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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찌꺼기로 가득찬 것이 표준어국어대사전?
[책동네] 이윤옥 소장의 <오염된 국어사전>..표준어국어대사전 오류 지적
 
김철관   기사입력  2013/08/11 [09:09]
오는 8월 15일 광복 68주년 맞아 우리나라 < 표준국어대사전 >에 기록된 낱말들이 일제 잔재로 오염돼 있는 현실을 밝힌 책이 나와 눈길을 끈다.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소장이 쓴 <오염된 국어사전>(인물과사상, 2013년 7월)은 일제 잔재에 물들어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의 낱말을 거침없이 비판하고 있다. 특히 국민의례, 국위선양, 멸사봉공, 서정쇄신 등은 일본어인데, 한국어로 버젓이 둔갑한 현실에 대해서도 개탄해 하고 있다. 이런 말들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에 뿌리내렸는데, 지금도 우리 말 속에 일본 말 찌꺼기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순국선열의 날, 광복절, 삼일절, 제헌절 등 국가기념일은 물론, 학교 입학식과 졸업식 그리고 우리 정부의 주요행사에 빠지지 않는 ‘국민의례’는 일본기독교단이 정한 의례의식으로 구체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시대 궁성요배, 기미가요의식 제창, 신사참배 등의 의식을 일컫는다는 사실을 대부분의 국민들이 모르고 있다고..

‘국위선양’은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지 않지만 이는 일본 메이지정부를 세계만방에 자랑하자는 말에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정정화 여성독립운동가는 ‘국위선양’ 소리만 들어도 매스껍다면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표준국어대사전>은 국위와 선양을 나눠 따로 기록해 놨다.

사욕을 버리고 공익을 위해 힘쓴다는 뜻의 ‘멸사봉공’은 천황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내놓아야했던 일본제국주의 시대에 쓰던 말이다.

< 표준국어대사전 >에는 ‘동장군’을 ‘겨울장군’이라는 뜻으로 혹독한 겨울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적시했다. 동장군(冬將軍)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말일까. 동장군(후유쇼군)은 나폴레옹이 모스크바 원정에 나서면서 겨울의 혹한과 눈으로 실패한데서 유래한 말이다. 바로 일본에서 쓰기 시작한 말을 들여온 말이 동장군이다.

“요즘 한국에서서 추울 때, 일본 말 후유쇼군(동장군)을 빼놓고 달리 겨울추위를 말한 낱말은 없는 것 같다. 쓰지 말라고 하기보다는 유래라도 알고 쓰면 좋겠다. 한 가지 바람은 국어사전의 동장군=겨울장군이란 웃지 못 할 해석을 좀 고쳐서 ‘1812년 러시아군에 패한 프랑스 군대를 두고 영국기자가 한말 general frost를 일본이 후유쇼군으로 쓴 것을 우리가 들여다 지금 쓰고 있다’라고 정의해 주면 속이 후련할 것 같다.” -본문 중에서-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올라 있고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일본말 쓰나미(지진해일), 와리바시(나무젓가락), 사시미(회), 오리가미(종이접기), 스모(씨름) 등은 국제용어이기 때문에 그대로 쓰면 될까.

저자는 단연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적인 공통어라든가 세계적 학술용어라는 해괴한 이유를 들어 아무 비판 없이 들여다가 무책임하게 쓰면 그 틈바구니에서 우리말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흔히 다정스런 사이좋은 부부를 잉꼬부부라고 말한다. 국어사전에는 잉꼬부부를 ‘다정하고 금실이 좋은 부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해석했고, 원앙부부로 순화시켜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일본말 잉꼬는 유감스럽게 앵무새를 말한다. 그럼 ‘잉꼬부부’를 정확히 풀이 하면 ‘앵무새부부’인 셈이다.

옛날부터 신혼부부의 베개에 수놓을 만큼 부부 금실의 대명사인 원앙새. 원앙(오시도리)은 항상 함께 다니기 때문에 부부사이가 좋은 경우를 비유적으로 말한다. 잉꼬부부가 아니라 원앙부부라고 해야 옳다는 것이다.

문둥이 시인으로 알려진 한하운 시인의 ‘소록도 가는 길’이라는 시에 ‘버드나무 밑에서 지카다비를 벗으며’라는 구절이 나온다.

고흥 소록도는 내가 태어난 곳과 지근거리에 있는 섬이라서 더욱 관심이 갔다. 물론 한하운 시인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그럼 한 시인이 밝힌 ‘지카다비’는 무슨 의미일까. 우리말로 ‘신발 겸용 버선’이다. 한하운 시인이 문둥병에 걸려 소록도로 향하면서 잠시 버드나무 밑에서 지카다비를 벗고 문드러진 발가락을 바라다보는 그의 모습을 회상하면, 지카다비는 우리 역사의 아픈 과거를 연상케 하는 일본말임이 분명하다.

책을 읽고 있노라니 한 국가를 대표하는 < 표준국어대사전 >이 너무나 정확하지 않고 허술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럼 일본말로 잘못 분류한 한국어는 없을까. 결론적으로 수없이 많다.

뜻밖의 일에 얼굴빛이 변할 정도로 놀라움을 가리켜 ‘아연실색’이라고 한다. 관보 제13269호(1996년 3월 23일)에 보면 일본 말로 규정해 놓고 ‘크게 놀람’으로 고쳐 쓰라고 해놓았다. 하지만 아연실색은 일본 말이 아니다. 아연+실색으로 만들어 진 우리말로 조선조부터 내려온 말이다. 장손(長孫), 간간이, 양돈, 양계, 양우, 수수방관, 옥토, 익월과 익일, 반입, 대두(콩) 등이 대표적으로 일본말로 분류한 한국어이다.

▲ 표지     © 인물과사상사
일본말 가운데 어떤 말은 국어사전에 있고, 어떤 말은 사전에 없다. 한 마디로 국어사전이 무원칙하다는 것이다. 그럼 국어사전에 실린 일본말은 어떤 낱말일까. 냉면을 얘기할 때 ‘다대기’라는 말이 나오는데, 다대기는 일본말이다. < 표준어국어사전 >은 ‘다대기’에 대한 설명을 우리말로 해석해 놓았다. 일본은 미늘, 생강, 기름 등의 양념이라는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다대기를 우리말 ‘다진 양념’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닐까.

일본 말 ‘무데뽀’에 대해 < 표준국어대사전 >을 찾아보면 ‘일의 앞뒤를 잘 헤아려 깊이 생각하는 신중함이 없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표현했다. 일본말로 '데뽀'는 총을 가리키는 말이나 '무데뽀'는 총 없이 막 덤비는 것을 말한다. 이빠이(가득), 시다바리(심부름꾼), 나와바라(독무대, 영역), 히야시(차게), 다스(물건 12개 묶음) 등도 사전에 실린 일본말인데, 한국말로 바꿔 쓰는 것을 권장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은 일본 말도 있다. 현재의 목폴라를 의미하는 ‘도쿠리’ 셔츠라는 말은 있는데, 국어사전에 아무리 찾아봐도 도쿠리라는 낱말이 없다.

일본사전 < 다이지센 >에서 도쿠리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술등을 담는 도자기나 금속재료로 만든 입 주등이가 좁은 그릇을 말하며, 도쿠리에리는 셔츠나 스웨터가 도쿠리(술병)와 같이 목 부분이 좁고 긴 것을 말하며 접어 입기도 한다. 터틀네크를 말한다.”

과거 많이 쓰이던 도쿠리는 한국사전에 없고, 술을 담은 주둥이가 조붓한 게 사람 목 부위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것이다.

앉을 때 까는 방석을 ‘자부동’이라고 한다. <표준어국어대사전>에는 나오지 않는다. 방석을 가리키는 경상도 사투리로 정도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다. 자부동은 분명 일본말이다. 단품(단벌), 싯뿌(찜질), 유도리(융통성, 여유) 등이 표준어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았지만 많이 쓰이고 있는 일본말들이다.

이 외에도 이 책은 고쳐 써야 할 일본말들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약국 창문에 써 놓은 ‘덕용 포장’이란 말은 무슨 뜻일까. 국어사전에는 덕용(德用)을 덕이 있고 응용의 재주가 있다는 해석과 쓰기 편하고 이로움을 뜻하기도 한다는 표현을 해 놓았다. 일본말인데도 일본말이라고 표기해 놓지 않았다. 무엇이 이롭다는 말인가. 물건 포장단위라는 말만 덧붙여도 쉽게 알아들을 텐데 매우 추상적으로 표현해 아쉬운 대목이다.

일본말 수목원을 나무동산으로, 구루병을 곱추로, 고참을 선임으로, 석패를 아깝게 지다로, 수선을 고침으로, 품절을 핍절로, 엽기적인을 기괴적인으로, 표구를 장황으로, 가료를 병고침으로, 건배(감빠이)를 지화자나 좋다로, 대미를 화룡정점으로, 시건장치를 빗장걸기(잠금장치) 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강조하고 있다.

책 서문에서 저자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소장은 “이 글을 쓰면서 떠올린 책 이름이 < 표준국어대사전을 불태워라 >였는데, 채택되지 앟았지만, 이렇게 파격적인 이름을 붙인 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면서 “우리 말, 글을 사랑한답시고 국어사전을 찾고 문헌을 뒤지면서 우리 사전이 너무나 부실하고 안이하다는 생각이 절실해졌기 때문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 이윤옥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연수평가원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국립국어원 순화위원 등을 지냈다. 저서로 <신 한국 속의 일본문화답사기>, <일본 속의 고대 한국 출신 고승들의 발자취를 찾아서>, <사쿠라 훈민정음> 등이 있다. 시집으로 친일문학인들을 풍자한 <사쿠라 불나방>과 항일 여성독립운동가를 조명한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1~3권)가 있다. 이 시집은 영문판 <41 heroines flowers of the morning calm>으로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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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8/11 [09:0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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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는하루 2021/02/21 [10:17] 수정 | 삭제
  • '기라성'도 일본말인데 버젓이 표ㆍ 국 사전에 표준어로 올라와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