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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면에 든 노 대통령을 편히 잠들게 하라!
서거한 전직 대통령을 산술적,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돼
 
김소봉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3주기 추도식을 지켜보며 느낀 소회는 남달랐다. 정치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내세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자계승(適子繼承)타령은 영면한 대통령을 묘역에서까지 끌어내 산술적으로 이용하려는 얄팍한 동상이몽의 상업적 수단으로 비쳐졌던 것은 필자만의 기우였을까?

3년 전, 그분의 위패가 안치된 봉하 마을 뒷산에 자리한 정토원은 인산인해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유택과 투신한 부엉이 바위주변은 전국에서 몰려든 수백만의 인파가 흘린 눈물이 내가 되어 흐르는 통곡의 벽이었다. 금년은 어언 사후 3주기로 탈상(脫喪)이다. 

그러나 5월23일 오후 2시의 추도식 직전에 치루는 오전 10시30분의 탈상 고유제는 서거 때와는 너무 다른 모습이어서 착잡함을 달랠 길 없었다. 오후 2시에 거행된 추도식의 인파를 행사위원회는 1만여 명이 넘었다고 했는데도 그분의 영구위패가 모셔진 정토원의 탈상 고유제에는 불과 50여 명 남짓한 참배객들이 영정 앞에 잔을 올리며 임을 눈물로 배웅했다. 

그나마 송영길 인천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장영달 민주통합당 경남도당위원장과 필자, 그리고 마을 유지와 청년 대표 몇 사람의 참석이 없었더라면 행려병자의 재(齋)보다 더 초라했을 것 같다는 자괴감을 금할 수 없어 사찰에서 쉬다가 오후 추모제에 함께 내려가자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하산해 버렸다.

집에 돌아와 tv로 지켜본 추모제는 필자의 예상대로 한류스타들이 총집합해 벌이는 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노 대통령의 유지를 받든다는 주로 야당이나 진보계열 정치인과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노 대통령에 대한 미사여구들이 가뭄 속의 단비가 아니라 다된 농사철에 느닷없이 쏟아져 농사를 망치는 우박처럼 느껴졌던 건 또 왜일까?  

죽은 제갈공명을 내세워 사마중달을 물리친 계략은 한 번이면 족하며 정치인들보다 지금은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더 깨어있다. 영면한 대통령을 상품화시켜 더 이상 특정정당의 아이콘이나 캐릭터로 정치적 진열대에 올리지 마라. 그냥 국민의 대통령으로 남게 해달라는 얘기다.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힘들어 간다는 데도 더 호화롭게 넓혀진 국회의원들의 집무실과 천문학적인 세비, 어떤 흉악한 범죄행위를 저질렀어도 국회의원 배지를 단 과거 경력만 있으면 만 65세 부터 매월 120만원의 연금을 받는 파렴치한 도둑 법, 회기가 지나도 아직 국회상임위에 계류 중이거나 회기를 넘겨 폐기된 수천 건의 민생법안들. 그런데도 정치의 계절이면 너나 할 것 없이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으로 달려가 헌화하고 엎드리는 일부 여당이나 대다수 야당의 정치지도자들이 노무현의 정치철학을 계승하는 성골(聖骨)이나 진골(眞骨)이 아닌 짝퉁으로 느껴졌던 건 아마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봉화산 정토원에 서 있는 호미든 관세음보살상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민생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입상(立像)이다. 노 대통령은 재직 시의 약속처럼 퇴임 후 고향 봉하에 낙향해 고향사람들과 함께 논밭을 일구고 농로를 정비하며 여생을 보내던 바보스럽도록 우직한 토종 대통령이었다.
 
관음상은 정토원원장인 선진규 법사가 주축이 돼 53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 중학교 1학년 때 세워진 것이다. 진솔한 제왕학(帝王學)은 백성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호미 든 관음상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삶의 궤적이 닮았다는 걸 깨달은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임은 이제 정치인들의 꼭두각시가 아닌 차별 없이 국민 모두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자비로운 호미 든 관음보살로 남아 있어야 한다.

임이 투신하기 전 하늘빛은 어땠던가. 그 하늘엔 구름 몇 조각이나 떠 있었을까? 

생종하처래 사향하처거(生從何處來 死向何處去)
생야일편 부운기 사야일편 부운멸(生也一片 浮雲起 死也一片 浮雲滅)
부운자체 본무실 생사거래 역여연(浮雲自體 本無實 生死去來 亦如然)..."

“생이여 어디서 좇아와, 죽음이여 어디로 가는가. 생이란 한조각 구름. 죽음은 그 구름 한 조각 흩어지는 것. 본시 구름 또한 없었던 것이니 생사의 오고감이 마찬가지네...” 라는 ‘임종 게(臨終偈)’ 를 올린 뒤 흰 국화꽃 한 송이를 유택 앞에 바치고는 귀가 길에 올랐다. 

또한, 뒤질세라 고급차에 몸을 싣고 미디어 매체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비좁은 농로 길이 메어지도록 행사장으로 몰려드는 기성정치인이나 정치지망생들에게 지하에서 고이 영면(永眠)에 든 대통령을 제발 푹 쉬게 해달라는 부탁을 드리고 싶었을 뿐이다.


칼럼니스트 /경남연합일보 수석논설위원
 
기사입력: 2012/05/31 [18:42]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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