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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길, 후보단일화의 길
[공희준의 일망타진] 야합의 길인가 성공하는 대통령의 길인가
 
공희준
안철수를 이해하기 위한 세 개의 핵심 교재가 있다. 1) 안철수의 생각 2) 안철수의 공식 출마 선언문 3) 안철수의 힘. 이 중에서 단연 중요한 교과서는 안철수 본인의 손과 입을 빌려 대중 앞에 나온 것들이 아니라 강준만 교수가 쓴 ‘안철수의 힘’이다. 왜냐하면 안철수는 강준만이 ‘안철수의 힘’에 서술해놓은 방침과 노선을 충실히 따라왔기 때문이다. 이는 ‘안철수의 생각’과 그의 출마선언문 모두 ‘안철수의 힘’의 연장선상에 위치해 있다는 뜻이다.

강준만 교수는 지금의 시대정신이 ‘증오의 종식’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한 시대의 정치적 기린아의 영광은 그 시대의 시대정신을 제일 먼저 파악하고 이를 영민하게 실천에 옮기는 인물에게 언제나 주어지는 법이다. 물론 나는 지금의 시대정신이 증오의 종식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모른다기보다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 실은 내 솔직한 입장일 터이나….
 
각설하고, 그렇다면 왜 증오의 종식은 지금의 시대정신으로 부각되었을까? 그 이유는 우리에게는 더 이상 실패한 정권과 실패한 대통령을 가질 여유가 없다는 데에 있으리라. 실패한 정권과, 실패한 대통령을 감내할 수 있는 사회적 내구력과 국민들의 인내심이 마침내 한계상황에 다다른 탓이다. 또 한 번의 실패는 국가의 총체적 붕괴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고, 그 뒤에는 내부적으로는 파시즘, 외부적으로는 제2의 식민지 신세가 올 게다.

진단은 쉽고, 처방은 어려운 게 세상의 이치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권이 아닌 성공한 정권을, 단순한 대통령이 아닌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일에 우리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는 일이라고 하겠다.

강준만과 그의 수제자 노릇을 기꺼이 자청한 안철수는 성공한 정부와 성공한 대통령을 출현시키는 길은 5년 주기로 국민의 절반을 패자로 만들고 있는 현재의 정치구도를 손호철 교수가 즐겨 사용하는 먹물 냄새 진동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발본적으로, 즉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데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사실 그렇다.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치를 개인적 승부의 세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치를 개인적 승부의 세계로 여기기에 정치가 박근혜 씨에게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한 싸움터로, 문재인 씨에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한을 풀어줄 복수의 원형경기장으로 각각 비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조갑제로 대표되는 박근혜의 추종자들과, 김어준으로 대변되는 문재인의 지지자들이 공히 이번 대선을 전자는 박정희의 명예회복의 수단으로, 후자는 노무현의 원수들을 응징해줄 기회로 믿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정치를 개인적 승부의 세계로 확신할 가능성이 큰 박근혜와 문재인과는 달리 안철수는 정치를 그가 제창하는 복지, 정의, 평화 등의 공적 가치들을 실현하는 무대로 믿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 절반을 패자로 만들어야 하고, 패자가 된 절반의 국민들이 대통령과 그가 이끄는 정권에 대한 극렬하고 무조건적 반대자로 자리매김하는 현실에서 정치가 공적 가치를 실현하는 장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은 나무 위에 올라가 물고기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 행동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칭 보수나, 타칭 진보나 정치를 사적인 승부의 세계로 생각하고 있다는 데서는 쌈쌍둥이처럼 복제판이다. 박근혜 후보의 새누리당과 문재인 후보의 민주통합당은 정치를 사적인 승부의 세계로 믿고 있다는 바로 그 지점에 있어서는 치명적인, 정말 심각할 정도로 치명적인 공통분모를 가진다. 그 결과 우리 정치에는 너무나 많은 승부사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정치가 공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장에서 벗어나 사적인 승부의 세계로 변해버렸으니 정당을 막론하고, 정파를 불문하고 수많은 승부사들이 득세하고 있는 현상은 어쩌면 대단히 자연스러운 필연적 귀결일지도 모른다.

문재인 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조만간 대담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예고 내지 호언장담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미안한 말씀이지만 문재인이 어떤 형태이든지 승부수를 띄운들 거기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반응은 시큰둥하고 냉랭할 전망이다. 안철수는 승부사들이 주조해내는 현재의 우리나라 제도정치를 다수의 국민들로부터 그 실력과 신뢰성을 인정받은 정치가(Statesman)들이 이끄는 공적 가치의 실현 장소로 정상화시키는 것을 자신의 본질적 사명으로 여기면서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이해찬, 박지원, 윤여준. 오늘날 안철수 씨와 썩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정치인들의 이름을 떠오르는 순서대로 나열해봤다. 방금 언급한 정치인들 전부에게는 신기할 지경으로 닮은 구석이 있다. 다들 ‘업계’에서 정평이 난 ‘승부사’들이라는 점이다. 정치가 승부의 세계가 되고, 그럼으로써 승부에서 패한 절반의 국민들이 패배자(Loser)나 적대자(Enemy)로 바뀌어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에 시종일관 반대하여 결국 그 대통령과 정부를 실패의 나락으로 밀어 넣는 고질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끓을 결심을 안철수는 단단히 하고 있지 않을까?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것이야말로 유일한 승부수일 안철수에게 검증된 승부사들은 그와는 같은 배를 탈 수 없는 사이가 되기 마련인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승부수를 띄우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승부수를 최근에는 ‘후보 단일화’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실제로 이 승부수가 주효해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 허나 국민의 절반을 패배자로 만들면서 탄생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될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런 맥락에서 안철수는 확실히 대통령병 환자다. 그는 미치도록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는 눈치다. 한데 우리가 명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안철수는 ‘성공한 대통령병’ 환자라는 것이다. 그는 국민의 절반을 패배자로 만들어 탄생한, 실패한 대통령이 되기를 단호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그 와중에 백낙청 씨나 조국 씨 같은 유명 지식인들까지도 승부사조차 성에 안 차는지 아예 도박사(Gambler)와 같은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내가 충고해주고 싶은 바는 안철수가 정치를 사적인 승부의 세계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별로 부응해줄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 또한 백낙청 씨나 조국 씨처럼 정치를 사적인 승부의 세계로 생각하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습벽에 아직 젖어 있기에 하는 소리다. 단지 백낙청-조국 두 양반과 내가 변별되는 점이 있다면 나는 내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림자는 오직 그림자일 따름이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2/10/30 [03:3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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