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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정치의 정치’를 넘어서 희망을 쏘자
[공희준의 일망타진] 정치를 존귀하게 여기는 정치초년병 강훈식의 도전
 
공희준
“장종훈을 아시나요?” 지금은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된 장종훈 한화 이글스 코치가 최초로 팬들에게 알려진 계기가 된 옛날 스포츠신문의 기사제목이다. 당시는 빙그레 이글스였던 한화 야구단의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장종훈을 아는 사람은 물론 거의 없었을 성싶다. 이후에 장종훈의 열성팬이 되고 만 나도 그 전에는 장종훈이 어디서 뭘 하는 인간인지 전혀 몰랐다.

그때 새내기 유격수 장종훈의 활약상을 취재해 특종 아닌 특종을 낸 기자가 된 심정으로 나는 어디에서 굴러먹다 온 이른바 ‘듣보잡’이냐며 고개를 갸우뚱할지도 모를 분들에게 이렇게 묻는 바이다. “강훈식을 아시나요?”

강훈식이 누구냐? 장종훈과 같이 충청도 출신이다. 본인의 얘기를 인용하면 집안 전체가 충남 아산서 300년째 살고 있다고 한다. 강훈식은 장종훈처럼 자기 분야에서 최연소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장종훈은 라이온 킹 이승엽에 의해 기록이 경신되기 직전까지 프로야구 최연소 홈런왕이었다. 손학규 씨가 경기도지사였을 적에 강훈식은 최연소 보좌관이었다고 한다. 장종훈의 최연소 홈런왕에 견주면 임팩트가 많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강훈식을 주목하게 된 계기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다. 그가 정치를 좋아하는 정치인인 이유에서다. 한국정치가 지닌 고질적 병폐들이 한두 개가 아니겠으나, 나는 그 수다한 해묵은 문제들 가운데 단연 심각한 병증으로 정치를 부정하고 저주하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꼽고 싶다. 그러나 더 큰 맹점은 정치를 부정하고 저주하는 정치인들이 정치권을 주도하는 것도 모자라 대권, 곧 국가권력조차 수월하게 장악하곤 한다는 거다.

냉철하게 행보를 분석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이명박 현 대통령도 정치를 저주하고 증오하는 反정치의 정치로 성공한 사례에 해당한다. 현재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씨도, 여야를 망라한 종합지지율로는 한참 동안 2위, 야당 후보 지지도로는 1위를 여론조사에서 상당기간 질주해온 유시민 씨도 반정치의 정치를 펼치면서 짭짤한 재미를 거둔 경우다.

▲ 강훈식 등이 2006년 정치권의 명품이라고 불린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을 기록한 글과 사진을 모은 책.     © 디윅스 2006
반정치의 정치는 왜 바람직하지 아니한가? 그것은 강훈식이 자신의 책인 ‘동업이 우리를 위대하게 합니다’에서 날카롭게 통찰한 바대로 순서가 선악을 정하기 일쑤인 까닭에서다. 순서가 선악을 결정하는 정치는 어떠한 결과를 낳는지를 관찰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테면 이명박은 노무현 다음에 나왔기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역으로 노무현은 이명박이 후임자로 선출돼준 덕분에 김대중보다도 더 뛰어난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바꿔 말하면 이명박의 전임자가 노무현이 아니었으면 그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역으로 참여정부에 바로 뒤이어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기에, 국민과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고서 폐족이 되다시피 했던 친노세력이 화려하게 부활할 수가 있었다.

순서가 선악을 정하는 현상이 법칙으로 일단 한번 고착되기 시작하면 유권자들, 즉 국민들은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정치를 욕하고 저주하면서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는 정치인과 정치집단이 더욱더 기세를 올린다. 정말로 사람 미치게 만드는 망국적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는 셈이다.

反정치의 정치에 탐닉하는 개인과 집단은 농부로 치자면 농사지을 자격이 없는 농민이다. 그들은 자기가 먹지 않을 곡식을 키우는 농부인 것이다. 본인은 입에 대지도 않을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민은 유독한 화학비료와 인체에 해로운 농약을 마구 남용하는 법이다. 정치를 부인하고 저주하는 정치인과 정치집단도 그런 위선적 농부와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에 정치전문가는 많아도 전문정치인은 드문 현실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에 근본 원인이 있다고 하겠다. 강훈식의 머리를 술병으로 가격했다는 어느 선배 정치인 역시 반정치의 정치에 치유불능으로 중독된 인사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강훈식의 이력을 살펴보니 나보다 네 살이나 적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입장에서는 결코 녹록한 지역이 아닌 아산에 지역구를 가지고 있다. 차기 총선에서의 당선가능성이 아직은 불투명한 젊디젊은, 또는 새파랗게 어린 신인급 정치인을 이 모든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내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게 된 것은 그는 정치를 긍정하고 정치를 좋아하는, ‘싹수 있는’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세간의 화제가 된 ‘나는 가수다’에 출연하는 가수들의 공통점은 비단 가창력이 뛰어나다는 데만 머물지 않는다. 그들은 음악을 긍정하고, 노래를 좋아하는 가수들이다. 한데 우리나라에서는 정치의 역할과 의의를 부정하고, 때로는 정치의 존재 자체마저 저주하고 증오하는 부류가 제도정치의 무대공간에서 항상 승리해왔다. 대한민국 정치의 뿌리 깊은 후진성을 극복하려면 정치를 타매하고 터부시하는 습성화된 반정치의 태도부터 떨쳐버려야 마땅하다. 이는 당위에 앞서 상식이다.

정치를 공격하는 정치인은 간혹 성공할 수 있다. 盧와 MB가 그랬듯이. 정치를 혐오하는 정치인은 잠시 성공할 수 있다. 박근혜와 유시민이 그러듯이. 허나 오래도록 위대한 정치가로 남으려면 정치를 긍정하고 사랑해야 한다. 나는 진보니 보수니, 좌파니 우파니 따지기 이전에 정치를 존귀하게 여기는 정치인과 정당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이 먼저 이뤄져야 옳다고 믿는다. 정치의 가치와 중요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그를 위해 간이고 쓸개고 언제든지 빼줄 용의가 있음을 엄숙히 밝히는 바이다.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기사입력: 2011/06/03 [04:18]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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