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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 한글 “광화문”으로 걸어야 한다
[시론] 문화재청의 새 광화문 현판 색깔과 크기 결정에 쓴소리
 
김영조   기사입력  2014/06/14 [06:52]
지난 달 새로 복원했다는 광화문 현판이 또 갈라졌다고 시끄러웠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다시 현판 문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광화문 현판을 재제작하면서 고증 관련 학술조사와 현판 복원 연구용역, 현판 재제작 위원회, 현판 색상 자문회의 등 다방면으로 신중한 검토를 한 결과 광화문 현판의 색상을 현재 복원된 현판과 같은 흰색 바탕의 검은색 글씨로 복원하기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 광화문 전경(동경대 소장 유리원판, 1902년 무렵)     ©문화재청
▲ 광화문 현판 확대 사진(동경대 소장 유리원판, 1902년 무렵)     ©문화재청
또 광화문 현판의 규격과 관련하여, 2013년 11월부터 12월까지 한 연구용역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5월 1일 현판 재제작위원회를 연 결과 현판 규격을 현재보다 가로는 더 길게 세로는 더 짧게 만들기로 결정했다.

※ 광화문 현판 규격: 당초(가로 3,905mm, 세로 1,350mm) → 변경(가로 4,276mm, 세로 1,138mm) 

그러나 광화문 현판의 가장 큰 문제는 색상이나 크기가 아니다. 광화문이 가지는 상징성을 생각하여 한자 현판일지 한글 현판일지 다시 숙고할 필요가 있음이다. 그동안 문화재청과 문화재 관계자들은 한자를 고집했고, 한글단체는 한글로 할 것을 끈질기게 요구해왔다. 

문화재 복원은 원형에 가깝게 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서 문화재청은 1867년 광화문 중건 당시 공사 감독관이자 훈련대장이었던 임태영이 쓴 한자 글씨가 원형이라고 고집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합리적인 주장일까? 사전에서 보면 “원형(原形)”이란 “본디꼴”을 말한다. 그런데 광화문 중건 당시에 쓴 것이 본디꼴인가? 본디꼴이라고 한다면 1395년 곧 태조 4년 창건될 때 쓰고 만들어 건 현판이 맞을 것이다. 따라서 광화문 중건 당시의 것을 본디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 그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현판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복원 전에 걸렸던 박정희 글씨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현판을 내리려면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주장처럼 그보다 더 의미 있는 새 현판이 달려야 하는 것이 옳은 일일 게다. 지금 문화재청이 고집을 부려 붙인 현판은 몇 백 년 세월이 깃든 유물도, 당대의 명필이나 역사적 인물이 쓴 것도 아니다. 광화문 중건 당시 임태영이 쓴 한자 글씨를 디지털 복원한 것에 불과하다. 그 시대의 명필·명사 반열에도 끼지 않은 중건 당시 감독관에 불과했던 무인이 쓴 현판을 원본도 아닌 디지털 작업을 통해서까지 복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 허경무(한글학회 부산지회장) 한글서체연구원장이 월인천강지곡에서 집자해서 만든 한글 광화문 현판     ©한글학회
김종택 한글학회장은 “어떤 형태로든 원형이 남아 있어야 복원이 가능한데 광화문의 원형은 남아 있지 않다. 따라서 광화문에 자랑스러운 훈민정음체 한글 현판을 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라고 말했으며,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그럴 바에는 우리 시대의 명필이나 의미 있는 인물이 쓴 한글 현판이 백 번 났다. 훈민정음 집자가 불가능하다면 그 서체를 빌려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했다. 

또 전봉희 서울대 교수는 “나라 상징의 초점인 광화문이 갖는 장소적 의미는 현대에 새롭게 부가된 것이 아니고 조선시대에도 여타의 궐문과는 다른 의미를 가졌다. 광화문은 수도 서울과 우리나라의 현재를 알려주는 표지와 같은 것이어서 광화문의 이마에는 지금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한글 이름이 걸려야 한다.”며 새 한글 현판을 가운데 정 위치에 달고, 과거의 광화문 현판은 그 아래층이나 뒷면의 경복궁을 향한 면에 달자.”라고 주장했는데 많은 이의 공감을 얻고 있다. 
 
▲ 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하자고 일인시위를 하는 부경대 김영환 교수     ©한글학회
서울 세종로의 시작 지점에 자리 잡은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 차원을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상징 조형물이다. 경복궁은 또한 한글이 태어난 곳이며, 광화문 광장에는 세종대왕 동상과 한글 이야기관이 자리해 있고 세종대왕 생가터가 있는 준수방이 바로 옆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문패 격인 현판을 한글로 하느냐 한자로 하느냐는 자존심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왕이면 지금의 대한민국을 세계에 우뚝 서게 만든 가장 큰 공로자 세종의 큰 뜻을 헤아려 서울의 관문에 ‘門化光’이 아닌 ‘광화문’ 현판을 걸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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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6/14 [06:52]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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