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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공무원연금 개혁 홍보는 '공포마케팅'
한국행정학회 '공무원연금 개혁' 토론회, 공공성과 재정건전성 강조
 
김철관   기사입력  2015/02/24 [23:42]
▲ 세미나모습     © 김철관

작년 하반기부터 정부 여당이 본격적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면서 정부 여당과 공무원 이해당사자(공무원노조 등)들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진행돼 왔다. 현재 공무원연금개혁안에 대한 논의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또다시 논의가 본격화 되면 정부 여당과 공무원 이해당사자들 간의 심각한 갈등이 유발될 수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이와 관련해 지난 24일 오후 2시 30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8층 외신기자클럽에서는 한국행정학회(회장 임도빈) 주최로 ‘공무원연금 개혁의 딜레마(논쟁) : 공공성인가, 재정 건전성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날 세미나는 공무원 연금 외국의 사례와 우리 공무원 연금 개혁방안에 중점을 두었다. 

진재구 청주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 무엇인 문제인가’란 주제 발표를 한 정창률 단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 국민연금은 일찍이 재정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선제적으로 취했던 것과 달리 공무원연금 개혁은 지체 혹은 변질됐다”며 “공무원연금에 대해 국민들의 반감이 이어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 교수는 “정부와 여당은 연금충당부채를 ‘국민이 갚아야할 빚’으로 보고, 공무원연금개혁을 관철하려는 여론을 펴고 있다”며 “국민들을 분노하게 하려고 작정한 듯 일종의 '공포마케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런 예로 정 교수는 “지난 1월 12일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을 방치하면 484조원(국민 1인당 945만원)이나 엄청난 빚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말했다”며 “연금전문가라는 사람들 중에서도 여러 명이 공무원연금 때문에 국가재정이 파탄날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연금충당부채는 상환하는 대상도 청산의 대상도 아니”라며 “공무원연금 재정문제는 공무원과 정부간 합의에 의해 지출을 조정하고 수입을 조정하면 되는 문제인데, 정부가 앞장서 공무원연금이 나라를 파탄 낼 것이라고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공무원 노조 등 공무원 이해 당사자들도 공무원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고 있다”며 “공무원 연금 재정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일반적 상식과 어긋나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바람직한 공무원연금개혁 방안으로 ▲공무원연금개혁의 목표는 재정건전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정부보전금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할 것 ▲연금개혁의 본질인 공무원 세대간, 직급간 등 부담의 재할당에 대한 열린 논의 필요 ▲공무원 연금개혁 통해 제도발전 수준이 전근대적 수준에 머물고 있는 공무원 연금을 보다 현대화할 것 등을 주문했다. 

이날 ‘일본 공무원연금 운영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를 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공무원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연금개혁을 반대한 입장에서는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외국 사례들에 대한 기본적 사실들을 왜곡되게 적용해 오류를 범하고”고 운을 뗐다. 

윤 박사는 “우리 공무원 현실과 달리 일본의 후생연금 공제연금은 향후 100년 동안까지도 재정적으로 지속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지금부터라도 공무원연금 제도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개편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공무원 연금제도 구조 및 정책적 시사점’에 대해 발표를 한 정창훈 인하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사회보장연금제도와 공무원연금제도를 함께 연계해 개혁하는데 5년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며 “우리나라도 당장 1년 내 공무원 연금을 개혁하지 말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노후 소득보장연금 전체 체계를 고려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공무원 연금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미국 연방공무원 연금제도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정부의 부담률이 높음을 감안해 우리나라 공무원연금제도의 설계가 필요하다”며 “공무원연금을 무조건 하향 평준화시킬 것이 아니라 퇴직연금으로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적절한 퇴직수입을 보장해 주는 체계를 감안해 제도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무권 연세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두 번째 주제 ‘우리나라 연금제도 개혁 방안과 대안’을 발제한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새누리당이 공무원 연금 개혁을 통해 재정안정화와 공무원간 소득재분배를 달성할 수 있고,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히고 있다”며 “새누리당 개혁안을 요약하면 현재 존재하고 있는 공무원연금 제도를 실질적으로 현행 국민연금제도로 운영하겠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권 교수는 “새누리당의 개혁안은 공무원 연금수지 만을 고려한 것으로 국가 관료제를 운영하는 제도적 수단으로서 공무원연금의 성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며 “비교대상으로 설정한 국민연금 제도가 공적연금제도로서 보장성이 지나치게 낮아 공무원연금제도를 개혁하는 데 있어, 비교기준으로 설정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무원연금 마저도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게 된다면 한국의 공적연금은 전체적으로 제도의 적실성을 상실하게 될 위험이 존재한다”며 “공무원연금 재정건전화를 위한 제도개선 노력을 함에 있어 국민연금을 비교 논거로 삼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의 보장성 강화, 사각지대 해소방안,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의 논의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모수 조정에 있어 부담률 인상과 함께 좀 더 적극적으로 연금지급률을 인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고령화 추세에 따라 연령별 소비성향에 맞춰 물가상승률을 다르게 반영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 교수는 “연금개시 연령 조정에 맞춰 정년연장과 인사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정책적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 과정도 중요하며, 향후 자동조정 기제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날 배준호 한신대 교수, 민효상 서울연구원 박사, 주성한 중앙대 교수, 주은선 경기대 교수, 양재진 연세대 교수 등도 토론자로 참석해 열띤 토론을 했다. 

토론에 앞서 인사말을 한 임도빈 한국행정학회 회장은 “공무원연금 개혁에 있어 공공성과 재정 건전성이란 두 가지 가치가 양립하기 어려운 딜레마”라며 “오늘 토론을 통해 좋은 방안들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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