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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PD 하차와 스타의 권력화
[시론] 김영희 PD 중도하차‥스타들의 권력화·굴종적 방송사 '합작품'
 
양문석   기사입력  2011/04/08 [15:47]
프로그램 기획의도 훼손하는 '스타들의 월권'
 
'쌀집 아저씨' 김영희 PD가 김건모 씨의 '재도전'에 동의한 이유가 과연 뭘까. 많은 이들이 액면으로 보면 '기득권'에 대한 양해로 비판했는데...
 
6년 전 나는 '스타 권력화'라는 발제문을 통해 연예오락 부문의 스타들이 감독 또는 PD의 기획의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사례들을 조사해서 발표한 적이 있다.
 
이미 당시에도 스타들이 드라마에서는 조연급 연기자를 결정하는 월권이 공공연했고, 가수들이나 개그맨들이 오락 프로그램의 출연자를 결정하거나 기획의도를 비틀어 프로그램의 성격을 훼손하는 일들이 흔했다.
 
이번 '나는 가수다'에서도 탈락자 발표 이후 '편집되어 사라진' 1시간 30분 동안의 공백이 있었다. 그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 그것은 바로 가수들이 김건모의 탈락을 동의하지 않았고, 재도전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집단적 출연거부'라는 카드를 들고 김영희 PD를 압박하지 않았을까.
 
이런 추론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 만연한 감독 또는 PD의 권한과 한계를 세밀히 살펴볼 때 충분히 있는 일이다.
 
감독 또는 PD의 권위가 훼손됨으로써 이익을 보는 집단은 소위 '스타들'뿐이다. 결코 시청자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현상이다. 방송산업의 과잉 경쟁과 더불어 종편의 등장이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할 터. 기본적인 원칙인 신인 가수·신인 연기자들을 등용하기 위한 프로그램, 드라마에서는 베스트셀러 극장과 같은 단막극이 대안일 터이고, 음악에서는 일각에서 여전히 비판적이나 '슈퍼스타 K' 같은 프로그램일 터.
 
많은 연기자와 가수, 실력과 재능을 장착한, 규격화되고 표준된 기획사의 상품으로서 연기자와 가수가 아닌, 새로운 '선수'들이 대거 등장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선별해서 기용할 수 있는 '감독'이 애초의 기획의도를 프로그램에 녹여 반영하고, 이를 시청자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조건들을 확보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방송사 스스로 깊은 반성과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김영희 PD를 하차시키는 것이 김영희 PD를 위함일 수도 있다. 더 큰 상처를 입지 않도록 하는 배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 김영희의 문제가 아니라 만연한 스타 권력화와 굴종한 방송사의 필연적 산물이다. 구조적 문제라는 의미다.
 
김영희 PD가 한동안 호흡을 조절하여 다시 제작현장으로 컴백할 때는 적어도 '스타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방송사가 만들어내고,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이를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중심으로 함께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글쓴이는 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입니다.
언론학 박사이며,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과
대자보 논설위원을 역임했습니다.

*블로그 : http://yms7227.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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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4/08 [15:47]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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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애편지 2011/04/11 [12:30] 수정 | 삭제
  •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만... 이번일의 경우에는 프로그램의 기획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소라씨의 경우에도 라디오에서 프로그램의 형식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김영희 PD만을 믿고 출연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일어난 사태를 보면 슈스케라든지, 위탄의 인기로 급작스럽게 프로그램을 기획한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스타에게 휘둘리는 것 역시 문제이지만, 반대의 경우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