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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환수 연기가 한국의 요청이었다고?
[진단] 미국이 더 바란 전작권 환수연기, 미국은 손 안대고 코푼 격이다
 
장창준   기사입력  2014/11/10 [22:54]

최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는 것으로 합의했습니다. “지속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포함한 역내 안보환경의 변화에 맞춰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미군 주도의 연합사령부에서 한국군 주도의 새로운 연합방위사령부로 대한민국이 제안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the ROK-proposed conditions-based approach)을 추진하기로” 하고, 전작권 전환의 조건에 대해 “대한민국과 동맹이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하고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로 제시했습니다.

 

전작권 환수 연기, 미국은 그저 웃을 뿐!

 

정부여당 그리고 보수적 인사들을 제외하고 이같은 합의에 대해 ‘군사주권의 포기’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군사주권의 포기입니다. 그런데 이번 전작권 전환 재연기 방침은 단순히 ‘군사주권의 포기’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다시 한번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대한민국과 동맹이 핵심 군사능력을 구비하고”라는 대목에서 ‘핵심능력을 구비하는 주체는 ‘대한민국’만이 아닙니다. ‘대한민국과 동맹’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합니다. 즉 한미 양국은 ‘대한민국과 미국의 핵심 군사능력’ 보유를 전환 조건으로 합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미 한국군의 전작권 행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2006년 확인했습니다. 2006년 9월 4일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었던 버웰 벨이 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낸 서한은 아래와 같이 명시되어 있습니다.(위 내용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기밀해제된 미국의 문서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프레시안 기사 참조.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1271)

 

“한국군은 오늘날에도 전쟁 수준의 환경에서 높은 수준의 전투 지휘 능력을 행사할 능력을 갖고 있다.”

 

“주어진 위협의 성격과 준비 수준을 감안할 때, 한국군은 지금 당장이라도 독자적으로 그들의 나라를 성공적으로 방어할 수 있다.”

 

“훈련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종합공습계획(Master Air Attack Plan)의 승인 절차를 감독하는 임무와 평양 점령 계획의 요구를 충족시킬 임무를 맡겨본 결과, 연합사지상군구성군 사령관인 이희원 장군이 뛰어난 전쟁 감각을 입증해보였다.”

 

“한국군 지휘자들은 더 많은 훈련과 연습 기회, 그리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수년 동안 우리에게 배운 결과 우리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2009년 이내에 한국이 전시에도 자신의 군대를 독자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한다.”

 

이 서한을 받아본 렘즈펠드는 ‘2009년 전환을 목표로 하여 한국 정부와 협상할 것’이라는 답신을 보냈습니다. 이렇게 한미 간에 전작권 전환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었고, 협상 과정에서 노무현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2009년이 아닌 2012년에 전작권을 전환키로 합의했던 것입니다.

 

2006년이면 벌써 8년전 이야기라고요? 8년이 지났으니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지요. 미국 역시 북한 핵무기의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장착 능력을 인정하고 있기도 하지요.

 

그러나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황을 전작권 반환과 연결시키면 안됩니다. 핵무기가 사용되는 전쟁은 전작권을 논한 상황을 초월합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전작권은 군사적 문제인 데 반해 핵무기는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핵무기는 군사력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인 것입니다. 정치적인 사안인 핵무기를 군사적인 사안인 전작권의 문제와 연결시켜 버리는 순간 한반도는 그야말로 블랙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전작권 문제와 관련된 북한의 군사적 상황 즉 재래식 군사력은 8년 전과 지금 큰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2006년 주한미군 사령관의 평가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번 SCM 공동보도문에 명시되어 있는 ‘대한민국과 동맹의 핵심 군사 능력 구비’에서 관건적 조건은 ‘대한민국의 군사 능력 구비’가 아니라 ‘동맹의 군사 능력 구비’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한미 동맹의 군사능력 구비, 쉽게 말하자면 사드(THAAD) 배치, 미사일 방어 등이 그것입니다. 결국 전작권 환수의 조건은 ‘주한미군의 군사적 능력 구비’가 되는 것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사드 배치를 추구해 왔던 미국으로서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입니다. 사드 배치 합의를 명시적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SCM 합의는 사드 등을 배치해서 더 나아가 한국도 사드를 구매해서 전작권 환수의 조건을 구비하겠다는 한국측의 의사를 표명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전략 전환: Pivot to Asia 정책 구체화를 위한 동맹 재조정 보류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2006년 전작권 환수 방침은 한미 양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동맹을 재조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즉 주한미군의 역할을 한반도에서 동북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 어느 분쟁지역으로든 출동할 수 있도록 조정하여, 전략적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의 방침이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은 거추장스러운 것이었습니다.

 

한국측으로서는 군사주권의 치명적 손상으로 평가받는 전작권을 환수함으로써 정상국가로의 발돋움을 시도하고, 불평등한 관계의 대명사로 평가받아왔던 한미관계를 평등한 관계로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노태우 정부때부터 추진되어온 15년에 걸친 프로젝트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으로서도 전작권을 가급적 빨리 돌려주고자 했습니다. 2006년 당시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이 환수 시점으로 2009년을 잡은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 속에서 2012년으로 환수 시점을 합의했던 거지요. 그런데 미국은 2010년 이명박 정부의 환수 연기 요청을 받아들였고, 올해 박근혜 정부의 환수 재연기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쉽게 납득이 안가는 상황입니다. 전작권 환수 시기가 연장된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그만큼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달고 군사전략을 수행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동맹관계라 해도 국가의 이익이 걸린 군사전략에서 호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연기 요청을 두 번이나 받아들인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전작권 환수 연기가 미국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주길래 미국은 한국측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일까요?

 

우선 시기의 문제를 보겠습니다. 2010년은 미국이 Pivot to Asia 정책을 본격화하던 시기였습니다. Pivot to Asia 정책은 한마디로 말해 소련 견제를 위해 유럽에 배치되었던 미군의 핵심전략을 중국 견제를 위해 아시아로 미군을 집중시킨다는 것입니다. 중국 견제 정책의 공식화를 선언한 것이 Pivot to Asia 정책입니다.

 

중국 견제에서는 당연히 군사적 견제가 최우선입니다. 군사적 견제에서의 최우선 순위는 MD체제 구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지지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했던 것이 바로 이 때부터입니다. 일본에게는 집단적 자위권 지지 표명, 한국에게는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 강화 압박. 미국이 Pivot to Asia 정책을 본격화했던 2010년 이후 대표적인 정책들입니다. 이같은 미국의 압박은 2012년 이명박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비밀리에 체결하려다 들통나 결국 포기했던 해프닝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언론에 크게 주목되지는 않았지만 미국은 전작권 반환 뒤에도 한미연합사를 존속시키는 방향을 한국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습니다.(조선일보 2012년 6월 14일자 보도) 물론 우리 국방부는 그런 내용의 제안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그와 같은 제안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2014년 7월 14일에는 한미연합사를 평택으로 이전하지 않고 서울에 잔류시켰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미국이 전해왔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함으로써 사실상 시인했습니다.

 

Pivot to Asia 전략 채택 이후 미국의 대한반도 군사정책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첫째, 미국은 노무현-부시 정부 때 추진하던 동맹 재조정 과정을 중단하고 Pivot to Asia 정책이라는 새로운 아시아 전략에 맞게 대북, 대중국 견제를 위한 군사력 보완 작업으로 전환했습니다. 둘째, 이와 같은 군사적 보완 작업을 위해 미국은 한미연합사 존속, 한미연합사 서울 잔류,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2010년 이후 본격화했습니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 시기 재연기는 한미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미국은 전작권 환수 연기라는 한국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Pivot to Asia 정책을 구체화하기 위한 군사적 보완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입니다. 미국은 사드 배치, MD 협력 강화, 한미일 정보공유 MOU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입니다.

 

올해 보였던 일련의 상황 전개는 미국의 군사정책 변화에 따른 것입니다. 2014년 9월 4일 국방부는 주한미군 2사단을 모체로 한국군 여단급 부대가 편입되는 ‘한미연합사단’ 편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올해 들어와 MD 구축을 위한 계획을 정력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대략적인 일지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4월 25일 - 한미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오바마는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에 대해서 합의했다”고 밝힘. 박근혜 대통령 역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를 독자적인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나가되 한미 간 상호운용성을 증대시켜 효율적인 운영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힘.

5월 27일 - 미국 언론 월스트리트저널 “미국이 이미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기 위한 부지 조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

6월 3일 -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 국방포럼 강연에서 본국에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요청했고, 미 정부가 검토중이라고 밝힘.

6월 17일 -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 내정자는 한미동맹의 대북 정책기조는 북한 고립 유지, 제재와 군사훈련 강화, MD 체제 강화라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고 강조.

6월 18일 -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 "사드는 미국에서 논의 중이며, 다만 우리가 사드를 구입해서 배치할 계획은 없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말해, 주한미군 배치는 문제 없다는 시각 표명.

 

7월 20일 - 한민구 국방부 장관, “만약 미국이 주한미군을 통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핵 또는 미사일을 억제하고 한반도의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발언하여 미국의 요청시 수용 의사를 피력.

7월 21일 -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 “미국 정부가 정식으로 요청하면 검토해 보겠다”

8월 21일 - 방한한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 “우리는 미국의 사드 체계와 한국형 MD가 완벽하게 상호 운용성을 갖추기를 원한다”고 말함.

9월 5일 - 동아일보, 미 국방부 고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사드 체계 1개 포대를 경기 평택 미군기지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보도.

9월 30일 - 로버트 워크 미 국방부 부장관, 현재 괌에 배치된 미국의 사드용 요격미사일 포대의 한국 배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힘. 또한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힘.

 

물론 이번 SCM과 한미외교국방장관 회의(2+2 회의)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명시적인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동맹의 군사적 능력 강화’를 합의한 이상 사드 배치를 비롯한 MD 체계 구축은 시간 문제일 뿐입니다.

 

대북 군사정책의 변화 : 전작권 환수 재연기의 또 다른 배경

 

미국이 전작권 환수 재연기에 동의하고 한미 동맹 재조정을 보류한 데는 단지 중국 견제만을 목적으로 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최근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와 미사일 기술 향상을 현실적으로 수용하는 발언이 연이어 나오고 있습니다. 한미동맹 재조정이 한반도의 방위 임무를 한국군에게 넘기고 주한미군은 그로부터 자유롭게 전략적 유연성을 행사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최근 현실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향상은 미국의 동맹 재조정 과정을 중단시키는 데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필자의 또 다른 가설입니다.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에 대한 미국에서의 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한미 간에 북한 정보가 공유되고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여 한국 관리들의 발언도 함께 포함했습니다.

 

9월 22일 - “북한이 최근 실험한 미사일은 소형 핵탄두 탑재용”

9월 23일 – 한국 군 소식통 “수년 전부터 북한이 신형 정밀유도폭탄을 시험하는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신형 폭탄은 미국의 JDAM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9월 25일 – 새뮤얼 로클리어 미국 태평양사령관, 북한이 핵물질을 탑재한 이동식 미사일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 “북한은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며 현재로서는 북한의 도발이 언제 종결 상태(end state)를 맞을지 모르겠다.”

10월 19일 – 38노스(north) 홈페이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신포 남부 조선소의 모습을 검토한 결과 그간 확인된 바 없던 잠수함이 정박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

10월 24일 - 주한 미군사령관 커티스 스캐퍼로티,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고 이를 미사일에 탑재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힘.

 

이미 북측은 2010년부터 핵-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고,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 첨단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북측이 핵물질을 탑재한 이동식 미사일을 개발했을 가능성을 언급한 9월 25일 미 태평양사령관의 발언은 핵무기를 소형화, 경량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입니다. 따라서 9월 25일 발언은 핵무기를 탑재한 장거리 미사일이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미국이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미국으로서는 기존의 군사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 향상 특히 미본토로까지 도달할 수 있는 핵 탑재 미사일의 개발 가능성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미사일 방어 체제를 구축해야 할 현실적 이유가 되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본토를 향한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사드 체계를 주한미군에 배치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북한 미사일을 염두에 둔 사드 배치는 2011년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 때도 상정되었습니다. 2011년 8월 실시된 을지 프리덤 가디언 연습 때 주한미군은 사드 배치를 가정한 요격훈련을 실시했습니다. 10월 12일 SBS의 보도에 따르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경기도 오산에 있는 패트리엇 미사일 운영 부대인 미 육군 35 방공포병여단에 사드 포대를 가상배치한 도상 훈련을 실시”했다는 것입니다. 사드 배치 논란이 2014년 들어 본격화되었지만 미국은 2011년부터 사드 배치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2011년부터 미국이 사드 배치를 염두에 두었다는 사실은 2010년부터 미국의 아시아 군사전략이 바뀌었다는 저의 가설에 힘을 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위협 인식의 변화에 따른 미국의 아시아 군사전략의 변화는 미국의 핵무기 정책을 더욱 적극화하는 데서도 나타납니다. 미국의 전 국방장관이었던 리언 패네타가 최근 회고록을 출간했는데, 여기서 그는 2011년 방한 시 “북한이 남침할 경우 필요하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회고했습니다.

 

2013년 한미 SCM 회의에서 한미 양국이 북핵 맞춤형 억제 전략을 채택하고 올해 한미 연합군사 연습에서 그 적용을 위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북핵 맞춤형 억제 전략은 지난 해 한미 국방장관이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것으로, 북한의 핵 및 미사일에 대한 단계별 대응 전략입니다. 이 전략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상황을 ‘위협’, ‘사용임박’, ‘사용’의 3단계로 나뉘는데, ‘위협’ 단계에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핵과 미사일을 사용할 ‘징후’가 조금이라도 보이는 ‘사용임박’ 단계에서는 한미 양국이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군사적 수단들을 동원하여 선제타격을 하고, ‘사용’ 단계에서는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을 ‘미사일 방어체제(MD)로 요격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사드 배치를 적극화하는 것은 ‘사용’ 단계에 대비한 것이며, ‘핵 선제공격’을 운운하는 것은 ‘사용 임박’ 단계에 대비한 것입니다. 그리고 올해 8월 18일부터 실시되었던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에서 한미 양국이 ‘북핵 맞춤형 억제’ 전략을 처음으로 적용했던 것입니다.

 

미국이 한미연합사를 서울에 잔류시키고, 한미연합사단을 창설하기로 하고, 마침내 전작권 환수 시점을 무기한 연기한 것은, 단순히 박근혜 정권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바로 이와 같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갖추기 위한 미국의 군사전략에 따른 조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이번 SCM 회의에서는, 전작권 반환 무기한 연기라는 이슈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북한의 대남 핵 미사일 공격에 대한 ‘북한 미사일 방어작전개념’이 승인되었습니다. 이 개념에 의하면 북한의 대남(對南) 핵 미사일 공격이 임박하면 한국군이 단독으로 사거리 500km와 800km급 탄도미사일과 타우루스 공대지미사일로 대북 선제타격에 나섭니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를 탐지→요격→교란→타격의 4단계로 맞춰 군사적 수단의 운용 방법과 대응 개념을 정리한 것인데, ‘요격(방어)’ 단계에서 한국은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할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미국은 패트리엇(PAC-3) 미사일과 한국 배치를 추진 중인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체계가 각각 임무를 수행한다는 계획입니다.

 

또한 ‘교란’과 ‘타격’ 단계에서 한국은 2020년대 중반까지 구축하는 ‘킬 체인’을, 미국은 정밀유도무기와 B-1, B-2 전략폭격기 등을 각각 투입됩니다. 한국 군 관계자는 대북 미사일방어 체계 구축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의 핵심요소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전작권 환수 연기, 미국이 진정 바랐던 것!

 

이상 살펴본 것처럼 미국의 군사정책은 2010년을 전후로 하여 변했습니다. 미국은 한미동맹 재조정 과정을 중단시켰습니다. 대중국, 대북 견제를 위한 적극적인 군사정책으로 선회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의 급부상 외에도 북한의 핵, 미사일 능력 향상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 방어는 한국군에게 넘기고, 주한미군은 한반도 외 지역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행사한다는 기존 방침은 철회되었던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정부의 요청에 의해 전작권 환수가 연기되었다고 인식합니다. 그러나 그건 절반의 진실일 뿐입니다. 오히려 내용적으로는 미국이 더 적극적이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 정부가 먼저 나서준다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손 안대고 코를 푸는 격’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 출처= 웹진 진보정책 http://www.uppi.or.kr/bbs/tb.php/03_2_new/123

* 글쓴이는 [진보정책연구원]의 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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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11/10 [22:5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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