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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간첩조작 사과 하루만에 '정동영 색깔론' 공세
인혁당 사과 다음날 '간첩방조 색깔론' 펼처‥'이중성' 논란
 
박진철   기사입력  2012/09/25 [23:50]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25일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역에서 정동영 남북경제연합위원장 등 역대 통일부 장관들과 함께 '평화가 곧 경제'라는 모토로 평화경제론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홈피

 
남북경제연합위원장에 선임되자 '종북장사 간첩사건' 뒤집어씌워

박근혜 후보와 새누리당의 이중성이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24일 박정희 시대의 간첩조작 사법살인인 인혁당 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지 하루 만에, 새누리당이 야당 핵심인사에게 근거가 미약한 '간첩방조 색깔론' 공세를 펼친 것이다.

과거사 사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이 계속되자, 새누리당의 초조함이 전매특허인 색깔론 공세로 나타나며 좌충우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새누리당은 25일 이동환 수석 부대변인을 통해 '간첩활동 방조한 정동영 전 장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남북경제연합위원장에 적합한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 새누리당 논평 전문)

이 논평에서 새누리당은 "노무현 정부의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 위원장은 재임 당시 비전향 장기수 이 모씨에게 대북사업권을 내줬다"며 "지난 5월 이씨는 GPS 교란장치 등 군사기술 정보를 북한에 넘기려다 적발돼 간첩죄 혐의로 구속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동영 위원장은 북한과의 교류 차원보다 국가의 군사기술정보를 넘기는 간첩활동을 방조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민주당 문재인 선대위의 남북경제연합위원회가 북한을 대변하거나 수수방관하지 않을까 싶다"고 색깔론 공세를 폈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적시한 GPS 간첩 사건은 사실 관계의 대부분이 확인도 되지 않은 채 보수언론이 통합진보당의 종복 논란에 편승해 '종북몰이'와 '종북장사'에 이용한 사건이라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간첩조작 사건에 가깝다는 지적도 있다.
 
검찰, 근거 미약하자 간첩죄 아닌 '예비·음모죄' 황당 기소 

실제 지난 5월 30일 경찰이 간첩죄 혐의로 이 모씨 등을 구속했다고 밝힌 'GPS 간첩 사건'은 이후 검찰 수사를 거치며 혐의 내용 대부분이 사실 확인이 안 됐거나 거짓 정보가 부풀려진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모씨 등이 접촉했다는 북한 공작원의 신원과 실체도 아직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검찰이 지난 6월 21일 이 사건을 기소하면서 간첩 혐의 대부분이 근거가 미약하다며 간첩죄로 기소하지 않고, 형량이 크게 낮은 '간첩 예비·음모' 혐의로만 기소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억지로 꿰맞춘 기소라는 지적이 나왔다. 민변의 이광철 변호사는 "경찰의 부실수사 사건을 넘겨받아 입장이 곤란해진 검찰이 차마 불기소 처분을 내리지는 못하고 궁여지책으로 기상천외한 법 적용을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 수사와 일부 언론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GPS 간첩 사건이 얼마나 허술하게 급조된 것인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첫째, 간첩 혐의로 구속된 이들이 수집한 자료는 인터넷에 이미 다 공개돼 누구나 볼 수 있는 팸플릿 수준으로 군사기밀도 아니었다. 군 고위관계자도 "군사기밀이 아니다"고 실토할 정도였다.

둘째, 문제가 된 장비는 6억원대 고가에다 미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살 수 있어 실제로 구입할 가능성도 낮은 것이었다.

셋째, 보수언론이 대서특필한 비전향 장기수 출신도 거짓 정보로 밝혀졌다. 1988년에 이미 '사상전향서'를 쓴 전향 장기수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GPS 관련 기술이 북한에 넘어가 지난 4월 수도권 GPS 교란 공격에 쓰였을 것처럼 보도하며 호들갑을 떨었던 보수언론은 한 마디로 추리소설를 쓴 것이다. 그런 과장 왜곡 보도를 통해 종북장사에 열을 올렸던 셈이다.

7년전 정동영 장관 방조론도 '억지 논리' 

▲25일 도라산역에서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와 정동영 남북경제연합위원장(가운데 오른쪽) ©민주당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의 연관성 부분도 억지 논리에 가깝다.

2005년 대북사업 승인 당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신청자들 중 자격심사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쳐 대북사업권을 발급해줬다. 이번에 구속된 인사도 정당하게 대북사업권을 발급받은 여러 사업자 중의 한 명다. 또한 당시 신청한 대북사업도 군사적 목적과 전혀 관계가 없는 북한 생수 판매 등 음식물 사업이었다. 정당한 자격을 갖춘 사업자에게 대북사업권을 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정 전 장관 측은 정당하게 직무를 수행했을 뿐, 구속된 인사와 개인적으로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정 전 장관은 지난 6월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씨 대북사업 승인은) 경협 교류가 정점에 이르렀던 때 이뤄졌던 것으로, 당시 법무부는 전과자에겐 의례 반대해왔기 때문에 참고로 삼았을 뿐 의무사항은 아니었다"며 "이것을 문제삼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벌이는 저열한 매카시즘이자 종북장사다. 이런 종북장사는 그만둬야할 때"라고 성토한 바 있다.

 
"새누리당 또 자폭 무리수, 색깔론·종북장사 불치병"

민주당도 즉각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25일 김영근 부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새누리당은 '간첩 조작·생산당'이냐"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박근혜 후보의 직접 사과도 요구했다.(
☞ 민주통합당 논평 전문)

민주당은 특히 "박근혜 후보가 간첩조작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를 한 지 하루 만에 정동영 전 장관에 대해서 색깔공세를 한 것은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이중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단 하루도 못 참고 정동영 전 장관을 향해 쏘아대는 어처구니 없는 간첩조작 색깔론 논평에 기가막힐 따름"이라며 아연실색했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은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자 민주당 핵심 인사의 7년 전 정당한 장관직 직무 수행을 들춰 '종북장사'로 국면을 타개하려고 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의 무능한 대북정책을 국민에게 보고하고 남북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평화경제로 나아가는 비전을 제시하자 여기에 재를 뿌리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소도 웃을 비열한 작태이며, 또다시 '자폭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박근혜 후보에 '직접 사과' 요구
  
민주당은 또 "새누리당의 이런 모습은 박근혜 후보를 더욱 궁지에 몰아넣는 자가당착일 뿐"이라며 "박 후보가 아버지 박정희 시대의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 사과하고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가자고 말한 것은 거짓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맹공을 가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의 시대착오적인 색깔공세와 종북장사에 대한 집착은 도저히 치유 불가능한 불치병 수준에 이르렀다"고 힐난했다.

민주당은 "온 국민은 박근혜 시대에도 박정희 시대와 똑같은 간첩조작과 사법살인 망령이 되살아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군사독재의 후예인 새누리당의 박 후보를 지지할 수 없는 이유가 더욱 명확해졌다"면서 박 후보의 직접 사과를 정중히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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