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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씨개명된 우리 풀꽃 어떤 것이 있을까?
[진단] 이윤옥 소장의 <창씨개명된 우리풀꽃>, 일본식으로 남은 토종 풀꽃 모아
 
김철관   기사입력  2015/08/29 [14:25]
▲ 표지     © 인물과 사상사


일제 식민침략으로 창씨개명만이 아닌 우리영토의 풀꽃까지 일본식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사실을 밝힌 책이 나왔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토종 풀꽃에 일제의 잔재를 찾아 밝힌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이 쓴 <창씨 개명된 우리의 풀꽃>(2015년 8월 인물과 사상사)은 일본식 이름으로 잘못 이름이 붙여진 우리의 토종 풀꽃을 제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한 책이다. 한 마디로 20세기 한 때, 일제에 의해 아픔을 겪었던 우리 풀꽃 이름의 속사정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큰불알꽃, 며느리밑씻개, 도둑놈의갈고리, 좀개갓냉이 등 우리 풀꽃의 이름은 때때로 불쾌하고 정말 저속할까. 

바로 일본말을 번역해 옮긴 풀꽃 이름이 고착화 됐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로 일본인들이 한반도의 식물을 채집하고, 이름을 붙이면서 우리 풀꽃 이름의 수난이 시작되었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조센니와후지는 땅비싸리보다 조선댑싸리가 더욱 어울리는 이름일 것이다. 더 좋은 것은 일본인이 붙인 이름을 고집하지 말고, 우리 정서에 맞는 이름으로 하나씩 바꿔나가는 것이다. 단순히 풀꽃 이름뿐 아니라 풀꽃을 설명하는 국어사전이나 식물도감의 설명 역시 총상화서니, 육수화서처럼 일본 말 찌꺼기로 설명하기보다 알기 쉬운 우리말로 풀어야 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일본산 금송은 우리의 항일유적지에 버젓이 서 있다. 충남 아산 현충사 충의문 계단 옆에 있고, 금산 칠백의총 사당인 종용사 앞, 경북 도산서원 등에 현재 상존하고 있다. 현충사는 임진왜란 당시 일본과 치열하게 싸웠던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있고, 칠백의총은 임진왜란 때 전사한 조선의병 700인의 혼을 모시 곳에다가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파괴한 비석으로 모아 만든 우리의 뼈아픈 항일 역사 현장이기도하다. 이런 이유로 일본산 금송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야한다는 저자의 말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특히 일본이 원산지인 노란단풍은 충남 아산 현충사와 100년 전 일본인들의 만행으로 궁궐이 파괴된 쓰라린 역사가 서려 있는 경복궁 뜰에 버젓이 서 있다는 것은 적절한 처사가 아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일본의 대표조경수로 왜향나무, 나사백으로 불리고 있는 가이즈향나무가 호국영령이 잠들어 있는 국립현충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사당, 초중고 교정, 관공서 등에서 활개 피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바로 우리 향나무로 바꿔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가이즈향나무는 1909년 1월 이토 히로부미가 대구를 방문해 달성공원에 두 그루를 기념식수한 것을 계기로 주민거주지는 물론 관청, 학교 등에 집중적으로 심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을꽃의 대명사 국화는 유달리 시인들의 사랑을 받는 꽃이다. 산림청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무려 44종의 국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멸종위기에 있는 마키노국화다. 이 국화는 일본말 용뇌국(류노키쿠)이다. 용뇌국은 향료로 쓰인 용뇌수의 향과 닮아 붙인 이름이다. 마키노국화는 일본 식물학자 마키노의 이름을 딴 것이다.” -본문 중에서- 

국화하면 미당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가 떠오른다. 서 시인은 20대에 수필 ‘스무 살 된 벗에게’서 부터 ‘반도학도 특별지원병 제군에게’, ‘사이판 섬에서 전사한 영령을 맞이하여’, ‘오장마쓰이송가’ 등 친일작품을 남겨 친일 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이다. 그는 말년 치매를 막기 위해 세계 명산의 이름을 외웠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치매방지용 세계명산이 아니라 우리의 여성독립운동가 이름이라도 외었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남긴다. 

며느리들을 욕보이는 며느리밑씻개는 푸른 5월이면 들이나 산골길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가시가 촘촘히 난 풀로 며느리들이 밑을 닦는다는 의미이다. 

“며느리밑씻개는 일본말 의붓자식밑씻개(마마코노시리누구이)에서 유래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붓자식을 며느리로 바꿔 부르고 있다.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이 밉지만 한국에서는 며느리가 미운 것일까?” -본문 중에서- 

일본말 지도메구사에서 온 말인 피막이풀은 상처에 바르면 출혈을 멈춘다는 것이다. 한방에서 이뇨, 해독, 소종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풀이다. 불교를 비하한 중대가리풀, 교토 센노사에서 유래한 동자꽃도 일본말에서 유래했다. 

일제에 침탈당한 우리의 풀꽃에 이름을 남긴 일본인들도 많다. 

한반도 고유종 62%에 이름을 올린 나카이 다케노신, 일본 식물의 아버지라고 불린 마키노 도미타로, 한반도 식물을 최초로 조사한 일본인 우치야마 도미지로, 임업기사에서 경성제국대학 교수가 된 이시도야 쓰토무, 조선식물 교과서를 만든 모리 다메조, 리기다소나무를 들여온 우에키 호미키, 제주 왕벚나무에 자기 이름 붙인 마쓰무라 진조 등이다. 이들 대부분은 우리 약초이름 속에도 들어 있고, 이외 기타가와, 기타무라, 하라, 혼다 등도 약초 이름에 남겼다. 

이 책은 ▲아직도 되찾지 못한 우리의 풀꽃 ▲일제에 바쳐진 우리 풀꽃 이름 ▲일제에 침탈당한 우리의 풀꽃들 등 250여 쪽으로 이루어 졌다. 

저자 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 한국 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이런 작업의 대표적 작품으로 <신일본 속의 한국문화답사기>, <일본 속의 고대 한국 출신 고승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쿠라 훈민정음>, <오염된 국어사전> 등이 있고, 시집 <사쿠라 불나방>, <서간도에서 들꽃 피다>(1~5권) 등을 출간했다. <문학세계> 시부문으로 등단했다. 한국외대 연수평가원 교수, 일본와세다대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순화위원 등을 역임했고, 현재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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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8/29 [14:2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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