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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일관성의 저주'에서 벗어나라
[인물과사상의 눈] 냉정과 열정의 꾸준한 글쓰기, 강준만의 지금 생각
 
지승호   기사입력  2015/01/13 [00:15]

비무장지대를 넓혀야 한다
 
지승호 "비무장지대를 넓혀가자, 승자독식의 이전투구가 벌어지는 영역을 줄여나가자, 특
히 방송을 비무장 영역으로 돌려야 한다"라고 하셨는데요.
 
강준만 안철수가 내걸었으면 했던 것이 비무장지대를 넓히는 거였는데요. 절대 정권들은
안 하려고 합니다. 제가 노무현 정부 말기 때 방송 의회 만들자고 주장을 여러 번 했거든요.
노무현 정부도 탄핵 사태 다음에 총선에서 이겼을 때가 최전성기 아닙니까? 열린우리당도
그때가 최전성기였고, 그 이후로 쭉 내리막길이었잖아요. 그런데 보아하니 타이밍이 절묘해
요. 당시 한나라당 쪽에서는 자기들에게 다음 대선이 유리하다고 할 망정 방송이 노무현 정
부 손아귀에 들어 있는 것이 불안하다고 본 거죠. 그러니까 응하겠죠. 노무현 정부는 어차피
국정원도 그렇고, 검찰 등 권력기관 장악을 안 한다고 내걸었던 명분도 있고요. 그 정신에도
맞으니 방송을 중립지대로 만들자고 한 겁니다. 한나라당이 적극 응할 것이 분명하니 대통
령이 사실상 사장을 임명하는 방식을 바꾸자, 가칭 방송 의회를 만들자, 그건 돈 안 들어가
요. 무보수 명예직으로 하고, 로비가 안 통하게끔 수백 명, 수천 명을 임명하고 방송사 사장
만 뽑아주면 돼요. 우리 시민사회의 역량을 믿어보자, 그러면 방송이 정략에 의한 정당 간
전쟁터가 되지 않습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을 수 있죠. 어떤 사람이 될지에 따라서는요. 그
러나 우리가 목격한 것보다는 한결 낫겠죠. 그리고 사장 마음대로 할 수 없게 약간의 견제
도 하게 하는 거죠. 그런데 안 받아주었습니다. 안 받아준 정도가 아니라 노무현 정부 사람
들은 비웃습디다,(웃음) 제가 화가 난 것이요.
 
이명박 정부 이후 정권이 바뀌니까 그때까지 방송 민주화에 입 딱 닫고 있던 진보적 지식인들이 공정성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여야, 진보, 보수 할 것 없이 똑같다니까요. 우리 쪽에서도 정권을 잡아야 이익 배분이 가능할 것 아닙니까? 그러니까 목숨 걸고 싸워야죠. 목숨 걸고 증오해야죠. 정말로 순수한 자기가 믿고 있는 이념과 노선 때문에 그런다고요? 아무리 진보라도 한자리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 거예요. 말은 멋있게 해요. 봉사하고 싶어서, 내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서 그런다고. 좋아요. 하지만 그렇게 봉사하는 사람 치고, 제가 볼 때는 판공비 안 쓰고, 기사 딸린 자가용 거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고요. 다 누리고 싶은 거예요. 똑같은 거예요.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그러고 싶은 거예요. 인간의 욕망을 왜 부정해요? 그것까지 부정하지는 말자는 거죠.
 
그러면 비무장지대를 넓힌다는 것은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서 영역이 넓어지면 넓어질
수록 목숨 걸어야 할 이유도 조금 줄어들어요. 그리고 정치권에 줄 서서 해야 할 필요도 줄
어들어요. 기관장 공모제의 취지가 뭡니까? 애초에 공기업 공모제 한다고 했잖아요. 제대로
했나요? 노무현 정부 때 제대로 했습니까? 그런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도 안 해놓고, 이
명박․박근혜가 더 개판으로 한다고 비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니까요. 박근혜 정부를 싫
어하는 사람들은 지금 낙하산 인사 욕하는데요. 물론 공감하죠. 하지만 박근혜를 지지하는
쪽은 '너네들은 안 그랬느냐?'고 하죠. 어차피 반대편 쪽에서 하는 것이 더 심하게 보이
는 법입니다. 비무장지대를 넓혀가자는 것은 그렇게 정권의 입김에 의해서 할 수 있는 영역
을 줄이자는 겁니다. 방송사 사장 그렇게 하고요. 공기업 사장 공모제, 진짜 제대로 해보자
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사회가 극단적인 당파 싸움의 소용돌이에서 점점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거죠.
 
방송사 사장, 이사, 방통위 위원, 방송심의위원, 언론 유관 기관이 무지하게 많아요. 많은 신방과 교수의 꿈이자 로망이에요. 지금 줄을 안 서면 할 수가 없어요. 줄을 서야 하다 보니까 신방과 교수들도 한국 언론 문제를 보는 시각이 양극으로 갈려요. 왜? 나는 이쪽에 줄섰으니까. 교수들의 글이 갈등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부추겨요. 완전히 운동가들이에요. 왜 이 사람들을 운동가로 만들었느냐 하면 승자독식이니까요. 과거 권력에 의해서 임명되던 자리들을 비무장지대로 해버리면 오히려 줄을 안 서는 게 도움이 되겠죠?
 
지승호 당파적으로 보이면 배제될 수 있으니까요.
 
강준만 지금 MBC, KBS가 권력에 의해서 임명되지 않고, 정말로 중립이 되려고 애쓰는 집
단이 되어 있다고 가정해보자고요. 이렇게까지 되었을까요? 비무장지대를 넓혀가는 것, 저는
안철수가 하길 바랐지만 제 자신도 탓했어요. 달랑 책 한 권을 쓰는 것으로만 끝내지 말고
캠프에 들어가든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해야 하나, 그런데 그건 제 원칙에 어긋나고요.
"저 양반은 왜 이런 중요한 이야기와 어젠다를 제시 안 하지? 왜 민주당에 들어가지?"
하는 생각이 드니까 "아, 이래서 정치판에 교수들이 뛰어드는 건가" 싶었죠. 측근 중에 측
근까지 떨어져나가는데, 제가 말한다고 듣겠어요? 안 듣겠죠. 자신이 그걸 못하더라도 국민
의 강력한 호응을 받은 어젠다를 강력하게 각인시켜주면 의제가 되잖아요.
 
지금 아시다시피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정부까지 선거 한 번 치르고 나면 논공행상 때문에 밥그릇 문제가 심각합니다. 박근혜 대통령도 보세요. 관피아 어쩌고저쩌고 하더니 정피아가 더 문제잖아요. 그러면 정직하지 않다는 거예요. 정피아 없이 정치할 수 없다? 사실 정피아 없이 정치할 수 없어요. 논공행상하지 않는데, 누가 캠프에 뛰어듭니까? 그것도 의제에 올려줘야죠.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대통령 선거를 위해서 애쓴 사람들 논공행상을 안 하면 대통령 선거팀을 꾸려갈 수 없고, 선거 캠프 운영이 안 된다고 이야기하라는 거예요. 그런데 관피아 척결 외치면서 정피아는 더 챙기고, 겉 다르고 속 다른 짓거리를 여야 번갈아 가면서 해야 하는 건가요? 그런 것을 의제로 만드는 것이 저는 새 정치라고 본다는 거죠.
 
비무장지대를 넓혀가자는 것이 안 받아들여지는 까닭은 사람들이 자기들이 집권한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왜 우리 떡을 미리 나눠주느냐는 거죠. 좋은 뜻으로 해석하자면, 우리가 장악해야 진보적인 개혁을 한다는 건데요. 보수 쪽에서도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에요. 시민사회의 역량을 믿고 해야 하는데, 떡 나눠 먹는 문제가 겹치니까 정치권에서는 죽어도 안 내놓으려고 하는 거죠. 공기업 감사 내려보내는 것이 자기들 정치 자원이자 텃밭이고, 거기서 모든 정치적 영향력이 나오는 건데, 내놓으려고 하겠습니까? 악순환이죠. 그래서 신방과 교수들부터 당파성을 벗어나서 언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 다들 정치화되어버렸어요. 하다못해 참여해서 일 좀 해보려고 해도 정치적인 당파성에 의해서 결정되어버리니까 당파성이 없던 사람들까지 당파성이 생기는 거예요. 싸가지 문제 지적하는 것도 저 같은 경우에는 뭐 하나 해달라고 그러면 안 한다고 도망갈 스타일이기 때문에 이런 말도 하는 것이지, 공익근무 해보고 싶은 사람들은 못하죠.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허구적 구도
 
지승호 한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로 초강력 일극주의, 서울 공화국 문제를 드셨는데요.
 
강준만 그걸로 다음에 책을 한 권 쓰려고 하는데요. 지방분권은 둘째 치고, 균형 발전도 되
기가 어려운 것이요. 경계의 문제라기보다는 계급의 문제이기 때문이죠. 물론 계급만 봐서도
안 되고, 두 가지 다 봐야 한다고 보는데요. 지방 이야기 나오면 계급 문제를 빼놓고 보는
시각이 있으니까요. 무슨 말이냐 하면 지방의 상층부는 계급적으로 언제든지 서울로 갈 수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올인 안 해요. 전국의 지방이 그럴 거예요. 예컨
대 전라북도 전주만 해도 고향의 기준을 피를 가지고 나눕니다. 예를 들어서 전북 도민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여기서 30년을 살았고, 평생 살 사람이라도 고향이 여기가 아니면 전북
도민이 아닌 게 됩니다. 반면 여기서 태어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아버지가 전북 사람이면
전북 도민이에요. 자랑스러운 전북인이 되는 겁니다. 서울에서 높은 자리 한자리하면 신문에
크게 써요. 전북 출신 누구누구가 어떤 자리에 올랐다고. 다른 지역도 그렇지만 서울에 학숙
(學塾) 지어서 공부 잘하는 애들 보내고, 그게 지역 발전 전략이에요. 그게 왜 안 없어지냐,
결정하는 사람들이 이 지역 엘리트들이에요. 애들도 공부 잘하고 하니까 서울로 보낼 수 있
다는 말이죠. 이 지역에 못사는 사람들은 왜 가만히 있느냐,
 
우리나라 국민은 아무리 서민층이라도 내 새끼만큼은 서울대 보낼 수 있고,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교육 문제에 관한한 상류층 하류층 구분이 없어요. 똑같이 경쟁할 수 있다고 믿는 거예요.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지방 문제도, 지방 촌놈 출신들이 서울에 가서 더 지방을 죽이는 거예요. 전국적으로 지방이 가지고 있는 태도나 자세가 잘못된 것인데도 말이죠. 그러니까 계급으로 봐야 한다는 거예요. 러니까 제일 서운한 사람은 누구냐, 먹고살 길이 없어서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는 사람들, 수도권 하층민들 고향이 어딘지 보자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수도권 산다고, 서울 산다고 기득권 집단이고, 수혜 집단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나요? 가장 박탈당하고, 가장 억울한 사람들은 사실은 지방의 하류층이라기보다는 수도권의 하류층이에요. 이 지역에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뿌리 뽑힌 채 쫓겨난 거 아닙니까?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구도가 허구적이라는 거죠. 계급 중심으로 봐야 합니다.
 
지승호 호남 차별(혐오) 정서와 오랜 싸움을 하셨습니다. 최근 더 노골화된 것 같은데요.
 
강준만 저는 지금 호남에 대해서 말할 수 없는 무능 상태에 처해 있다고 할까요? 민주당
분당 때 배신당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호남 유권자 분들도 그렇고요. 저는 호남의 이익
이 아니라고 보았는데, 그분들은 이익이라고 생각했죠.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저로서는
엄청난 정체성 혼란이 일었고요. 제가 호남 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쪽이 아니구나 생각했
죠. 저는 대변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제가 화합을 지향한다고 했으니까 실명 거론은 안
하겠지만, 반호남주의에다가 호남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을 한 사람들인데도 호남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해요. 저는 말을 할 수가 없어요. 그 판에 대고 말을 하면 이상한 놈이 되어
버리거든요. 장기적으로 보면 호남 분열이 바람직한 현상이죠. 하나로 똘똘 뭉쳐 있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니까요. 하지만 야권의 분열을 가져와서 야권 집권의 엄청난 걸림돌이 된 거
죠. 특히 수도권에 사는 호남 유권자도 분열되어 있고요. 재미있는 현상이 수도권 호남인들
과 여기 사는 호남인들하고 괴리가 생겼어요. 여기 지역의 젊은 사람들은 호남 차별이 뭔지
몰라요. 어떤 주장이 겉보기에 그럴 듯해도, 왜 그 주장의 바탕에 호남 차별이 깔려 있는가
따지고 들면 복잡한 사회과학이 되어버려요. 그걸 굳이 이해시켜줄 필요도 없고요. 그게 호
남의 현실이 아닌가, 장기적인 낙관으로 가버리자, 그래서 저는 일베 같은 경우만 뭐라고 하
는 거고요.
 
지승호 열린우리당 창당의 주역들이 호남 분들이었잖아요. 천정배, 신기남, 정동영, 소위 천
신정이었는데요.
 
강준만 민주당 내부의 패권 경쟁 문제였던 거예요. 김대중 시절에 동교동이 장악했던 것에
대한 도전 세력이었는데, 대부분 전북 출신이었고요. 그래서 전북 도민은 좀 열광했죠. 전남,
광주 헤게모니에서 탈피한 거니까요. 내부에서 세대․계파 투쟁으로 갔다고 보고요. 빼도 박
도 못한 증거가 결국 이 사람들이 다 이탈했잖아요. 그래서 정통 친노에게도 욕을 먹었죠.
그래서 저는 전형적으로 기회주의적인 권력 다툼의 노선이었다고 보죠.
 
지승호 열린우리당 창당 때의 배신감을 아직도 간직하고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강준만 전형적인 적반하장, 후안무치죠. 당시에 어느 쪽 편도 안 들었거나, 거리두기를 했
던 사람이 그러면 제가 한번 곱씹어보겠어요. 그런데 그때 열린우리당 창당과 민주당 분당
에 찬성했던 사람이 그 말을 하면 저나 나나 똑같은 거 아닌가요? 그때 분당을 환영했던 사
람들이 그런 말들을 하더라고요. 저는 저 인간들 안면에 철판 깔았다고 생각하는 거죠. 어떻
게 보면 갑을 관계예요. 그쪽이 주류였기 때문에 당시 갑의 위치에서 "을 너는 콤플렉스
있지, 그때 받은 상처와 배신감이 있는 거야" 그러면 을은 갑한테 뭐라고 해야 하나요?
"너는 탐욕에 찌든 패권주의였다고 보는 거니?" 마찬가지 아니냐는 거죠. 제가 좀 그렇게
집념이 강했으면 싶어요. 그렇게 보는 시각대로 그랬으면 계속 투쟁을 해왔겠죠. 계속 실명
을 거론하면서 이놈들이 야권을 망쳤다, 앞으로 20년 집권 못한다, 너희들이 책임자들이다
하겠지만, 저는 지금 화합을 주장하잖아요. 이렇게 거룩한 자세를 취하면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을 표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웃음)
 
어떻게 찾고 쓸 것인가?
 
지승호 책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은 없다고 하실 것 같은데요. 그래도 꼽자면 어떤 게 있
을까요?
 
강준만 책을 보는 시각이 기본적으로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책을 작품으로 생각하
는데, 저는 작품 개념이 없는 것이요. 저는 그때그때 불후의 명작을 남기는 작품의 개념이
아니라 좋게 말해서 실용적인 소모품, 그 시대에 필요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쓴 거고요. 두고두고 남겨서 뭘 한다는 의식이 없다 보니까 독서를 할 때도 책을 대하는 자
세가 그렇습니다. 제가 어렵게 생각하는 질문 중에, 어떤 책을 보고 감명을 받았느냐 하면
어떤 책에서든 조금씩 얻은 게 있거든요. 그렇게 깊이 감명 받은 책도 없고, 딱 한 권이라고
작품화하는 게 어색하고요. 가장 마음에 드는 책, 그것도……. 제가 조금 이상한 것 같아요.
지승호 쓰신 책 중에 이건 사람들이 더 많이 읽어주고, 논란이 되었으면 했는데, 아쉬웠던
책은 있나요?
 
강준만 그렇게 따지면 모든 책이 다 그렇죠. 하여튼 인간은 탐욕이 이렇게 많다니까요.(웃
음)
 
지승호 글을 쓰기 위해서 어마어마하게 책을 읽고, 자료도 많으신데요. 그 자료들을 찾는
비법이 있으신가요?
 
강준만 이제는 엄청나게 달라졌죠. 지금이야 인터넷에 지레 겁먹고, 자료 없애버리고 하는
바람에요. 전에 그렇게 분류해서 파일을 만든 것을 없애버렸거든요.
 
지승호 인터넷에서 못 찾는 것도 많지 않습니까?
 
강준만 그러니까요. 지나고 보았더니 성급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물리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자료는 늘어나고 둘 데는 없고, 사무실을 계속 넓힐 수가 없었어요. 지금
은 책을 소중하게 고이 모시는 것이 아니라 찍찍 줄 긋고, 거기다가 제 느낌 써놓고, 키워드
찾아서 뒷장에다 써놓고요. 많이 찾는 책은 키워드가 수십 개가 나오고, 없는 것은 달랑 한
개, 아예 제가 밑줄 그은 것이 없는 것도 있을 수 있고요. 큰 주제로 나누고, 키워드를 가나
다순으로 전부 표시해놓죠. 시간 있으면 입력까지 해놓고요. 입력할 정도가 안 되면 주제별
로 어디어디에 뭐가 있다, 그러면 제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책을 써봐야겠다고 하면 그동안
입력되어 있는 것이 쭉 나오죠. 어떤 주제든,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라고 하면요. 보
통 책 쓸 때 자료 찾고 챙기고 하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데요. 그게 준비되어 있으
니까, 마음먹은 대로 한 달이면 책 한 권 쓸 수 있는 거죠.
 
지승호 그동안 안 다루신 분야가 없으신데요. 특별히 더 다루고 싶은 주제가 있으신가요?
 
강준만 제가 할 수 있는 관심 분야만 했지, 화학을 다룬 것은 아니잖아요.(웃음) 작업하는
것이 재밌고 하다 보니까요. 제가 정년퇴직하면 꼭 하고 싶은 것이 교양 영어 사전 식으로
교양 한국어 사전을 만들고 싶어요. 가령 한국말 같은 경우, 미더덕이 왜 미더덕이냐, 미가
옛날 말로 물 수(水)자더라고요. 그러니까 물에서 나는 더덕이라고 해서 미더덕이라는 거예
요. 그런 책 많이 나와 있잖아요. 스토리텔링을 결합해서 그런 작업을 해보고 싶고요. 자료
를 찾아서 쓰는 것은 재미있어요. 일종의 취미라는 거죠. 지방 이야기도 좀 해야 되고요.
 
지승호 지금 집필하고 있는 책의 주제는 세계적인 미디어업계 거물들에 관한 인물론이라는
인터뷰를 보았는데요. 그건 언제 나오는 건가요?
 
강준만 아, 그게 전북대학교출판부에서 나와 가지고요. 예스24의 족보에도 안 올라가고, 전
혀 알려지지 않고, 그런 한계가 있더라고요. 책이 워낙 좋으면 출판부 쪽도 도움을 줄 수 있
지만, 그렇지 못한 책이다 보니까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페이스북 등 대여섯 개 IT
업계의 거물들을 다룬 거죠.
 
지승호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인데요. IT에 계신 분들에게는 구루 같은 인물들이라 관심이
많을 것 같은데요.
 
강준만 IT에 무지하게 밝은 사람들은 IT 업계의 거물들에게 가치 판단을 내리면서 접근하
지 않잖아요. 그야말로 위인전 식으로 접근하죠. 그런데 하나씩 뜯어보면 사회학적인 분석이
가능한 사람들이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Bill Gates)는 미국 자본주의의 가장 전형
적인 인물이고요. 탐욕을 예찬하는 사람 아닙니까? 하지만 동시에 자기 탐욕을 만족시키면
서 자기가 번 돈은 사회에 환원하죠. 워런 버핏(Warren Buffett)도 그렇고, 이 사람들이 박
애 자본주의를 부르짖는데요. 어떻게 보면 기부 안 하는 자본가보다 한결 멋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해가려는 가장 강력한 방파제인 거죠. 기부 받아서 박애
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애초에 시스템 자체를 평등한 사회로 만들어가야지, 극단적인 승
자독식으로 약자를 잡아먹게 해놓고 기부한다? 적선으로 살아가라, 저는 그 시스템이, 박애
자본주의가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우리나라가 그 모델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죠. 승자독식해서 강자가 다 싹쓸이하고, 걔네들이 사회 환원하는 것으로 복지를 해가자, 그
건 아닌 것 같은데요.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에게는 미국 아이비리그의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이상주의적인 투명성에 대한 집착, 환상이 있는데요. 이게 넌센스거든요. 그렇게 되지 않잖아요. 미국의 전형적인 중상층에 속하는 전문가이자, 엘리트계급이 가지고 있는 세상에 대한 생각. 페이스북이라든가 SNS, 트위터도 마찬가지고, 그 이면에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거죠. 애초에 그 사람들이 구상했던 세계관을 가지고, 그 미디어, 그 포맷으로 선택적으로 설계해서 만들어냈다는 것이 사회학적 분석인데요. IT 쪽의 기술적 전문가들이 안 건드려주는 부분이라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분석 대상이고요.
 
지승호 "왜 우리나라에는 스티브 잡스가 없느냐?"고 하는데, 그런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풍토가 아니잖아요. 저커버그도 말씀하셨지만, 어떤 면에서는 괴짜잖아요. 약간은 모난
천재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 사람들이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 때문에 미
국이 어느 정도 힘이 있는 걸 텐데요.
 
강준만 실리콘밸리의 성공담을 보면요. 제일 놀라운 것이 대학 갓 졸업하거나 중퇴한 애들
이 뭘 만들어내면 거대 기업들이 제값을 쳐줘요. 우리나라 재벌들 하는 행태를 보십시오. 이
렇게 빼먹고, 저렇게 빼먹고, 망가뜨려버리고, 알짜만 빼먹고 보상을 안 해줘요. 풍토 자체가
달라요.
 
지승호 지적하셨듯이 맥도날드만 해도 을을 충분히 대접해주면서 돈을 버는데요. 한국은
쥐어짜서 망가뜨려놓잖아요. 히든 챔피언이 나오기 어려운 풍토고요.
 
강준만 그렇죠.
 
'일관성의 저주'에서 벗어나라
 
지승호 이렇게 시스템을 강조하시는 것은 좌파적인 사고방식인데요. 좌파들이 제대로 듣지
도 않고, 인물론으로 몰아간다든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 화가 나지 않으세요?
 
강준만 화가 난다기보다는 우리나라의 좌파와 진보를 믿지 않습니다. 진정한 좌파와 진보
가 뭐냐는 거예요. 제가 정의하는 좌파와 진보라는 것은 자기가 꿈꾸는 세상을 그야말로 열
정을 가지고 어떻게든 실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죠. 내가 무릎을 꿇고 굴욕 당하겠다
고 생각하는 것이 약자에 대한 애정이고 정열이지, 나 잘났다고 하고 "너는 보수야, 자유주
의야" 손가락질을 해대고, 그런 사람은 대부분 가짜라고 봐요.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SNS
에 내지르면서 자기 존재 증명하기 바쁜 사람들, 다 가짜입니다.
 
한국의 좌파와 진보의 풍토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된 거예요. 보수적인 사람들이 금배지 달고 목에 힘주고, "내가 누군지 알아" 하는 것이나 좌파 진보의 기본 원리주의에 벗어나는 것 같으면 물어뜯고 죽이는데 혈안이 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대접받는 풍토, 한마디로 공부도 안 하고, 게을러 빠졌고요. 예전에 일제강점기 때부터 좌파 사회주의자들이 갖고 있던 최대주의(맥시멀리즘)의 풍토가 있단 말이에요.
 
가령 한양대학교 사학과 교수 임지현이 그 주제로 글을 매끄럽게 잘썼어요. 가령 니콜라이 레닌(Nikolai Lenin)이 100가지를 이야기한 것 가운데 95가지에 동의하는데 5가지에 대한 생각이 다르면 그 사람은 레닌주의자가 아닌 거예요. 왜 그런 식의 풍토가 우리한테 오느냐, 현실의 땅에 발을 딛지 않고, 추상의 세계에서만 놀다 보니 추상적인 원칙에 누가 충실한지가 경쟁 기준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정통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거죠. 정치평론가 이강윤이 기사에 인용한 것을 보았더니 민주당의 가장 큰 문제냐 뭐냐, 95가지가 같더라도 5가지가 다르면 죽일 놈이 되는 거지요. 개혁의 적이고 원수가 되는 거예요. 이 양반이 새누리당은 안 그런다고 하는데, 그렇게 대비할 것은 아니라고 보지만 비교적 여당, 보수 쪽 사람들은 최대주의적 성향이 덜하죠. 이쪽 진보보다는요.
 
지승호 이권이 하나라도 맞으면 오히려…….
 
강준만 이익 중심적인 게 합리적인 경우가 많아요. 자본 논리가 합리적인 것이 있단 말이
에요. 그런데 여기는 자본 논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자기들이 원하는 세상에 대한 열망도 아
니고, 한마디로 자기 존재 증명이라고 봐요. 우리나라 진보를 꿰뚫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나, 이런 사람이야. 나 이렇게 신경 써, 나 이렇게 사회적 약자를 위해서 애써󰡑예요. 그런
데 정말로 그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실현하고 실천하는 마무리가 없어요. 선언
만 딱 해요. 총론만. 각론은 정리를 안 해요. 총론에 조금이라도 타협적인 이의를 제기하면
그 사람을 죽여버려요. 진보 쪽에 그런 쓰레기 같은 풍토가 있어요. 제가 조금 더 젊었으면
전쟁을 벌이고 싶은데, 전부 실명을 대면서요.(웃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도사연 하면서 크
게 이해하고 넘어가죠.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내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지승호 한국 사회가 꾸준함에 대해서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지 않습니까?
 
강준만 꾸준함에 대한 폄하 같은 것이 있기도 있겠지만, 저는 오히려 일관성의 저주 같은
것이 있다고 보는데요. 일관성에 대한 과도한 가치평가, 무슨 말이냐 하면, 1980년대 운동권
정서, 행태를 그대로 가져가야 대접받는 거죠. 거기서 벗어나면 달라졌다고 하는 거고요. 한
국처럼 10년이 다른 나라의 20년 정도로 변화가 빠른 나라에서 1980년대와 1990년대 정서를
계속 가져가겠다는 것은 저는 미친 짓이라고 보는데요. 그런데 미친 쪽이 그쪽이 되는 것이
아니고, 그쪽에서 오히려 '너 왜 달라졌어?'라고 비판하는 거죠. 가만히 저에 대한 비판을
들어보니까, 제가 새누리당에 붙었으면 아주 즐거워할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착각이시지,
그럴 수는 없죠. 제가 무슨 욕심이 있어야 그럴 가능성도 있죠. 일관성의 저주, 꾸준함, 원래
가졌던 콘텐츠가 아니라 행태적인 꾸준함을 말씀하셨는지 몰라도 일관성이 필요 이상으로
대접받는, 그래서 손학규에 대해서 손학규를 필요 이상으로 폄하하는 것도 일관성입니다. 그
거 하나로 모두 때려잡아버리는 건데, 어떻게 보면 폭력이죠. 그런데 자기들의 계파에 들어
오는, 손아귀에 잡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너그러워요. 그런 경우로 본다면 일관성의 미덕이
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적인 관점에서 일관성이 저주가 되는 거죠.
 
지승호 교수님은 일관성을 가지고 꾸준히 작업하고 계신 건데요.
 
강준만 저는 일관성의 저주라고 하는 점에서 일관성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지는 않는데요.
저하고 정치적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제가 일관성 없다고 보는 거죠. 네가 싸가지
없게 독설을 퍼붓다가 갑자기 싸가지를 이야기하느냐, 그쪽이 오히려 일관성을 주장하는 것
이고, 제가 일관성 없는 사람이 되는 거죠. 저는 거기에 대한 답을 해온 것이 어떻게 김대
중, 노무현 10년을 거치고 나서 이전에 가졌던 행태와 의식을 집권 10년을 경험하고서도 계
속 가져가겠다는 것이냐, 그건 도둑놈 심보라는 겁니다. 한번이라도 춥고 배고픔을 경험했던
사람이 등 따뜻하게 즐기고 났으면 뭔가 달라지는 것이 있어야지, 옛날의 정서를 일관되게
가져간다, 저는 날강도 심보라고 봐요. 일관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보면, 떠오르는
누구든, 일관성에 대해서 그쪽 논리로 비판해줄 수도 있죠. 예컨대 열린우리당을 했으면 끝
까지 가야지, 다시 합합니까? 분당 문제도 이런 거예요.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한다, 갈라진
다 이거예요. 저는 옳은 방법이라고 보진 않지만, 지금 상황은 순수하다고 봐요. 왜냐하면
먹고 떨어질 떡고물이 없거든요. 노무현 때는 대통령 권력이라는 것이 있었단 말이에요. 그
건 씻을 수가 없어요. 분당에 찬성했던 사람들이 떡고물을 안 먹고 한자리 안 했으면 말을
안 하겠어요. 다 얻어먹고 공익 근무했어요. 그러면서 자기들은 봉사했다고 하잖아요.
 
중심이 아닌 곁에서 바라보기
 
지승호 수십 년째 고3처럼 읽고, 쓰고, 공부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가요? 미국 유학 5
년 동안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국에도 안 나오셨다고 하던데요.
 
강준만 이럴 때는 거리 두기를 해서 심리학적으로 저를 해부해보고 싶은데요. 대부분 한
우물을 깊게 파고, 일관되게 행태적으로 유지해가는 사람들을 보면요. 다른 뭐가 없는 거예
요. 반면에 팔방미인이고 재능이 다양해도 뭐 하나 뚜렷하게 못하는 사람도 있죠. 저는 지칠
때도 되었고, 다른 걸 잘하는 게 없는 거예요.
 
지승호 너무 겸손하신 건데요.
 
강준만 정말 그래요. 만화가가 제일 부러워요. 만화를 통해서 글과 만화가 섞인, 중학생한
테도 접근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지승호 고종석같이 당대의 문장가라고 평가받는 분들도 교수님의 글을 높이 평가하고, 많
이 배웠다고 칭찬하지 않습니까?
 
강준만 극소수에게나마 그런 평가가 있는 것 같네요.(웃음)
 
지승호 "나는 왜 쓰는가?"라는 질문에는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강준만 머리를 굴리면 멋있게 표현할 수 있겠지만, 중독인 것 같아요.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도 않고요. 저한테 맞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면 그쪽에 가서 했을 텐데요. 사람마다 중독
체질이 있는데, 담배를 못 끊는 것을 봐도 아직까지 중독에 약한 것 같고요. 사랑도 와이프
한 번 딱 좋아하니까 지금도 와이프가 20대처럼 예쁘게 보이고요. 그런 중독형 인간이 아닌
가 싶어요. 그런 사람이 대부분 아닌가요?
 
지승호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강준만 대부분까지는 아니어도 반반 정도는 되지 않나요? 저도 어떤 경우에는 대단하다 싶
은 것이 변신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직장을 옮기는 형식이든, 어떤 식이로든 변화를 시도하
는 분들을 보면 오히려 그런 유형이 모험을 즐기는 사람일 수 있고요. 여태까지 해왔던 것
과 다른 길을 가본다든가, 모험을 해본다는 것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요. 동시에 여태
까지 해온 일이 재미가 없다는 건지, 애초에 가졌던 마음은 어디로 갔다는 건지, 그런 두 가
지 생각이 동시에 들어요. 그런 사람보다는 대부분, 물론 의미는 나중에 부여할 수 있겠지
만, 어떤 장인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하고, 인생 말년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잖아요.
 
인간이 보통 그러거든요. 사실 우리 젊었을 때를 놓고 보면 이 일을 택하게 된 계기가 우연일 수도 있고, 사명감이나 무슨 목표를 가지고 그랬던 것은 아니란 말이죠. 그러면 사람이 어떤 길을 가는지는 체질에 따라서 약간 변화하는 계기가 필요하다거나, 다른 길로 가는 것에 대한 저항이나 거부감이 있다거나,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다는 거죠. 그게 뭐하고 통하느냐 하면 제
가 요즘 감정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의외로 인문사회과학 하는 사람들은 늘 사회적 차원에
서만 이야기하려고 하지 생물학적 차원은 거부하고, 인간이 갖고 있는 특수성은 무시하고,
그게 또 진보 아닙니까? 그것이 정치적 올바름일 수는 있어도 우리가 당위로서가 아니라 세
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그것만 가지고는 안 돼요. 리더십 연구할 때도 그렇잖아요. 미국
에서 하는 리더십 연구를 보면 퍼스낼리티를 분석한단 말이에요. 진보적 입장에서의 리더십
연구는 퍼스낼리티 분석 같은 것 안 하고, 메마르게 인간적인 것 빼고 늘 추상화된 개념으
로만 한단 말이죠. 그걸로 설명이 다 되느냐는 거예요. 양쪽이 다 결합되어야죠.
 
사람마다 독특한 점이 있잖아요. 정치 지도자급 되는 분들 가만히 보세요. 갖고 있는 퍼스낼리티라든가, 특히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 가지고 있는 인간적 무게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그런 게 있어요. 박원순 시장, 문재인 의원, 안철수 의원 등 지도
자급 되는 분들 보면 퍼스낼러티가 그 사람의 정치적인 것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는 거죠. 무시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동시에 같이 바라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지승호 혹시 글 쓰는 것이 싫을 때도 있으셨나요?
 
강준만 싫다기보다는요. 그때그때 일하는 것을 얼마든지 조정할 수가 있잖아요. 쓰는 것이
싫으면 읽으면 되고요. 읽는 것도 싫으면 텔레비전 보면 되고요. 얼마든지 비슷한 일 가운데
다른 것을 하는 게 가능해지죠.
 
지승호 월간 『인물과사상』 200호 특집인데, 독자분한테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가요?
 
강준만 미안하죠. 초기서부터 지지와 신뢰를 보내주셨던 분들에게. 얼마 전에 우연한 기회
에 창간사를 한번 읽어보았어요. 빵빵 쳤던 큰소리가 어디로 갔나, 개인적으로는 할 말이 참
많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하는 억울한 점은 있지만요. 어찌되었든 과정은 빼고, 결과로
이야기해야 하니까요. 바꿔봅시다, 엎어봅시다, 그건 이제는 끝난 것 같고요. 화려하게 중심
에 있지는 않더라도 삶의 곁가지로 가는 의미로서의 작업, 그런 점에서는 예전에 비해서 꿈
과 목표가 확 낮아졌기 때문에 미안한 게 있습니다.
 
2부 끝
* 본문은 월간 <인물과사상> 제200호 특집기사입니다.

글쓴이 강준만은 언론과 대중문화를 포함하여 문화사 전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아대에서 신문방송학 석사, 위스컨신대에서 신문방송학 박사학위를 받고 1989년부터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현대사 산책(전 23권)](2002~2011), [한국대중매체사](2007), [미국사 산책(전17권)](2010), [세계문화의 겉과 속](201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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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1/13 [00:1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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