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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정희 대통령, 김기춘 비서관에게 전한 귀속말은?
[서평] 김두영 전청와대비서관 '인간 박정희 인간 육영수'
 
김철관   기사입력  2014/07/12 [20:20]
▲ 표지     © 대양미디어
올해로 서거 35주년, 탄생 97주년을 맞아 고 박정희 전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에 대해 권좌를 떠나 인간적 모습을 내밀하게 기술한 책이 나왔다.

고 육영수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김두영 전 청와대 비서관이 쓴 <가까이에서 본 인간 박정희, 인간 육영수>(2014년 6월, 대양미디어)는 고 박정희 전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인간적인 모습과 활동사항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물론 지난 1990년 12월호 <월간조선>과 1991년 8월 <가정조선>에 썼던 저자의 글을 수정·보완했다. 특히 이 책은 글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료로서 당시의 박 대통령과 육 여사의 활동사진을 구석구석에 삽입해 당시 상황을 알게 했다.

저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 사후 10년은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로 박 전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보다 통치방식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뤘고, 박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모셨던 분까지도 자의든 타의든 숨을 죽여 박 전대통령에 대한 격하와 모진 비난이 너무나 왜곡돼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서거 35주년이 된 지금 고 박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당시와는 확연히 달려졌다는 것이다. 평가의 잣대가 감정의 속박에서 이성의 광장으로 옮겨졌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당시 가장 가까이에서 최고의 권좌에 있었던 박 전대통령 내외를 접하면서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자세히 살필 기회가 있었다.

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장춘체육관)에서 거행된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육영수 여사가 피격돼 숨을 거뒀다. 당시 나이 49세. 저자는 당시 육 여사의 피격과 그 날의 박 대통령의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인물이기도 하다.

“...머리에 총탄을 맞은 영부인은 이미 의식불명상태에서, 헉헉 하는 불규칙적인 호흡소리를 내고 있었다. 직감적으로 치명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너무도 놀랍고 안타까워 몇 차례 영부인을 불러보았다. 가쁜 호흡만 몰아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으셨다. 마지막 보내는 임종의 순간이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중략)영부인이 응급처치를 받고 수술실로 옮겨진 직후에 광복절 기념행사를 모두 마친 박정희 대통령이 서울의과대학장의 안내를 받으며 돌아왔다, 뒤에는 박종규 경호실장이 수행하고 있었다. 대통령은 의사들에게 ‘최선을 다해주시오’ 간곡하게 부탁하고 수술경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본문 중에서-

당시 저자는 영부인이 끼고 있던 반지와 총상으로 떨어져 나온 이마의 뼛조각을 응급실에서 의료진으로부터 받아 입관 때까지 호주머니에 보관했다고 밝히고 있다.

영부인 국민장 당일 청와대 본관에서 발인제를 올리고 운구행렬이 이어졌고, 박 대통령은 청와대 정문 옆 작은 문 뒤에서 운구행렬이 경복궁을 돌아 시야에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후 청와대 본관으로 올라온 박 대통령은 손수건으로 코를 풀면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권좌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아내를 잃은 슬픔과 인간적인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다.

아내를 잃고 청와대에서 장남 지만이를 육사생도로 보낸 첫날인 지난 77년 1월 당시 고 박 대통령의 일기에도 아버지로서의 인간적 모습이 보인다.

“1977년 1월 30일 6시 반경 기상, 7시에 지만이를 깨우다. 영하 14도 15도의 혹한이다. 8시 반 지만이와 조반을 들다. 지만이는 육사생도 규정대로 짧게 이발을 했다. 식탁에 앉아 있으면서 ‘머리를 깎고 나니 이제 정말 집을 떠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육사와 같은 훌륭한 학교에 가는데 사나이 대장부가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 어찌 하느냐’하고 타이르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 간신히 참고 태연한 체하였으나 이 자리에 저희 어머니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으랴 하는 생각이 문뜩 떠올라서 나도 몹시 마음이 언짢았다. 저것이 저의 어머니 생각이 나서 그러는구나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 참을 길이 없었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마음이란 왜 이다지도 약할까. 오전 중에 지만이의 방을 정돈 했다. 온 집안이 텅 빈듯하다. 군에 자식을 보내는 부모의 심정은 다 마찬가지리라.”

박 대통령 서거이후 5공화국 초기 대통령침실을 정리하다 발견한 변기통 속의 이끼 낀 벽돌 두 장은 고 박정희 전대통령 내외분의 근검절약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측히 이 책은 고 박 전대통령의 대담성과 세심함, 꼼꼼함과 정리정돈 습관 등도 실제 예를 들어 기술하고 있다.

당시 권좌의 핵심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차지철과 김종규의 차이점도 적었다. 둘 다 충성심이 강하고 차갑고 내정하고 업무에 충실한 점은 같았지만 박종규 실장은 육영수 여사가 피격당한 8.15광복절 행사 때 문세광이 달려오는 방향으로 뛰어나오며 권총을 뽑았지만, 10.26밤 궁정동에서 차지철 실장은 김재규의 권총이 불을 뿜는 순간 대통령을 두고 혼자 화장실에 숨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의식은 행동을 지배하며, 행동은 습관을 지배한다고 밝힌 후, “습관의 축척은 한 인간의 인격이 된다”라고 하며, 박종규 실장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탁월한 통찰력을 지난 박정희 대통령과 걸출한 능력을 지닌 희대의 기업인 정주영 회장과의 만남과 진솔한 대화 그리고 현대조선의 탄생 비화도 진지하게 기록했다.

야댱 총재를 지낸 박순천 여사와 당시 ‘한국의 간디’라고 불린 곽상훈 전민의원 의장이 말년에 박정희 대통령을 지지한 적이 있다. 박순천 여사가 육영수 여사 추모사업회 이사장으로 일할 때, 박 대통령과 나눈 대화도 눈여겨 볼만하다.

“박순천 이사장이 어느 날 박정희 대통령과 이야기하다가 육 여사에 대해 언급을 하게 되었다. 박 이사장이 육 여사의 고상한 자태와 특히 긴 목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그 학 같은 목이 1센티만 짧았더라도 총탄에 치명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더란 것이다. 박 이사장은 ‘대통령이 얼마나 아내를 생각했길래 그런 이야기가 나오겠는가’라고 했다.” -본문 중에서-

고 박정희 전대통령은 장관 소신을 신뢰했고, 무서웠지만 인정이 많았다는 것이다. 육 여사 사후 고독한 초인으로 사색을 했고, 고관대작을 지낸 김형욱 전정보부장과 최덕신(전 천도교 고령) 전외무부장관의 배신에는 마음이 많이 상했던 것 같다고 적었다.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의 일화도 기술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비서관이었고,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관련된 ‘오줌’ 얘기이다.

“1979년 어느 날 밤 박 대통령은 신직수 법률담당특보, 유혁인 정치담당 수석비서관 등을 불러서 1층 식당에서 식사와 술을 함께 했다. 박 대통령은 술이 거나해지자 식당 뒷문을 통해 정원으로 나갔다 들어오더니 동석한 모 비서관을 붙들고는 귓속말로 말하더라는 것이다. 그 비서관이 30여 년 전 나에게 그날 밤 이야기를 했다. ‘저 뒤에 나가 보니까 보초가 없어 풀밭에다 소변을 보고 왔는데 자네도 마려우면 지금 나갔다 와.’ 지금도 당신의 그 비서관은 그날 밤의 박 대통령의 소탈함과 인간적인 면을 잊지 못하고 있다. 그 비서관이 바로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의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분문 중에서-

캄캄한 밤 경호원 하나 없이 비서실 직원 하나 데리고 수해현장을 찾은 고 육영수 여사의 일화도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입이 돌아간 가난한 여인의 병을 고쳐준 사연, 간첩혐의를 받은 억울한 사람 해결, 불만이 많은 청년을 구청 임시직으로 채용한 사연, 청와대 현관까지 들어온 영업용 택시, 음성 나환자촌과 양지회 방문과 전국에서 온 편지 민원을 해결했던 영부인의 잔잔한 얘기도 진솔하게 담았다.

특히 1973년 유고슬라비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단체우승을 축하한 자리에서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가 탁구시합을 해 11 : 9로 박정희 대통령이 승리한 그 모습을 담은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저자 김두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대통령 제2부속실 행정관, 공보비서실 행정관, 대통령 사정비서관, 정무비서관 겸 국정자문회의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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