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언론시평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제주도 투자이민 선별 허용하라
[김영호 칼럼] 중국자본 부동산 투기 조장 실질적 이득없어, 엄격해야
 
김영호   기사입력  2013/09/18 [04:08]

중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가 갈수록 열기를 더해간다. 세계 곳곳에서 투자이민을 미끼로 중국 부자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중국인의 해외부동산 투자는 미국, 캐나다, 호주, 싱가포르에 이어 유럽 등지로 확산되고 있다. 올 들어 5월까지 중국자본의 유럽 부동산 투자는 22억 유로인데 그 중 80%는 영국에 몰리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포르투갈, 키프로스와 카리브해 연안국가들도 투자이민 유치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부동산 투기를 규제하자 넘쳐나는 돈이 해외로 투자처를 찾아 빠져나가고 있다. 해외투자가 급증하는 이유는 투자이득 말고도 해외이민을 바라는 중국인이 많기 때문이다. 1,000만위안 이상 가진 ‘천만장자’가 100만명에 달한다. 중국은행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천만장자의 14%가 이미 이민을 갔거나 이민을 신청했으며 46%는 이민을 고려한다고 한다. 이민 가는 이유는 첫째가 자녀교육이고 이어 정치-경제불안, 식품불안 등을 꼽았다.

제주도에도 중국인의 부동산 투기열풍이 드세다. 제주도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려고 2010년 투자이민제를 도입했다. 원화 5억원 또는 미화 50만달러 이상 부동산을 매입하면 국내에 거주할 수 있는 비자를 발급하고 5년 이상 부동산을 소유하면 영주권을 준다. 최근까지 거주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362명인데 그 중 97%인 351명이 중국인이다.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어 중국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108만명이었는데 올 상반기 64만명을 넘어섰다.

제주도내 중국인 소유토지가 급증하고 있다. 2010년 4만9,000㎡, 2011년 141만5,630㎡, 2012년 192만9,000㎡, 2013년 6월 245만5,422㎡로 3년반 사이에 50배 이상 늘어났다. 2011년 9월 중국 건강용품업체인 바오젠 직원 1만1,200명이 제주도를 단체로 여행했다. 이 행사를 기념해 제주시가 연동 일대를 ‘바오젠 거리’로 명명했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중국인의 건물매입 열기가 뜨거워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상점, 식당 등의 임대료, 권리금도 2~3배나 뛰었다. 소규모 호텔 15개가 중국인 손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요즈음 한라산 중턱에는 건설장비의 굉음이 요란하다. 중국 부동산개발회사가 55만6,586㎡ 부지에 콘도미니엄과 호텔을 짓고 있다. 또 다른 중국 부동산개발회사가 89만7,000㎡ 부지에 같은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한 기업그룹은 해발 235m 지대인 서귀포시 동홍-토평동 일대에 헬스케어센터와 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인데 부지규모가 153만9,000㎡이다. 세 곳만 합쳐도 부지면적이 299만2,586㎡로서 서울 여의도의 290만㎡와 맞먹는 규모이다. 2016년까지 산허리를 잘라내고 숲을 베어낼 판이다.

중국자본의 개발예정지는 ‘중산간’이라고 불리는 해발 200~600m 지역이다. 숲이 우거진 ‘제주도의 허파’가 돈에 팔려 잘라나간다고 해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인이 짓고 있는 콘도는 회원제로 운영하지 않고 분양한다. 영주권 취득조건인 5억원, 50만달러에 맞춰 지어 파는 별장형 아파트이다. 중국인이 지어 중국인에게 파는 일종의 영주권 장사인 셈이다. 제주도가 얻는 경제적 과실이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식당, 숙박시설, 상점, 토산품점, 여행사 등이 중국자본에 넘어가면서 관광수익 또한 크지 않을 것같다. 중국관광객이 중국인 소유시설을 주로 이용하고 사람도 중국인을 데려다 쓰기 때문이다. 중국인 크루즈 관광객은 보통 5시간 머물면서 입장료가 싼 관광지와 중국인 소유 상업시설을 둘러보는 정도이다. 제주도에 투자를 결정한 중국기업 9곳의 투자규모가 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 중의 5곳이 카지노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자본이 중국인을 상대로 카지노로 돈을 벌어 중국으로 가져가면서 내국인 입장허용을 노릴 것이다. 중국자본이 부동산 투기만 조장하고 실질적 이득이 별로 없다며 투자이민제도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직폭력배가 투자이민으로 가장해 국내에 잠입한 사건이 일어났다.

라오스는 지난 5월 중국인의 카지노 사업을 중단시켰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5월 부동산-광산개발 경력자의 이민을 금지시켰다. 캐나다는 2010년 투자이민 신청가구의 순자산을 160만 캐나다 달러로, 투자액도 40만 캐나다 달러로 2배나 올렸는데 작년 7월 외국인 투자이민을 무기한 중지했다. 호주는 외국인 이민자의 부동산 투기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은 50만달러를 투자한 외국인이 2년후 일자리를 10개 이상 창출해야 영주권을 준다. 부동산 투기와 환경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이민의 자격심사를 강화해 선별적으로 허용해야 한다.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3/09/18 [04:08]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