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정착 내걸고 정봉주 독재 허용 '이율배반' "미권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카페지기와 봉도사의 의견이 심각하게 대립하여,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봉도사가 카페지기를 면직할 수 있다." (미권스 비상회칙 제5장 제1조)
"미권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하여 지역운영진과 중앙운영진의 의견이 심각하게 대립하여,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 카페지기는 봉도사와의 합의를 거쳐 해당 지역운영자를 면직할 수 있다." (미권스 비상회칙 제5장 제3조)
정봉주 전 의원의 팬카페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하 미권스)의 소수 운영진이 비상 회칙을 마련하면서 정봉주 전 의원에게 카페 운영의 전권을 부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권스는 팬카페이기도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독선에 반대하고 민주주의 상식을 가진 20만명의 시민들이 모인 커뮤니티 성격이 더 강하다. 따라서 공론의 장이란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정봉주 전 의원 구속 이후 새로운 운영진이 비상회칙을 마련하면서 정봉주 일개인에게 미권스 운영에 관한 전권을 부여해 스스로 민주주의 원칙을 저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MB 비판하다 MB를 닮아버린' 소수 운영진
▲ 미권스 비상회칙 내용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 |
이번 비상회칙은 지난 1월 27일 미권스의 공동 카페지기인 김용민 시사평론가(나꼼수 PD)가 미권스 게시판에 공지로 올린 것이다.
미권스 비상회칙 중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임원의 임명과 면직' 관련 조항이다.
'제4장 임원의 임명과 임기' 조항에 따르면, 미권스의 카페지기·중앙운영진·광역운영진을 모두 봉도사(정봉주 전 의원)와 사전 협의를 거쳐 임명하도록 규정했다.
또 '제5장 임원의 면직' 조항에는 카페지기, 중앙운영진, 지역운영진이 서로 의견이 대립할 경우, 카페지기는 봉도사가 독단으로 면직할 수 있고, 중앙운영진과 지역운영진은 카페지기가 봉도사와 합의를 거쳐 면직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상 미권스 운영의 전권을 정봉주 1인에게 부여한 것이다. 말 그대로 '정봉주의, 정봉주에 의한, 정봉주를 위한 회칙'인 셈이다.
현재 정 전 의원이 구속수감돼 있기 때문에 미권스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카페지기 등 소수 운영진이 교도소로 달려가 일일이 정 전 의원의 결재를 받아 운영해야 할 판이다. 마치 '수령 통치'를 연상케 한다.
선거법상 '사조직' 논란 불가피, 정봉주에게도 부메랑 이 같은 회칙과 운영방침은 미권스가 정봉주 전 의원에 의해 지배·관리되는 사조직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향후 정 전 의원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미권스의 행위가 대부분 정봉주 사조직의 활동으로 간주될 소지가 높아 공직선거법 제89조 유사기관 설립·이용 금지 규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법적인 문제보다, 독단적인 운영 회칙이 "신나는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을 지상 목표로 한다"는 미권스의 목적과 배치되는 '1인 독재' 아니냐는 게 일부 회원들의 불만이다.
특히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 이명박 정부의 독선·독주에 저항하면서 누구보다 민주주의 원칙을 강조해 왔던 정치인이다. 그럼에도 정작 자신을 지지하는 커뮤니티는 '공산당식 1인 독재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전형적인 '내가 하면 로멘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이기 때문이다.
일부 회원 "공산당 만드나?" 불만
이 때문에 일부 회원은 "자꾸만 공산당을 만드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ID **색깔빤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봉도사 맘대로 카페를 주무른다 이건데 뭘 그리 어렵게 써놨나요. 우민화나 다름없다"(ID *사루자)고 반발했다.
5일 현재 미권스의 전체 회원은 194,768명이다. 그러나 이번 비상회칙에 찬성, 반대의 댓글을 단 회원은 고작 859명에 불과하다. 이들의 의견만으로 비상회칙이 추인됐다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권스의 카페지기는 이전에도 운영진의 행태에 비판적인 회원들을 일방적으로 강퇴시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강퇴당한 회원들 중 일부는 '미권스 떨거지'라는 독립 카페를 차려 저항하기도 했다.
"독재의 끝이 좋았던 적 없다" 한 시민단체 인사는 "민주주의 상식을 가진 단체치고 이렇게 일방적인 회칙을 본 기억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인사는 "미권스는 정봉주 개인의 팬클럽이기도 하지만, 20만명의 민주 시민이 모여 사회적 의제에 관한 의견을 주고 받는 공론의 장이기도 하다"며 "운영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최소한 민주주의 원칙을 지키는 게 옳다. 지금은 일사불란한 체제가 편하겠지만 어느 집단이든 독선과 독단은 결국 파멸을 자초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 MB가 바로 산증인 아니냐"며 뼈있는 조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