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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준 씨에게… 힘드냐? 우리도 힘들다
[변상욱의 기자수첩] 병역기피, 누구는 매달리고 누구는 쿨하고…
 
변상욱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변상욱의 기자수첩>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홍콩에서 인터넷 생방송 후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서 있는 유승준 씨.
 
가수 유승준 씨의 과거 병역기피와 그에 대한 처분, 그리고 용서 문제로 갑론을박이다. '그 정도 야단을 쳤으면…', '그 쯤 했으면…'등의 반응도 등장하는데 현실 법제로는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국적법 제9조 2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국적 회복을 허가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고 그 가운데 제 3호는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거나 이탈하였던 자"로 되어 있다.
 
병역을 빠지기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내려놓았던 사람은 다시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없는 것이 현행법이므로 유승준 씨는 대한민국 국민이 될 수 없고 그래서 대한민국 군인이 될 수 없다.
 
◇ 병역기피, 누구는 매달리고 누구는 쿨하고…


유승준 씨와 유사한 사례는 남녀 모두에게 병역의무가 부과되는 이스라엘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스라엘은 남성·여성 모두 18살에서 20살 사이에 군복무를 해야 한다. 빠지려면 18살 어린 나이에 결혼하거나 임신 중이거나 정통파 유대교 신도로서 종교수행을 삶의 전부로 살아가고 있거나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거나 아랍계 이스라엘인인 경우에 인정된다.
 
슈퍼모델 출신으로 미남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애인으로 잘 알려진 바 라파엘리도 병역 의무를 기피했다. 15살부터 모델이 되어 곧장 슈퍼모델 반열에 오른 라파엘리는 군 면제를 위해 18살에 혼인식을 올린 뒤 슬쩍 이혼해 버리는 편법으로 군복무를 피했다. 이스라엘 여성들이 가장 많이 써먹는 방법이다. 바 라파엘리는 유승준 씨와 달리 쿨하다. 이탈리아 패션잡지 GQ와의 인터뷰가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 거기서 그녀는 군입대를 하지 않은 걸 후회하지 않으며 뉴욕서 살면 그 뿐이라고 당차게 이야기했다. 혹 유승준 씨가 미국에서나 중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면 양상은 달라졌을까?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애국심에 불타는 이스라엘 국민, 거대한 아랍국가들을 똘똘 뭉쳐 물리치던 이스라엘의 공고한 이미지는 이제 과거의 추억일 뿐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이스라엘 병역면제 비율은 남성이 무려 26%, 여성은 43%이다. 징집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1980년의 남성 병역 기피율은 12.1%였다. 군에 입대했다고 해도 끝까지 군복무를 마치는 건 60% 수준이다. 군에 입대한 후 빠져나가는 각종 이유 중 정신질환이 많다. 군에 적응 못하겠다고 난리를 치면 빠지고 입대 전에 완강히 거부하면 면제나 대체복무가 되어버린다 한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젊은 층 사이에 군복무 기피 성향이 확산되는 데는 인기 연예인이나 유명 인사들이 군복무를 기피하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한다. 최근 이스라엘이 국가 기술발전과 혁신에 대한 공익광고를 제작하면서 라파엘리를 모델로 기용하자 국방부가 아주 나쁜 선례가 될 거라며 항의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러나 외무부는 이스라엘의 이미지를 드높인 라파엘리의 세계적인 인지도를 감안해 광고제작사의 결정이 옳다고 옹호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병역기피자나 군에 입대한 뒤 이런 저런 핑계로 조기전역한 연예인들의 군부대 공연 등도 금하고 있다. 대표적인 연예인이 인기 가수 이브리 라이더. 그는 군에 입대한 뒤 1달 쯤 복무하고 빠져 나왔다. 이외에도 군기피자들이 방송에 출연 못하도록 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군기피를 방지하려는 이스라엘 국방부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군은 자신이 정통파 유대교 신도여서 군복무에 임할 수 없다고 병역을 면제받은 여성들의 페이스북 등을 대대적으로 검색해 사실 여부를 가려냈다. 정통파 유대교인이면 유대교 율법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외부 식당을 이용할 때 유대교 율법에 따라 음식물을 취사해 내놓는 식당에 가야 한다. 마치 무슬림들이 할랄로 제공되는 음식만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에 친구들과 일반 레스토랑에 가서 먹방 찍은 사진들이 페이스북에 올라 있어 가짜 정통파임이 들통난 것.
 
또 페이스북에 사진을 업데이트하거나 글을 올린 경우 날짜와 요일을 확인해 안식일인 경우도 적발 대상이었다. 안식일은 종교적 경건함을 지키고 일체의 다른 일상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함으로 전자제품이나 휴대폰 등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율법이다. 물론 승용차를 타고 레져를 즐기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적발된 여성 병역기피자가 1천 명이나 되었다는 것. 병역기피자가 이 정도 규모라는 것은 이미 이스라엘 국민들의 국방의식도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레바논 전쟁 이후 군인들의 부상과 사망이 늘어나자 부모들도 바뀌기 시작했다. 외적의 침략에 맞서 조국을 지키는 것이 아닌 이제는 강자의 입장에 선 이스라엘에서 굳이 영토와 세의 확장을 위해 자기 자식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에 쉽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다.


◇ 노블레스 오블리제는 통일신라가 마지막?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병역기피의 시작은 어찌될까? 국군의 전신인 조선국방경비대의 초대 사령관이자 이승만 정권의 막후 실력자인 원용덕의 아들에서 시작된다. 아들이 육사를 마치고 그 동기생 150명 전원이 전선에 투입될 때 자기 아들만 헌병 병과로 빼돌려 후방에 배치해 온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킨 사건이다. 1950년대는 징집을 연기하고 도망 다니며 징집 나이를 넘기기도 했지만, 대학에 들어가는 게 가장 보편적인 병역기피 방법이었다. 1953년부터 10여 년간 시행된 해외유학인정 선발시험도 병역기피의 통로가 됐다. 해외로 유학 가 돌아오지 않으면 되는 것. 7,400명이 유학 떠나 6% 정도만 돌아왔다고 한다. 상류층 자제들의 병역기피이다. 4.19 이후 민주당 정권이 병역미필자에 대한 일제 조사를 벌였을 때 병역기피자 10만, 그리고 탈영자가 1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고 21살부터 30살까지의 공무원들 가운데 병역미필자 2,700명이 적발돼 해임되기도 했다. 지금도 국정감사 자료에 등장하는 ‘병역기피 의혹 해외미귀국자는 800~900명 선에 이르고 역시 강남 거주자가 많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
 
또 인사청문회 때마다 드러나는 정치지도자나 사회 유력인사들의 병력기록은 화려하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귀족과 특권층, 부유층이 먼저 전선으로 나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전통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아마 신라의 화랑도가 마지막이었을 거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싶다.
 
이스라엘의 예에서 보듯이 국가가 처한 상황이 아무리 긴박해도 개인의 행복추구권 앞에서 국방의무는 자칫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병역기피에 대한 엄격한 제재와 감독도 필요하고 군 내부의 기강과 민주화도 필요하다. 우리 군의 부정과 부패, 군에 대한 실망도 상황에 따라서는 병역의 기피의 명분이나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리 번지기 이전에 군의 각성과 쇄신부터 실천해 나가자.



대자보 제휴사 = 뉴스부문 최고히트싸이트 CBS노컷뉴스

 
기사입력: 2015/06/03 [04:2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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