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순혜의 영화나들이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이방인' 주제의 <디지털 삼인삼색 2013>
<만날때는 언제나 타인>, <풍경>,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
 
임순혜   기사입력  2013/04/28 [16:49]
▲ <디지털 삼인삼색2013> 기자회견     © 임순혜
▲ <디지털삼인삼색2013>을 제작한 세 감독의 핸드프린팅!     © 임순혜
 
세계 유명한 감독들에게 하나의 주제로 디지털로 단편3개를 제작하게 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대표적인 프로젝트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2013>의 올해 주제는 '이방인'이다.
 
2009년 2012년에 이어 <디지털 삼인삼색 2013 >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감독이라 할 수 있는, 일본 영화계의 독립영화 감독 고바야시 마사히로와 시네아스트 조선족 장률 감독, 인도네시아의 에드윈 감독에게 '이방인'이라는 주제로 제각각의 색갈을 내는 영화를 제작하도록 했다.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의 작품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은  아들을 불의의 사고로 잃고 한지붕에서 서로 소통하지 않고 사는 부부의 일상을 그렸다. 고바야시 감독은 무성영화의 스타일을 도입하여 두 부부의 소통없는 일상을 세세하게 그려 부부의 무서운 단절을 그려내, 언제나 타인일 수 밖에 없는 부부의 관계를 말한다.
 
▲ 고바야시 감독의 <만날때는 언제나 타인>     ©전주국제영화제


▲ <만날때는 언제나 타인>을 연출한 고바야시 감독     © 임순혜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은 고바야시 감독의 2007년 작품인 <사랑의 예감>의 후속작이라 고도 할 수 있는데, 감독은 언어적 소통을 전혀 하지 않는 괴이한 부부의 모습을 통해, 친밀한 관계라고 알려진 부부 관계 속에 숨은 이방인을 그려내는데, 그들 사이에 내재하는 타인을 묘사하기 위해 대사 없이 약간의 음악을 곁들였을 뿐이다. 
 
고바야시 감독은1954년 동경에서 태어나 포크송 가수, 극작가 등 전방위예술가로 활동하다 1996년 자신의 영화사 '멍키 프로덕션'을 창립, '멍키 프로덕션'을 통해 완성한 장편 데뷔작 <폐점 시간>(1996)으로 1997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해적판>(1999), <살해>(2000), <걷는 남자>(2001)가 3년 연속 칸영화제에 초청, 명실상부 '칸이 사랑하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후보에 오른 <배싱>(2005)이 결국 2006 도쿄필름엑스영화제 대상을, 제24회 테헤란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2012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27일 오후, 고바야시 감독은  <디지털 삼인삼색 2013> 상영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준비하던 작품이 전주의 주제와 맞아 떨어져 영화제 허락받고 제작했다. 10년동안 필름으로만 작업했었는데, 이번에 디지털로 촬영하면서 느꼈던 것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 100년 이상의 흐름이 급속하게 디지털로 변해, 일본 영화관도 디지털 상영으로 바뀌었다. 필름 그만해야 하나하는 고민 담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을 오래된 영화관 지배인으로 설정했다. 촬영하면서 그러한 고민을 담았다. 대부분 삼각대를 설치해 작업했고, 디지털 모색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 장률 감독의 <풍경     © 전주국제영화제
▲ <풍경>을 연출한 장률 감독     © 임순혜

장률 감독은, 자신의 첫 다큐멘터리인 <풍경>을 통해 서울에 사는 이방인의 풍경을 다룬다. 서울에 살며 각종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을 인터뷰 해 '꿈'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한국에 살고 있으나 철저하게 이방인인 그들의 모습을 그려냈다.  
장률 감독은 풍경 속의 어떤 대상, 대한민국에서 고단하게 살아가는 이방인들을 찍는다. 분주하게 돌아가는 서울의 구로동과 가리봉동, 신림동과 경기도 안산의 거리를 찍으면서, 거리의 풍경 속에 묻혀 있는 것 같지만 누구라도 쉽게 식별할 수 있게끔 도드라진 외국인 노동자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다큐멘터리는 일상생활에서 무심히 스쳐가는, 이곳 생활에 적응하는데 실패하거나 지독한 불운을 겪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들의 삶을 들려주는 몇 몇 이방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기약 없는 희망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지를 깨닫게 하는데, 마지막 장면, 안개로 덮인 거리 모습이 그들이 영원히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암담한 현실을 암시한다.
 
카메라는 전혀 논평하지 않으며 그들을 드러내는데, 풍경 속에 묻힌 그들의 삶에 진한 연대를 보내며, 슬픔과 연민을 동시에 끌어안는 다큐멘터리다.
 
장률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처음으로 다큐멘터리 찍었다. 종전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95년 한국에 처음 왔을때 보이는 외국인은 다 관광객이었다. 10년이 지난 요즈음 특정한 지역에 가면 외국사람이 더 많이 보인다. 관광객 아닌 노동자다. 그런 풍경 담아보자 생각해서 만들었다"고 밝혔다.
 
장률 감독은 1962년 중국에서 출생. 단편<11세>(2000)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 영화계에 입문하였다. 장률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을 통해 첫 장편 데뷔작 <당시>(2003)로 국내에 이름을 알렸고, 2009년 '한국장편경쟁'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그의 작품 <망종>(2005)으로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 대상과 칸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ACID)상, 페사로국제영화제 뉴시네마 부문 대상 등을 수상했고,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경계>(2007), 중국과 한국의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한 연작 <중경>(2008)과 <이리>(2008) 모두 주요 국제영화제에 상영되었다.
 
<두만강>(2009)은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받았고, 파리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심사위원상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다.
 
▲ 에드윈 감독의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     ©전주국제영화제
▲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를 연출한 에드윈 감독     ©임순혜

인도네시아의 에드윈 감독은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에서 할머니의 전설을 쫓아 머나먼 사와이 섬을 찾은 이방인 마리아나가 전설 속의 주인공과 같은 이름을 가진 또 다른 이방인, 수캅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인도네시아의 풍경 속에 담아냈다. 
마리나는 마을에서 할머니의 행적을 더듬어 다니다가 자신처럼 섬을 찾은 또 다른 이방인이자 전설 속 주인공과 같은 이름을 가진 청년, 수캅을 만난다. 수캅과 마리나는 전설의 기원을 함께 추적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남녀 주인공은 사랑에 빠지게된다.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아내>는 아름다운 사와이섬의 풍경을 유려한 촬영으로 담아 내었고, 여주인공의 아름다움이 섬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울려 환상적인 느낌을 이루어내는 시적인 작품이다.
 
에드윈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영화에서 아름다움과 성적인 부분 나타내려했다"며 "영화 촬영장소는 인터넷 검색해서 적합해서 촬영했다. 준비한 허구를 섬의 현실과 잘 혼합해 보려는 것이 의도였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은 새로운 방식이다. 촬영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 충분한 기술적 기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더 발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름 입사 방법이 마법같다고 생각했으나 디지털 작업으로 사라졌다"고디지털 영화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2008년,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자신의 단편을 소개하며 인연을 맺은 에드윈은 두 번째 장편 <동물원에서 온 엽서>를 2012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후보에 올리며 인도네시아 영화의 미래로 떠올랐다.
 
1978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출생인 그는 페트라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99년 고향을 떠나 자카르타 필름 학교를 졸업하던 2005년에 연출한 <카라, 나무의 딸>은 인도네시아 단편 최초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상처로의 여행>(2007)은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훌라후프 소리>(2008)는 클레르몽페랑국제단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워크숍 프로그램인 베를리날레 탤런트 캠퍼스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운영하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를 수료한 후 연출한 첫 장편 <날고 싶은 눈먼 돼지>는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서 FIPRESCI와 대만금마장영화제 NETPAC상을 수상했다. 2012년엔 아시아영화상 에드워드 양 뉴탤런트상을 수상했다.
글쓴이는 '미디어운동가'로 현재 미디어기독연대 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감사, 표현의자유와언론탄압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운영위원장, '5.18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특별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 심의위원을 지냈으며, 영화와 미디어 평론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3/04/28 [16:49]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