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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포기, 한나라 포기될라"
 
박기홍   기사입력  2011/08/02 [03:59]
 
“중앙당의 ‘호남 포기’ 발언으로 민심이 흉흉합니다. 이러다 지역에서 ‘한나라당 포기’로 이어질까 우려됩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7월 말 최고위원 회의에서 2명의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 문제와 관련,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표를 받을 수 있는 충청권에 집중하자”며 ‘호남 포기론’을 제기한 이후 도내 당원들이 지역민심의 후폭풍을 걱정하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북도당광주시당, 전남도당 등은 이와 관련, 1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당 대표의 공식 사과와 ‘호남 몫 최고위원 배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는 등 집단행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역민들은 가뜩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일괄이전 발표 이후 위축된 상황에서 여당 대표가 충청권 올인 발언을 하면서 호남 포기론을 시사해 충격에 휩싸여 있다.

당원들은 “민주당 일당독주에 대한 반발 심리가 모처럼 한나라당에 훈풍으로 작용해온 상황에서 최대 악재를 만났다”고 전제, “자칫 LH 소외감과 맞물려 민심의 한나라당 포기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홍 대표의 ‘호남 포기’ 발언 이후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민심의 시선은 냉랭하다는 귀띔이다.

다른 최고위원들이 “호남을 무시해선 절대 안 된다”며 충청권 출신의 2명 지명은 일단 무산됐지만, 그래도 지역민들은 한나라당 수뇌부의 호남에 대한 인식을 확인해준 사례라며 서운함과 반발심리를 표출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역 정서엔 최근 상당한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7대 대선에서 9%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이후 이듬해엔 2008년 4월에 있었던 18대 총선에서 전희재·태기표 한나라당 후보들도 8%대의 득표력을 기록했고, 작년 6.2 지방선거에선 정운천 도지사 후보가 무려 18.2%의 표심을 얻었다.

이런 표심의 움직임은 과거 대선 후보들이 전북에서 3∼4%를 얻는데 그쳤던 것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되는 기록적인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한나라당 도내 당원들은 “이제 막 온기가 스멀스멀 방안에 퍼지려는 상황에서 ‘호남 포기론’이 나와 민심이 어떻게 튈지 모르겠다”며 “자칫 한나라당이 전북에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을 잃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에서 의미 있는 득표력을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진 친박계의 서운함은 더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대표가 올인 해야 한다는 충청권에서도 ‘호남 포기’에 대한 반발이 불거지고 있어 주목된다.

한나라당 강창희 신임 대전시당 위원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호남의 1석의 지명직 최고위원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홍 대표가 올인 해야 한다는 충청권의 당협위원장이 되레 호남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다.

그는 특히 “정치는 배려와 관심이 필요하다. 지명직 최고위원은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소외지역에 대한 배려의 의미다. 정상적으로 호남에 1석을 배려해야 한다고 본다”고 거듭 밝혔다.

도내 당원들은 “지금부터라도 중앙당 차원에서 호남, 특히 전북에 대한 진정한 접근을 실천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사고지구당으로 전락해 있는 전북도당의 정상화를 조속히 추진하고 호남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도 전북에 과감히 배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북 출신의 전 최고위원이 4개월 만에 뜻하지 않게 낙마한 만큼 차기 호남 몫은 반드시 전북으로 와야 한다는 당원들의 주장이다.

전북도민일보 박기홍 기자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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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8/02 [03:59]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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