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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동포학생들, "항일여성독립운동가" 영문판 펴내
[현장] <서간도에 들꽃 피다> 지난 1년간 번역 작업, 41분 사연담아
 
이윤옥   기사입력  2014/11/20 [15:13]

뭘 그리 잘못해 그런 고난 겪었나?
조국 사랑이 언제부터 죄이던가?
이제 갓 열다섯 곱디고운 나이
사랑한번 못해보고 꽃은 시들었네


- 강민주 (Manly Selective High School, Year 11) ‘희생한 삶’ 가운데- 
    
우리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조국의 독립과 민족을 위해
순국하신
수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하지 못하였습니다
조국의 독립과 민족을 위해
희생하신
수 많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김채현(Marsden High School, Year 10)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가운데‘-
    
호주 시드니 동포 41명의 학생들이 빚어내는 언어는 그 어떤 시인의 노랫말보다 아름다웠다. 41명의 나라사랑 정신은 그 어떤 독립군 못지않게 기상이 드높았다. 지난 11월 17일 호주 시드니에서는 제75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이 있었는데 이 날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광복회호주지회(지회장 황명하)가 지난 1년간 마련한 여성독립운동가에 관한 영문판 책을 펴내는 날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 호주 동포학생들이 펴낸 영문판 시집 표지 (한글부분은 참고로 붙인 것이며 원래는 영문만 있다)     © 광복회 호주지회


그간 호주 동포학생들은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이윤옥 시인의 책 <서간도에 들꽃 피다>에 나오는 41명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시와 삶의 흔적을 한 사람씩 맡아 학업 틈틈이 번역 해 지난 17일 순국선열의 날에 출판기념회를 가진 것이었다. 영문 책 이름은 《FLOWERING LIBERATION -41 Women Devoted to Korean Independence 》으로 여자광복군 1호인 신정숙, 황해도 평산 의병 어머니 이석담, 댕기머리의 열네살 나이로 만세운동에 뛰어든 목포의 김나열 애국지사 등 모두 41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 시화전에서 시를 낭송하는 이유진 학생     © 광복회 호주지회


    
“시 영역을 마친 학생들이 교육과 시를 통해 느낀 것을 정리한 참가후기, 헌시, 독립운동가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독후감을 심사한 사람으로 학생들의 관심과 노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학생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조국의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음을 확인했다.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온갖 악조건에도 희생을 마다하지 않은 고귀한 독립정신이 학생들에게 전해졌음을 알았을 때 무척 기뻤다.
    
특히 이번 시 영역작업에 참가한 15~6살의 학생들은 당시 만세운동에 참여했던 어린나이의 여성독립운동가 또래의 학생들로 오로지 나라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진 고문을 견뎌내며 조국의 독립을 외치다 간 항일투쟁 정신을 제대로 배우고 익히게 되어 조국의 역사를 접할 기회가 없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다.”
    
이는 지난 1년간 41명의 동포 학생들의 시 번역 작업을 곁에서 지켜보며 그들에게 어머니 같은 따스한 격려와 영역 지도를 아끼지 않은 최옥자 시인(광복회호주지회 홍보이사)이 10월 31일자로 호주 한국일보에 기고한 글의 일부이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김춘수 시인은 노래했다. 호주의 동포 학생 41명은 그간 우리사회가 살피지 않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불러 주었다. 그래서 모두 자신의 가슴 속에 한 송이 들꽃을 심었다. 번역 작업에 참가한 아름다운 41명의 학생들 이름은 다음과 같다.
    
“강민주 김광엽 김다솜 김동녘 김미현 김은총 김지민 김지희 김채현 김하란 김현희 민병찬 민윤지 박한슬 박혜원 변수인 성로제 송은혜 심다혜 양하늘 양하은 유동규 윤재희 이강윤 이규민 이수빈 이유진 이은지 이지인 인서경 인서현 임혜진 장운지 조수빈 차지원 최지현 태초애 허수빈 황서은 황지희 이은수”
    
광복회 호주지회에서는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여성독립운동가 영어 책 펴냄과 함께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화전도 열고 있다. 이윤옥 시인의 시에 한국화가 이무성 화백의 맛깔스런 여성독립운동가 그림은 영문으로도 번역되어 함께 전시 중이라 동포들은 물론이고 호주 현지인들의 반응도 뜨겁다고 최숙자 시인은 전해왔다. (전시회는 11월 5일부터 20일까지, 호주 시드니한국문화원 전시실)
 

▲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화전 개막식에서 시를 번역한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 이윤옥


    
이번 광복회 호주지회의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시 영어 작업의 의의를 꼽는다면 무엇보다도 광복회가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1세대가 직접 독립을 위해 뛴 세대라면 이번 시 영역작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동포 3세들이다. 이들이 그것도 해외에서 조국의 역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학생들에게 ‘나라사랑’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기획된 광복회 호주지회의 이번 작업은 국내외에 있는 광복회가 앞으로 어떻게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할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젊지 않고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후손들에게 다가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의미 있는 점을 꼽으라면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역할을 학생들에게 맡기고 그들이 적극 참여하게 만든 점이다. 말하자면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어 뛰고 어른들은 뒤에서 지켜보는 구조다. 그간 나라 행사에는 1회성 들러리로 학생들을 세우는 경우가 더러 있었는데 이번 호주의 경우는 3차에 걸친 역사교육을 별도로 받으면서 까지 번역작업에 임하게 했다는 점이 높이 살만 하다. 그것은 학생들의 단순한 참가에서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 광복회 호주지회의 노력도 한 몫 했다고 본다.
    
그런데 독자 가운데는 왜 학생 41명이 여성독립운동가 41분을 다룬 것인지 궁금해 할지 몰라 그 속사정을 밝히면, 이윤옥 시인은 그동안 82분의 여성독립운동가에 관한 일생을 4권의 책으로 낸바 있다. 이 가운데 1-2권에 나오는 41분을 2013년 5월 미국 동포 학생들이 ≪41명의 영웅들(41 Heroines: Flowers of the Morning Calm)≫ 이라는 제목으로 미국 보스톤(박혜성 박사의 지도) 에서 펴낸 적이 있다.
    
이 사실을 안 호주 시드니의 광복회호주지회에서 2014년 1월 무렵 그렇다면 3-4권에 수록된 41분의 여성독립운동가를 자신들이 영어 번역 작업을 하겠다는 의견을 모아 이번에 영문판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현재 국가보훈처에서 서훈을 받은 여성독립운동가는 246분(2014.8.15)이며 나머지 분들에 대해서도 이윤옥 시인은 꾸준히 후속 작업을 할 계획이다.
    
“한국인이라면, 한국의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일 항쟁기 때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하여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많을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다. 아침이건 저녁이건 장소가 어디가 되던 이 시집을 읽을 때마다 울컥하면서도 감탄하고 또 답답해했다 ” -인서경 (Henry Kendall High School, Year 10) <서간도에 들꽃 피다> 독후감 가운데-
 

▲ 시화전 개막식에서 진혼무를 추는 모습     © 이윤옥


    
호주에서 지난 1년간 조국의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 애쓴 41명의 동포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뜨거운 손뼉을 쳐주고 싶다. 또한 이 학생들이 이러한 작업에 참여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주고 응원해주신 모든 호주 동포사회의 어른들께도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동포 학생들이 만든 영문판 책으로 이제 전세계 사람들이 한국의 잔다르크를 이해하고 불굴의 의지로 생을 마감한 한국의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는 날이 하루 빨리 찾아오길 눈물로 시를 쓴 시인으로서 염원해본다.
 

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대 박사수료,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민족자존심 고취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밝힌『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그린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
*발로 뛴 일본 속의 한민족 역사 문화유적지를 파헤친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바보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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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1/20 [15:13]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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