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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양숙 여사 방북 불허, 아직도 노무현이 두렵나
[공희준의 일망타진] MB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 방북 추진하라
 
공희준
밤늦게 가까운 슈퍼마켓으로 우유를 사먹으러 갔다가 가게를 지키고 있던 주인아주머니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관련된 짧지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대화 도중에 아주머니기가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한 지점을 짚어주었기에 그 내용을 잠시 소개하련다.

- 나 : “김정일의 자리와 권력을 물려받을 막내아들이 우리 나이로 금년에 겨우 스물아홉 살이라고 합니다. 남한이건 북한이건 아버지만 잘 만나면 인생 한방에 확 피는 것은 똑같은 모양입니다.

= 아주머니 : “나 같은 여자들이 보기에는 (김정은이) 오히려 불쌍해 보여요. 얼굴에 아직 젖살도 안 빠졌던데, 부모도 모두 없는 처지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나갈지 걱정되네요.”

김정일의 죽음에 정부 차원의 조의를 표명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견해보다 훨씬 많았던 긴급한 여론조사 결과는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이명박 정권이 대북정책의 기조를 크게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나조차 놀라게 만들 지경이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 사태로 말미암아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싸늘하게 식어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는 더더욱 놀라운 반응이라고 하겠다.

정부 관료들과 정치권 인사들, 그리고 국내외의 여러 북한 전문가들은 복잡하고 난해한 외교적 잣대들을 들이대고 있었지만, 민초들은 그와 비교해 훨씬 간단명료하게 사태를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국제정치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지내고 있을 대다수 민초들의 단순한 시각 속에서 경색될 대로 경색된 현재의 남북관계에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해줄 수 있는 단초가 오히려 발견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를 추종하는 정치세력을 향해 지난 수년간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 대립각은 천지가 개벽하지 않는 이상에는 절대 무뎌지지 않으리라. 그럼에도 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부인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경우와는 달리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에 대해서는 조문 목적의 북한 방문을 불허한 MB 정부의 처사는 대단히 옹졸하면서도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대북송금 특검을 빌미로 심각하게 훼손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검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무리하고 강압적인 조사로 인해 정몽헌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또한 잘 알려져 있다. 국민의정부와 현대가문과 참여정부 사이에 불편하고 어색한 감정의 골이 깊게 패여 있을 가능성을 부인하기 힘든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정권과 정권, 세력과 세력 간에 형성되었을지 모를 해묵은 정치적 애증의 앙금들조차 남북관계의 순조로운 발전과, 민족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숭고한 대명제 앞에서는 아주 하찮기 짝이 없는 지엽적 부산물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권양숙 여사의 방북 여부는 전적으로 권 여사 본인의 의지의 강도와 북한 측의 수용 의사의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순리이자 정상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으로 이 정부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개입할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다.

남자들이 주도하는 고난도의 정치게임을 통해서도 풀지 못하는 난해한 과제들을 여성들 특유의 부드럽고 섬세한 모성으로 해결해낸 사례는 멀리는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에서부터 가까이는 성녀 테레사 수녀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에서 비일비재하다. 슈퍼 아주머니가 보여준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이 김정은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만 있다면 전쟁의 위협에 늘 시달리며 생활해야 하는 남북한의 7,500만 겨레에게 결코 손해나는 장사는 아닐 것이다. 싫든 좋든 우리는 당분간 김정은을 상대로 한반도의 정세를 관리하고 남북관계를 꾸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사랑에 굶주리면서 자라났다는 김정은을 대한민국 대통령 영부인들이 마치 친자식처럼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면서 달래는 것만 한 지능적이고 적극적인 대북공세가 또 어디 있겠는가?

이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권양숙 여사의 방북을 허가해야 할 명분과 필요성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 이명박 정부가 전념해야 할 일은 권 여사의 방북을 막는 게 아니라 일부 냉전주의자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조의 표시와 문상을 미루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방북을 권유하는 것이리라.

나의 소원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으로 귀결될 장기간의 유훈통치를 또다시 되풀이할까? 내년은 북한 김일성 전 주석이 태어난 지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 정권 수뇌부로서는 김정일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김일성의 탄생에 대한 축하 사이에서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만 하는 입장이다.

아무리 북한이 봉건적 전제체제를 고집하고 있다고 한들 그들 역시 인간의 본능을 좇아 우울한 초상집 분위기보다는 흥청거리는 잔칫집 분위기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나는 북한이 ‘탈상’을 하는 데 남한이 일정 부분 도움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믿는다.

과감한 제안을 하나 해보겠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 나가는 한류스타들이 2012년 8월 15일 광복절을 전후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어떨까?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조금은 절제되고 신중한 무대를 연출해가면서 SM 엔터테인먼트가 남북한 당국의 전폭적 협조를 받아 평양에서 대규고 공연을 진행하자는 거다. 파리와 뉴욕, 도쿄와 베이징, 타이베이와 싱가포르도 갔는데 평양이라고 해서 못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문화예술인과 체육인이 오간 다음에는 경제인과 기업인이 오가게 되고, 경제인과 기업인이 오가게 되면 그에 뒤이어 정치인과 관리들이 오가게 된다. 정치인과 관리들이 활발하게 서로 오가는 체제와 체제,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는 확고한 평화가 지속되는 법이다. 새해 여름쯤엔 내가 소녀시대가 평양에서 공연했다는 소식을 평양 현지에서 다른 이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꼭 왔으면 한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1/12/23 [18:1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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