 가치 없게 바라보는 시선에 다름 아니라 할 것이다. 이는 나아가 결국 자기 자신을 가치 없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자긍심 부재의 결과이기도 하다.” -본문 중에서- 

특히 성우에 대해 음성연기 및 준언어를 포함한 언어표현 전문가이면서 연기자로서 뛰어난 표현력과 훌륭하고 개성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학술적 정립이 필요했다고 책을 낸 이유를 밝히고 있다. 

“(성우가) 기능인에서 전문가로, 해설자에서 해설가로, 목소리만에서 음성표현 전문가로, 나아가 방송인 그 이상의 방송인, 배우 그 이상의 배우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근간에 학술적 정립이 필요하다(중략).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성우계 구성원 및 성우를 꿈꾸는 모든 후학들의 지향이 바뀌어야 하며 그 시작에 학술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는 ▲음성이 좋아야 하는 점 ▲정확한 표준어의 구사와 순화된 방송 언어의 습득 ▲세밀하게 훈련된 표현력 등을 성우가 되는 기본소양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기본 소양 외에 성우의 요건들은 뭘까. 먼저 순발력과 통찰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많은 경험과 높은 지적 능력, 매력과 교양 그리고 품위로 신뢰감을 줘야 한다. 또한 훌륭한 매너와 친화력 그리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이 필수요건이라고 밝히고 있다. 

예술가와 방송인, 그리고 표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성우의 미래는 어떠해야 할까. 

“성우는 예술가다. 성우는 방송인이다. 성우는 표현 전문가다. 위 세 명제는 현재에도 유효하다(중략). 더불어 미래 방송환경을 고찰하면서 성우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비언어표현 영역이다. 성우의 활동영역을 크게 보면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다. 소통이란 양방향성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언어표현 전문가인 성우는 아직까지 단방향성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비언어적표현 전문가로서 입지가 약한 것은 성우가 본격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입지를 확보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비언어적 표현 소양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우는 라디오방송에 특화된 기준으로만 신입성우를 선발하고 있다. 열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래지향적 성우 선발을 통해 미래 방송환경에 대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이외에도 저자는 성우연기론(라디오, 광고홍보, 내레이션, 진행자. 준어언와 비언어, 음성표현 등), 성우와 방송(방송언어, 경어법, 마이크 사용법, 글말과 입말 등), 성우와 법제도(방송법, 저작권, 저작인접권 등), 표현훈련(호흡, 발성, 공명 등) 등 실무형 이론들을 디테일하게 기술했다. 

이 책이 인정받아야 할 점은 현직 성우가 쓴 성우계의 최초 이론서라는 것이다. 특히 성우를 아티스트적 면모로 재조명했고, 성우 연기와 방송언어 분석, 미래를 위한 방향 제시, 실용적 표현 훈련까지 성우에 대해 심도 있게 정리했다는 점이다. 

저자 김석환은 서울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지난 2005년 KBS공채 32기 성우로 입사했다. 10여 년간 음성표현 전문가이자 내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라디오 다큐멘터리 <역사를 찾아서> 진행자이다. 사단법인 한국성우협회의 법무 및 기획을 담당하기도 했다. 그는 2014년 한국방송프로듀서협회 주최 제26회 한국PD대상 성우․내레이션 출연자상을 수상했다. 

이 책을 감수한 박형욱은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방송학을 전공했고,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미디어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KBS공채 24기 성우로 입사해 22년간 많은 프로그램의 내레이션을 담당했다. 숙명여대, 동덕여대, 명지대, MBC와 SBS방송아카데미 등에서 화술 및 스피치, 표현 특강을 하고 있다. 그는 2013년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2015년 제42회 한국방송대상 성우․내레이션 부문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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