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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님들, ‘다대기’라는 말 알고나 쓰나요?
[진단] '다대기'는 일본말 원뜻도 요리의 일부, '다진양념'으로 써야
 
이윤옥   기사입력  2014/11/13 [10:11]

<'다대기는 어쩌라고….' 1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실질적 타결과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긴급 현안보고를 받고 피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쌀 등이 양허대상에서 제외된 점을 들어 정부의 노력을 대체로 인정했지만, 김치와 다진양념(다대기)의 관세가 인하되는 부분에 대해선 우려를 표시했다. >
    
이는 2014년 11월 12일치 머니투데이 기사 가운데 일부다. 이 기사는 제목을 “마늘은 안되고 다대기는 되나…"한중FTA, 눈가리고 아웅” 이라고 적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다대기란 일본말이며 한국에서는 ‘다진양념’으로 쓰고 있는 말이다. 말이 나왔으니 일본말 ‘다다기(tataki, たたき)’를 살펴보건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말 ‘다진양념’의 뜻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 머니투데이 갈무리 (11월 12일자)     © 이윤옥


일본의 다다기는 두 가지를 일컫는데 일본대백과전서 <日本大百科全書>에 따르면, “다다기는 요리를 말하며 가다랭이(가츠오)를 훈제식으로 살짝 불에 익혀서 썰어 먹을 때 양념으로 파, 무, 마늘을 곁들이는 것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정어리 등의 생선에 칼집을 넣어 거기에 파 다진 것을 곁들여 먹는 것을 말하며 가나가와현 쇼난 (神奈川県 湘南) 해안의 명물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다다기(tataki)는  다다쿠(たたく)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말로 두드리다, 패다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파, 마늘, 고춧가루, 생강 따위를 넣어 벌겋게 ‘다진양념장’을 만들어 맑은 대구탕이나 순두부 같은 음식을 먹을 때 넣어 먹는 뜻으로 쓰는 ‘다대기’와는 분명히 다른 것이다.
    
참고로 일본에는 한국과 같은 “갖은 양념” 문화가 없다. 한국음식이 파, 고춧가루, 마늘, 생강, 젓갈, 깨소금, 식초, 소금, 조청,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따위로 맛을 내는데 견주어 일본요리는 기껏해야 “간장, 된장, 소금, 식초”로 음식을 만든다. 오죽 양념이 많으면 한국음식을 ‘갖은양념’ 맛이라고 했을까?
    
“다진양념”을 비롯하여 “갖은양념”이 없다보니 한국처럼 콩나물, 숙주나물, 취나물, 고사리나물, 도라지나물, 고구마순나물, 가지나물, 비듬나물, 달래무침, 냉이무침 같은 나물류가 없고, 뜨거운 국물 맛이 일품인 각종 생선 매운탕, 해물탕, 아구탕, 꽃게탕, 감자탕, 동태찌개,김치찌개도 없다.
 

▲ 가다랭이(가츠오)를 다대기 요리 한것으로 '다대기'는 결국 요리를 말하는 것이다.(일본위키피디어)     © 이윤옥


또한 배추김치, 깍두기, 파김치, 갓김치, 꼬들빼기, 물김치, 동치미 같은 김치도 물론 없다. 물론 요즈음 한류 바람으로 김치 따위의 한국음식에 길들여 가고 있다고는 하나 원래 이러한 것은 일본음식이 아니다. 그 원인은 “양념”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일본 음식이 맛이 없거나 형편없다는 뜻은 아니다. 요리의 기준이 되는 양념문화를 보면 일본과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양념’을 가진 것이 우리 음식문화라는 말이다.
 

▲ 일본말 다다기(tataki)를 '다대기'라고 표기 하고 나서 '다대기"로 소리나는 일본말을 찾아놓으니 "산림벌채용 나무, 멋진 복장이나 화려한 옷" 이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다음국어사전>     © 이윤옥


이런 사정을 모르고 파,마늘,생강,고춧가루 따위의 갖은양념을 넣어 만든 것을 일본말 “다대기”라고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도 국회의원들 입에서 “다대기는 어쩌라고? ” 같은 말이 나오고 있으니 언어순화교육이 절실 한 것 아닐까?

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대 박사수료,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민족자존심 고취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밝힌『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그린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
*발로 뛴 일본 속의 한민족 역사 문화유적지를 파헤친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바보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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