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꼼수정권’의 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들
[김주언의 뉴스레이다] 이명박 정권, 남은 임기라도 원칙과 정도를 찾아라
 
김주언   기사입력  2011/12/19 [01:05]
올해 가장 인기와 화제를 몰고 온 ‘나는 꼼수다’는 ‘각하 헌정방송’이다. 말 그대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꼼수’란 이름을 지은 김어준 총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날 방송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나꼼수는 성역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여 비판과 풍자의 칼날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에서 ‘나꼼수를 모르면 간첩’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나꼼수는 국내를 넘어 미국 등 해외에서도 성가를 높이고 있다.

나꼼수의 영향력은 이미 여러 차례 입증된 바 있다. 10월2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의 ‘1억원 피부숍 사건’을 폭로해 박원순 시장의 당선에 커다란 공을 세웠다. 특히 선거일 선거관리위원회 해킹사건이 ‘나 후보 당선을 위한 것’이란 특종으로 화제를 몰고왔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후보 시절 불거졌던 BBK 사건을 재조명하여 다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내곡동 사저 문제’ 등 퇴임 후 주거문제까지 이대통령과 관련해서라면 모든 게 풍자대상이다.

나꼼수의 이러한 인기는 이명박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방송을 장악하여 정권 홍보방송에 열중하고 인터넷 통제에 열을 올려 비판적인 여론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언로가 막히면 자연히 유언비어가 떠돌기 마련이다. 유언비어 중에는 사실로 확인된 경우도 많다. 하지만 보수신문과 이명박 정부는 이를 ‘괴담’으로 치부하고, 비판세력을 ‘종북 좌파’로 매도해왔다. 자신에 불리한 정보를 차단하려는 ‘꼼수’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불통 정부’를 넘어 ‘꼼수 정부’로 불러야 할 것 같다.

나꼼수가 꼼수 정부의 꼼수를 파헤쳐 알려주니까 국민은 열광할 수밖에 없다. 지난 한해 동안 꼼수 정부의 꼼수는 넘쳐났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몇몇 사건에서는 이러한 꼼수가 빛을 발한다. 속내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를 그들은 ‘묘수’인 것처럼 낯에 철판을 깔고 떠벌린다. 바둑판에서의 꼼수는 웬만한 하수가 아니라면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국민은 하수가 아니다. 나꼼수가 ‘수읽기’를 가르쳐 주었기 때문이다.

최구식 한나라당의원 보좌관 등의 선관위 해킹(디도스)공격은 꼼수의 대표적 사례이다. 그동안 정부기관과 농협에 대한 두 차례의 디도스공격에 대해 수사기관은 북한소행이라고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품기는 했지만 이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해킹공격을 감행한 이들도 자신들이 저지른 해킹공격을 북한소행으로 묻힐 사건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수사기관이 북한소행이라고 발표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보수신문의 한 논객과 한나라당 의원조차도 “북한소행인 줄 알았다”고 고백할 정도였으니까.

이러한 꼼수는 경찰수사로 들통 나고 말았다. 그러나 경찰수사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국민의 이목이 쏠린 사건에 대해 경찰은 ‘술김에 저지른 우발적 사건’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1억원의 돈거래가 밝혀지면서 경찰 고위층의 축소은폐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의 또 다른 꼼수가 만천하에 공개된 것이다. 이제 검찰이 사건의 진실을 어디까지 밝혀내느냐에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선관위 해킹공격은 ‘4.19혁명을 불러온 3.15부정선거에 버금가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검찰의 최종 수사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여당을 ‘빅뱅’으로 몰고 간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몇몇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꼼수가 불러온 후폭풍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원칙과 정도를 벗어난 꼼수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오는 지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이다.

꼼수 정권의 꼼수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문제도 꼼수가 불어온 화근 중의 하나이다. 꼼수가 들통 나면서 허겁지겁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지만, 아직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오히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불법․편법 의혹까지 덤으로 불거져 나왔다. ‘재임 중 형사 고발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는 꼼수가 가져온 부작용의 하나일 뿐이다.

그동안 ‘상왕정치’를 해온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의원의 불출마 선언도 눈에 보이는 꼼수에 불과하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의 쇄신을 위해’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그동안 저질러온 비리연루 의혹을 감추기 위한 꼼수’라는 게 세간의 평가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출마 요구를 거부해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15년 지기 보좌관 박배수씨의 7억원 수뢰혐의가 불거지자 서둘러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한다.

이상득 의원은 그동안 ‘모든 일은 형을 통하면 된다’는 만사형통의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했다. 박씨에게 뇌물을 건넨 이국철 SLS사장도 “이의원을 보고 돈을 주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검찰의 칼끝이 이 의원을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난형난제라고나 할까. 이 의원의 친 동생인 이명박 대통령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자화자찬한 적이 있다. 사촌처남인 김재홍씨마저 수뢰혐의로 구속된 마당에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나꼼수의 지적대로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을 숨기려는 꼼수였을까.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신문에 종합편성 채널을 허가한 것도 꼼수였음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육성과 채널 선택권의 확대 등을 종편 허가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채널의 종편이 개국하면서 사실은 ‘보수정권의 재창출’이 근본이유였음이 드러났다. 종편 4개 채널은 개국 때 동시에 박근혜의원을 인터뷰하면서 ‘박비어천가’를 읊어댔다. 오죽하면 ‘형광등 100개를 켜 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아부성 찬사마저 흘러나왔겠는가. 나꼼수는 자칭 ‘가카 헌정방송’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종편은 ‘수첩공주’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공주마마 방송’ 쯤 될 것이다.

나꼼수는 국민에게 꼼수정권의 꼼수를 읽어내는 방법을 속속들이 ‘까발려’ 주고 있다. 꼼수정권인 이명박 정부로서는 얼마나 나꼼수가 미울 것인가. 그래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동원했다. 방통심의위는 ‘사적 통신을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여론의 극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SNS 심의를 강행했다. 누가 보더라도 나꼼수를 잡아들이기 위한 꼼수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나도는 음란물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사례를 색출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명불허전일 뿐이다. 이를 미끼로 나꼼수 같은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수법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드물다.

참여정부 말기에 ‘노무현 씹기는 국민 스포츠’라는 말이 있었다. 이제는 이에 빗대어 ‘이명박 조롱하기는 국민 오락’은 말이 유행하고 있다. 꼼수정권의 훤히 들여다보이는 꼼수 때문이다. 여기에는 나꼼수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원칙과 소통을 외면한 채 꼼수를 부려서는 국민의 비판여론을 잠재울 수 없다. 나꼼수가 없어지면, 제2, 제3의 나꼼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아니 국민 모두 나꼼수가 될 수도 있다. 마지막 1년 동안이나마 원칙과 정도를 되찾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이 역사에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언론광장 감사, <시민사회신문>(http://www.ingopress.com) 편집인
트위터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톡
기사입력: 2011/12/19 [01:05]   ⓒ 대자보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