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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갱이XX 목소리 듣고 싶었다"
北사이트 회원 '신상털기' 부작용 속출…일베엔 '빨갱이 검색기'까지 등장
 
이대희   기사입력  2013/04/06 [01:21]
'우리민족끼리' 가입자 명단을 놓고 벌어지는 일부 네티즌들의 마녀사냥식 신상털기로 인해 현실적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명 '죄수'로 지목된 사람들의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가 무차별 유포되면서, "이 빨갱이XX" 등 욕설 전화가 빗발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

심지어 일부 사이트에서는 '빨갱이 검색기'라는 이름으로 신상털기를 도와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5일 일베저장소 등 일부 사이트에서는 공개된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일치하는 이들을 인터넷으로 검색, 신상정보를 유포하는 마녀사냥식 신상털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날 오후 일베저장소에 올라온 '[죄수번호 XXXX] XX구에 사는 XX 전번까지 털었다'는 글에 따르면, 한 일베 사용자는 해킹 명단에 오른 한 남성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이 글에는 영남 지역에 거주하는 해당 남성의 사이월드와 트위터 등 SNS 계정 내용 등과 함께 휴대폰 번호까지 공개됐다.

이 글로 신상정보가 공개된 A씨의 휴대폰에는 일베 사용자로 추정되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A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다짜고짜 전화가 와 '빨갱이 XX 목소리 한번 듣고 싶다'고 욕설을 퍼부었다"며 "누구냐고 물어도 알려주지 않고 끊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A 씨는 또 "일베에 올라온 글을 보니 신상정보는 내 것이 맞더라"며 "그런(우리민족끼리) 사이트에 가입한 적도 없는데 이렇게 공개돼 경찰에 신고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다.

현재 A 씨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호남 지역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B(여)씨도 황당한 상황을 겪긴 마찬가지다. 공개된 게시판에 신상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죄수번호 XXX] XX도 교직원'이라는 글에는 B 씨의 SNS 계정 내용과 근무하는 학교, 출신 학교 등이 적나라하게 포함됐다.

심지어는 2년 전 올린 여행기까지 캡쳐돼 올라왔고, 댓글에는 '전교조 출신'이라며 B 씨를 비아냥대는 내용도 가득했다.

B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미치겠다"며 "심지어 나는 전교조 회원도 아니다"라고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B 씨는 "가입한 적도 전혀 없는데 이런 글이 올라와 참담하다"며 "일단 검찰청에 신고는 했지만 빨리 처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킹 그룹 어나니머스가 전날 '우리민족끼리' 가입 회원 명단을 공개한 이후로, 해당 사이트에는 이른바 '인증 글'로 도배되고 있다.

심지어 이날 오후엔 '빨갱이 검색기'란 프로그램까지 올라올 정도로, 마녀사냥 수준이 그야말로 극에 치닫고 있다.

어나니머스가 공개한 가입자 명단을 집어넣으면 자동으로 이메일을 검색, '신상을 털게'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신상털기 피해를 본 사람 가운데 실제로 본인 가입 사실이 확인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검색기까지 등장할 정도로 '신상털기 광풍'이 불면서, 앞으로도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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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4/06 [01:21]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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