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모임 소속의 정동영 전 의원이 30일 4.29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이번 재보선 전체 판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천정배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광주 서구을에 이서 야당 텃밭인 관악을에서도 야권 후보끼리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유일한 서울 지역인 '관악을'이 최대 승부처로 떠올랐다. 야권 표 분열이 불보듯 뻔한 상황에서 '안방'과 다름없었던 관악을은 야권 후보들에게는 자칫하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판이다.
 
불리한 지형에서 야권 후보 중에 승리자가 나올지가 관전 포인트다.

정 전 의원은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관악을 선거는 중대선거다.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정치세력과 '이대로는 안된다'는 국민간의 한판대결이다"라고 선언했다
 
불출마를 수차례 언급하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데 대해선 "한 달 뒤에 재보선 결과에서 '빈손으로는 제대로 된 대안야당을 건설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저를 던지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원은 출마는 국민모임측의 강한 요구가 크게 작용했지만, 승부를 던질만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한 핵심 측근은 "자체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후보와 해볼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차범위지만 정 전 의원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 전 의원 측은 야당 대선후보를 지낸 정 전 의원이 인지도에 가장 앞선다며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결과과 나올지는 미지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정 전 의원의 출마가 야권분열을 불러올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당의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야권분열에 앞장섰다는 점은 우리 국민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개탄스러운 처사"라며 날을 세웠다.
 
정태호 후보 측은 경계심을 보이면서도 토박이론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캠프 관계자는 "전체 야권구도가 불리해진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서울대 입학이후 30여년간 관악지역을 한번더 떠나지 않은 정태호 후보가 지역밀착형 인물로 더 많은 지역 신임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여당에서는 정 전 의원의 출마를 호재로 반기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은 판이 커진 이 지역에 더 많을 공을 들이며 승부수를 던질 공산이 크다. 서울 관악을은 지난 1988년 13대 총선 이후 한 차례도 보수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철옹성'이었지만, 이번에는 해볼만 하다는 기류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현장최고위에서 "주민께서 7번이나 야당 의원을 뽑아줬는데, 관악 경제는 매우 침체돼 있고 지역발전은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며 "새누리당에서 공천한 오 후보는 이념논쟁에 빠져 주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과거 의원들과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야당 텃발이던 관악을의 판세가 오리무중에 빠지면서 선거 결과에 대한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새정치연합이 이곳에서 밀린다면 사실상 전체 승부에서 패한 것으로 볼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정태호 후보가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어서 이번 승부는 문 대표의 입지를 결정할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정 전 의원에게도 이번 선거가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이 될 수밖에 없다. 승리할 경우 야권의 비중있는 정치인으로 발돋움하겠지만, 패배할 경우 진보정당 창당을 위해 탈당한 명분도 상당히 퇴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희웅 오피니언 라이프 여론분석센터장은 "일정정도 파괴력이 있는 정 전 의원의 출마로 야권 표 분열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결과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