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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만난 박원순, "진정한 정치인" 극찬
"스스로 대변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정치인으로 새롭게 거듭나"
 
박진철   기사입력  2012/07/24 [17:35]
 "정동영은 진정으로 MB를 이겼다"
 
▲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 박진철

 
"그들만의 리그인 여의도 정치의 겉도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대변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정치인이 되었다. 그는 비록 패배했지만 새로운 정치인으로 거듭나면서 승자 이명박 대통령을 진정으로 이기는 삶을 살게 되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만난 뒤 쏟아낸 극찬이다. 박 시장은 23일 정 상임고문을 만나 점심식사를 한 뒤, 이날 밤 늦게 자신의 페이스북에 집적 글을 올려 "정동영 전 의원을 보면서 사람이 늘 거듭날 수 있다는 존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박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당연히 그 안에 끼일 만한 한 사람이 불출마를 선언했다"며 "그 대신 그는 고통당하는 우리 시대의 아픈 사람들 옆을 선택했다"고 정 상임고문의 불출마를 평가했다.
 
박 시장은 특히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을 예로 들었다. "그(정 상임고문)를 보면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불편한 진실'을 저술하고 강의하면서 지구온난화시대의 현실과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생각났다"며 "비록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지만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침략과 수치로 이끌었던 부시 대통령에 비하면 지구촌 사람들에게 훨씬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동영 의원은 비록 패배했지만 새로운 정치인으로 거듭나면서 승자 이명박 대통령을 진정으로 이기는 삶을 살게 되었다"며 "직책이 아니라 하는 일에 따라 사람은 평가받는다"고 글을 맺었다.
 
박 시장의 글(☞ 원문 보기)에는 24일 오후 6시 현재 무려 4557명이 공감을 표시하는 '좋아요'를 누른 상태이며, 댓글도 280개가 달렸다.

불출마 후 '몸값 폭등' 정동영‥이번엔 '안-정 연대'설?
 

박 시장의 글에 정치권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출간하고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한 시점에서, 안 원장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박 시장이 정 상임고문을 만나고 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글까지 올리면서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일각에선 박 시장이 '안철수-정동영 연대'의 연결고리 역할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정 상임고문은 지난 7월 9일 불출마 선언 이후 주가가 급등하면서 모든 야권 대선주자들로부터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아왔다. 지난 21일 김두관 후보측은 정 상임고문 친구의 개인적인 발언을 '정동영 지지선언'으로 발표해, 당사자와 정 상임고문이 직접 "사실무근, 오해"라고 해명하고 나서야 사태가 진정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정심(鄭心)'을 등에 업기 위한 야권 대선주자들의 구애가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이는 정 상임고문이 여전히 일정 부분 조직력과 호남 대표성을 갖고 있는 데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진보적 어젠다를 선도하고 몸소 실천하면서 '길 위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등 진보 지지층과 트위터·젊은 층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정 상임고문은 지난 21일 트위터를 통해 "지금까지 어떤 후보도 공식적으로든 사실상이든 지지를 표명한 적이 없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공정하고 치열하게 경선하고 팀으로 집권해 협력하자"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상임고문은 야권 대선주자들이 박근혜를 뛰어넘기 위해서도 진보적 노선과 가치를 제대로 살려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다음은 박원순 시장이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전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 2012년 7월 23일 월요일 오후 10:12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당연히 그 안에 끼일 만한 한 사람이 자신은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 대신 그는 고통당하는 우리 시대의 아픈 사람들 옆을 선택했습니다. 비정규직의 고통을 상징하는 김진숙씨, 22명의 자살자를 낳은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비싸져가는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반값등록금 집회 등에 늘 나타나곤 했습니다.
 
바로 정동영 전 의원의 이야기입니다.
 
오늘 그를 만나 점심을 먹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낙선할 가능성이 극히 높았던 강남지역에 출마했다가 과연 예상대로 낙선해 지금은 원외 지구당 위원장으로 남아 있는 사람, 지난 대선에는 야당 후보로 나섰던 사람, 바로 정동영 의원을 위로하기 위한 만남이었습니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의 패배 이후 그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죄하는 삶을 살기 위해 현장으로 내려가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비로서 자신이 정치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들만의 리그인 여의도 정치의 겉도는 삶이 아니라 스스로 대변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진정한 정치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정동영 전의원을 뵈면서 저는 사람이 늘 거듭날 수 있다는 존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를 보면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 패배한 이후 '불편한 진실'을 저술하고 강의하면서 지구온난화시대의 현실과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생각났습니다. 비록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지만 대통령으로서 미국을 침략과 수치로 이끌었던 부시 대통령에 비하면 지구촌 사람들에게 훨씬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정동영 의원은 비록 패배했지만 새로운 정치인으로 거듭나면서 승자 이명박 대통령을 진정으로 이기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직책이 아니라 하는 일에 따라 사람은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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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07/24 [17:35]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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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arkcoa 2012/07/27 [13:33] 수정 | 삭제
  • 박진철 기자의 글, 아주 잘 관찰하고 분석한 글이군요. 정동영, 안철수사이를 박원순 시장이 매개로 상호 교류한다는 것, 참 좋습니다. 그들 셋이 당장 어떤 계획을 하지않는다고 해도, 현재 한국의 야권 정치인 중에서 가장 능력있고,믿을만 한 정치인 셋이 교류하고 소통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좋은 징조입니다. 세분의 열정과 진정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생각합니다. 세분의 성공이 국민의 성공이 될거라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