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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김한길 대표, 안녕하십니까?
[신년기획] 민주당은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언제 되찾을려나
 
공희준   기사입력  2014/01/16 [19:26]
필자는 마르크스의 대표작과도 같은 문건이 돼버린 ‘공산당 선언’이 요즘 들어 문득문득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많다. 민주주의 회복과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1987년 6월의 시민항쟁 이후 수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읽어봤을 이 역사적 문건의 첫 구절을 새삼스럽긴 하지만 잠시 인용해보기로 하겠다.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떠돌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2014년에 들어선 우리나라 정치판에도 유령 하나가 집요하게 배회하고 있다. 야권이라는 유령이. 이 유령이 등장한 시기는 참여정부의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해졌을 즈음이었다. 당시에 이 유령은 ‘범여권’이라는 다른 이름을 하고 있었으니 지금은 명칭이 간소화된 셈이다.

이름만 소박해진 것은 아니다. 범여권이라고 불렸던 집단의 지지율 역시도 나날이 간소해졌다. 그 집단의 중핵 내지 맏형으로 일컬어지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안철수 신당의 창당을 상정할 경우 겨우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민주장의 지지도가 한 자릿수로 추락한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130석에 육박하는 거대한 의석수가 머쓱하기만 하다.

이 많은 의석수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왜 저조한 지지율과 미미한 존재감이라는 이중고를 만성질환처럼 겪어오고 있을까? 필자는 그 이유를 [야권]에서 찾고자 한다.

여당과 야당은 ‘Ruling Party’와 ‘Opposition Party’를 각각 옮긴 단어다. 문제는 현재의 한국정치에는 여당은 있되, 야당은 없다는 데 있다. 민주당이 여당을 견제하면서 다음번 선거의 승리를 통해 집권을 준비하는 수권야당을 지향하지 않고, 번역조차도 하기 난감한 야권이라는 실체 불분명한 집합체의 당연한 일개 구성요소로 스스로를 너무나 오랫동안 격하시켜왔기 때문이다.

금년 6월 4일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질 예정이다. 지방선거의 승패는 어느 정당이 몇 명의 광역자치단체장을 당선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고, 승패의 사활적 승부처는 수도권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유권자들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후보를 낼 것에 대해서 추호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면에 민주당이 지방선거의 승부처에 후보를 과연 내보낼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선거를 불과 반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오늘까지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단지 자신을 야당이기보다는 야권으로 분류하는 후보자들이 출마할 것이라는 점을 대충 미뤄 짐작할 뿐이다.

현대 민주정치는 정당정치를 주요한 본질로 삼는다. 대의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와 실험들이 제도적 보완장치로 다양하게 도입ㆍ실시되고 있지만, 이러한 일들은 권력의 위임을 근간으로 하는 대의 민주주의의 단점을 메우려는 목적에서이지 대의 민주주의 자체를 통째로 부정하거나 몰아내자는 취지는 아닌 것이다. 이념과 노선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집권을 목적으로 조직한 자발적 결사를 뜻하는 정당이 여전히 정치에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중차대한 자리를 차지하는 까닭이다.

야권은 위에서 기술한 바와 같은 정당정치의 궤도를 구조적으로 이탈한 결과물로 보인다.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하여 정당을 일시적으로 무력화시키고 그 공백을 야권으로 임시로 채울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회성 전략으로 그쳐야지 우리나라에서처럼 정당파괴의 광풍이 장기적으로 지속되어서는 곤란하다. 스포츠에 비유하자면 금지약물을 복용해 한 시즌 정도 반짝 호성적을 낼 수 있어도 오랫동안 리그를 지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야당을 숙주로 야권이 사는 비정상적인 정치가 최고로 기승을 부린 때는 2012년의 제18대 대통령 선거 국면이었다. 심지어는 시민사회 원로라고 하는 선출되지도, 책임지지도, 교체되지도 않는 권력자들이 다수 국민의 실질적 바람과는 무관하게 작동하는 그들만의 공간에서 후보 단일화를 쥐락펴락하는 엽기적 현상마저도 빚어지고 말았다. 시민사회원로들 가운데 그 누구도 야권의 대선 패배에 대해 책임지지 않았음은 굳이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게다.

국정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 등의 국가기관들이 대선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행위는 천인공노할 만행임에 틀림없다. 명확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마땅하다. 허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수권능력을 키워나가는 작업이다. 필자는 “한 국가를 책임감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총체적 역량”을 수권능력의 핵심 개념으로 정의하련다. 그러므로 수권능력을 배양해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되찾아오는 것이야말로 민주당이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는 길임은 물어보나 마나이리라.

우울하게도 민주당은 야권이라는 실체 없는 집단에 몸을 싣는 얄팍한 정치공학에 다시 한번 의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심은 민주당의 수권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음에도 전혀 엉뚱한 경로에 대책이랍시고 발을 담그려는 분위기이다.

모든 중독은 달콤하다. 그리고 달콤한 만큼 거기로부터 벗어나기도 어렵다. 이건 야당의 야권 중독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필자는 민주당이 야권 중독증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태동하고 있는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을 사망의 골짜기로 밀어 넣고 있는 야권에 아예 입도 대지 말라는 것이다. 공산당 선언의 결론 부분을 빌려 야당 사람들에게 간곡하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대신하련다.

“잃을 것은 야권이고 얻을 것은 정권이다. 한국의 야당이여, 자강(自强)하라!”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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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1/16 [19:26]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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