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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것 같다"…욕까지 하며 고통호소 했지만, 훈련 강행
 
고형석·김정남   기사입력  2014/09/04 [01:08]

충북 증평 특전사에서 포로 체험 훈련 도중 숨진 부사관들은 사고 직전 약 10분 가까이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욕까지 하며 살기 위해 발버둥 쳤지만, 현장 교관들은 훈련 일부로만 생각해 이를 묵살했다.

◈ “죽을 것 같다”…욕까지 하며 고통호소


2일 오후 10시 30분 충북 증평 특전사에서 이른바 포로체험 훈련 도중 숨진 부사관들은 끈으로 조여지는 두건을 쓰고 팔이 뒤로 묶여진 채 훈련을 받았다.
 
적에게 포로로 붙잡혔을 때를 대비한 훈련인데 결박을 풀고 스스로 탈출하는 훈련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오후 9시부터 시작된 훈련은 이들이 숨진 10시 30분쯤까지 1시간 반가량 계속됐다.


3일 군 당국에 따르면 숨진 이모(23) 하사와 조모(21) 하사는 숨지기 직전 5분~10분에 걸쳐 죽음의 고통을 호소했다.


“정말 힘들다”, “못 버티겠다”는 호소와 함께 욕도 했지만, 훈련은 그대로 강행됐고 결국 2명이 숨지는 사고로 이어졌다.


군 당국 관계자는 “숨지기 전 이들이 5~10분간 고통을 호소했지만, 현장 교관들은 리얼한 상황 전개정도로 생각하고 훈련의 일부 정도로 생각해 대처를 늦게 한 것 같다”고 밝혔다.
 
◈ 사고 당일 오전에도 비슷한 훈련…오후에는 강도 높여


이들은 사고가 난 당일 오전에도 비슷한 포로체험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스로 결박을 풀어나가는 실습 차원의 훈련이었는데 숙달됨을 확인하기 위해 사고가 난 오후 훈련은 다소 강도가 높게 진행됐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오전에는 두건만 씌워놓고 결박을 푸는 훈련이었다면 오후에는 두건에 함께 달려있는 끈을 조여 놓고 결박을 푸는 훈련이었다.


두건에 끈이 달려있는 것은 적에게 포로로 잡혔을 상황에 맞게 훈련을 진행하기 위함이라고 군 당국은 설명했지만, 질식사로 추정되는 사고에 대해서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 시신 안치된 국군 대전병원 출입통제


숨진 이 하사와 조 하사는 현재 국군 대전병원에 안치돼 있고 부상을 입은 전모(21) 하사도 청주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이날 오전 국군 대전병원으로 이송됐다.
 
군 당국은 유족이 동의하면 숨진 이 하사 등에 대해 부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들이 이송된 국군 대전병원은 현재 무거운 분위기 속에 외부인 출입 통제를 강화한 상태다.


사고 조사를 위해 육군중앙수사단 버스가 병원에 도착한 데 이어 민간인을 태운 특전부대 소속 미니버스가 정문을 오가는 등 조용한 가운데서도 사고 수습에 분주한 모습이다.


군 수사당국은 건강 상태가 호전된 전 하사 등을 상대로 사고 발생 경위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해당 부대가 안전수칙을 마련하지 않았거나 제대로 지키지 않는 등 훈련 진행에 문제점이 드러나면 관련자들을 문책할 방침이다.


군 당국 관계자는 “군인이 훈련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만, 사고가 생겨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한 점 의혹 없이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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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9/04 [01:08]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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