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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별꽃처럼 우리 풀꽃에 쇠(牛)자가 들어간 까닭은?
[한글사랑] 일본말 우시(牛,うし)에서 유래한 뜻풀이, 무분별 사용 말아야
 
이윤옥   기사입력  2015/04/16 [15:20]

우리 풀나무 이름에는 쇠귀나물, 쇠뜨기, 쇠무릎, 쇠방동사니, 쇠별꽃, 쇠서나물, 쇠치기풀, 쇠털골, 쇠털이슬처럼 ‘쇠’자가 들어가는 것들이 있다. 쇠라고하면 쇠(牛)를 나타내는 것인지 쇠(鐵)를 나타내는 것인지 헷갈리겠지만 풀이름에 붙는 것은 소(牛)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이 가운데 소(牛)를 나타내는 풀은 쇠방동사니, 쇠별꽃, 쇠치기풀, 쇠털이슬, 쇠풀 따위가 있으며 이것은 일본말 우시(牛,うし)에서 유래한다.
 
쇠방동사니 : 우시쿠구(ウシクグ, 牛莎草)
쇠별꽃  : 우시하코베(ウシハコベ, 牛繁縷)
쇠치기풀 : 우시노싯페이(ウシノシッペイ, 牛竹篦)
쇠털이슬 : 우시타키소우(ウシタキソウ, 牛滝草)
쇠풀  : 우시쿠사(ウシクサ, 牛草)
 
이 가운데 ‘쇠털이슬’로 번역한 것의 일본사전 설명을 보면 흥미롭다. 『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에서 쇠털이슬을 집필한 고바야시쥰코(小林純子)는 “이 이름은 우롱산(牛滝山)에서 생육하여 붙은 이름이다. 우롱산은 오사카부와 도야마현에 있으나 오사카부의 우롱산으로 생각된다. 홋카이도에서 큐슈에 걸쳐 분포하며 더 나아가 중국, 인도 북부에 분포한다 (원문 ”名は、牛滝山に生育することによる。牛滝山は大阪府と富山県にあるが、大阪府の牛滝山と思われる。北海道から九州に分布し、さらに中国、インド北部に分布する” ) 고 설명해 놓고 있다.
 

▲ 쇠별꽃 <사진 이명호 작가 제공>     © 이명호


 
차마 한국어 번역자들이 ‘우롱초’라고 번역 할 수 없어 ‘쇠털이슬’로 번역 한 것 같다. 풀이름에 쇠(牛)자를 집어넣어 번역한 것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朝鮮植物鄕名集』에서 일어난 일이며 이보다 앞서 1922년에 나온 『조선식물명휘(朝鮮植物名彙)』 에는 쇠나물, 쇠비름, 쇠초, 쇠용꽃나무 따위가 있으나 쇠(牛)가 들어가는 풀이름은 아니다.
 
쇠자가 들어가는 풀꽃 가운데 ‘쇠별꽃’도 아쉬운 이름이다. 쇠자를 뺀 별꽃도 있는데 “봄에는 별꽃을 반찬으로 먹고 별꽃 액기스를 만들어 쓴다. 별꽃 액기스는 장을 튼튼하게 하고 장에 필요한 균을 길러주어 비타민 B의 흡수를 돕는다. 예로부터 맹장염의 특효라할 만큼 장궤양, 장염 등에 특효가 있다” 이는 변현단의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에 나오는 ‘별꽃’의 이야기지만 식물학자 김종원 교수는 우리나라 농촌에는 별꽃이 희귀하고 대신 잎이 크고 풍성한 ‘쇠별꽃’이 더 많이 자라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종원 교수는 『한국식물생태보감』에서 “쇠별꽃이란 이름은 20세기에 들어서서 생긴 젊은 명칭이고 예전부터 쓰던 오래된 우리 이름이 있는데 그것은 닭의 십가비”라고 소개하면서 『동의보감』에 한글로 '닭의 십가비는 쓰고 가늘고 줄기 가운데 비어 있어 닭의 창자 같아서 계장초(鷄腸章)라 했다’ ”고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어서 19세기초에 나온 『물명고』에서는 "잣나물"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사라지고 창씨 개명하듯이 우시노하코베(牛繁縷, ウシハコベ)라고 부르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정말 그렇다. 쇠방동사니, 쇠털이슬, 쇠별꽃, 쇠풀, 쇠치기풀이 모두 그러하니 딱한 노릇이다. 지금이라도 쇠별꽃은 예전에 쓰던 우리말로 바꿔 ‘잣나물’로 불러야할 것이다.
 

▲ 쇠방동사니 <사진 이명호 작가 제공>     © 이명호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의 '쇠털이슬' 풀이를 보면, "바늘꽃과의 여러해살이풀. 높이는 40~50cm이며 잎은 마주나고 톱니가 있다. 7~8월에 흰 꽃이 총상(總狀) 화서로 피고 열매는 공 모양인데 겉에 털이 있다. 한국, 일본, 히말라야 등지에 분포한다. "고만 되어 있을뿐 왜 이름이 쇠털이슬인지 풀꽃모양은 어떤 것인지도 알려주지 못하는 풀이를 하고 있어 안타깝다.

 

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대 박사수료,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민족자존심 고취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밝힌『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그린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
*발로 뛴 일본 속의 한민족 역사 문화유적지를 파헤친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바보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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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4/16 [15:20]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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