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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ㆍ오연호는 진보집권 장사를 계속 할 것인가?
[윤희용의 진보편지] 지금은 집권계획 대신 ‘투쟁하라’가 올바른 조언
 
윤희용   기사입력  2011/04/04 [05:36]
한국사회 모든 문제가 미 제국주의 탓인가?

조국ㆍ오연호 님, 아직도 남한이 식민지 입니까? 그런데 지금도 집회에 가면 ‘미국 반대’를 외치며 모든 문제를 미 제국주의의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가 수두룩합니다. 이른바 자주파들인 그들이 민주노동당의 당권을 장악하고 있고, 수시로 간판을 바꿔다는 ‘상설 연대체’ 장악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광주민중항쟁 기념집회에 갈 때 마다 ‘미국을 반대한다’며 광주를 1980년에 묶어두지 못해 안달을 부리는 집단이 득실거린다는 건 잘 아시죠?

본사(북한)의 말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오직 민족순혈주의에 목을 거는 사람들, 동성애를 ‘자본주의가 낳은 퇴폐적인 산물’이라며 개인의 ‘성에 대한 자기 결정권’조차 비하한 경기동부연합의 최대주주인 이용대 씨의 말을 보노라면 갑갑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끈금없이 ‘코리아연방공화국’이란 불량품을 들고 나와 선거를 망친 장본이란 건 잘 아시죠? 저도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지만 ‘당사자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보지 남이 규정할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남한의 자본이 인도와 미얀마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밀림을 파괴하며 증식에 혈안이 되어, 다른 제국주의와 마찬가지로 침탈과 현지 민중에 대한 착취를 일삼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고 오로지 미 제국주의 탓만 하면 되는가요? 5년 전 심장마비로 태국에서 죽은 제 친구는 포항제철 현지 책임자였습니다. 공장 확장 지시를 받고 일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자 직원들을 엄청나게 닦달했고, 그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심장마비 수술을 받았는데 재발 되어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국 자본의 제 3세계 수탈은 안 보이는가?

국제 정세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포항제철이나 정유회사가 돈 벌이에 혈안이 되어 현지 민중들을 얼마나 수탈하고, 환경파괴를 일삼고 있는가를 잘 압니다. 먹고 살자고 한 짓이지만 친구는 남한 자본의 제국주의 하수인 노릇을 한 것이죠.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제3세계 곳곳에 주재원이랍시고 가서 하는 짓이 제국주의 첨병 노릇을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의 자본이 저지른 수탈은 철저히 침묵하면서 미 제국주의 탓만 하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자주파를 가리켜 ‘×대가리’라 부른 시절이 있었지요.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대표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정은 알지만 통합하라’며 민주노동당과의 실질적인 합당을 강조하는 오연호 연출 조국 주연의 ‘진보집권 플랜 북 콘서트’는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사회니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게 자유고, 자본주의사회에서 돈 벌이 되는 걸 하겠다는데 누가 말릴 수도 없는 일이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은 분명히 져야 할 것입니다.

도대체 사정을 얼마나 잘 알기에 ‘사정 알지만 통합하라’는 말을 하는지 의아 합니다. 오연호 씨는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인 언론인이고, 조국 교수는 국립관악골 훈장에 외모도 근사해 한 마디로 영향력도 있는 ‘먹어주는 상품’이란 건 부인하지 않습니다. 산골과 도시를 오가며 사는 염색노동자인 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아 이렇게 글을 쓰는 게 어색한 게 사실입니다. 딱 한 가지 경쟁력이 있다면 두 분 보다 노래는 잘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통합하면 진보정당의 집권 가능성은 있는가?

인류 역사상 민족 문제가 진보진영의 의제가 된 사실이 있는 걸 두 분은 보셨습니까? 지금도 한반도 문제에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모든 연합 훈련이 북한을 적으로 상정한 침략 연습임에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미 제국주의 탓으로만 보는 민주노동당의 당권파와 진보신당이 합당을 해야 하는지 다시 묻습니다. 오직 미 제국주의와 민족만을 말하는 그들은 파업을 하거나, 농민문제를 말하다가도 ‘통일’이라면 모든 걸 제쳐 두고 달려갑니다.

‘그래도 너희들은 정당이니 국민의 명령에 따르라’고 하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 먼저 밝히는 게 ‘진보 집권플랜’을 말하는 순서지요.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고집하는 진보신당의 통합론 측에는 ‘이런 사람들과 같은 당에서 수 없이 늘린 민중 생존권 문제’를 함께 풀어갈 대책과 자신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45대 55였을 때도 늘 깨졌는데 25퍼센트도 안 되는 쪽수로 어떻게 ‘주도적인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설득력이 있는 것 아닌가요?

통합하면 무엇이 좋아지고, 어떤 진보정치를 할 수 있는지 전망이 있어야 하는 건 상식이죠. 두 당 합쳐 봐야 지지율이 7~8퍼센트 밖에 안 되는데 무슨 ‘집권 플랜’을 말하는지 의아합니다. 정책에 대해 항의하고 치열하게 저항해야 할 정당에게 집권을 거론한 것 자체가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 허황된 논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너희들은 그냥 따르라’는 말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이런 말장난에 휘둘리는 현실이 화가 날 뿐입니다.

지금은 집권 계획 대신 ‘투쟁하라’는 게 올바른 조언

잠시 눈을 농촌지역으로 돌려 봅시다. 민족문제에 목을 거는 사람들에게 제가 오가는 ‘경북 성주와 청도에 딱 한 달만 지내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묻고 싶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녁에 읍내 마트에서 아시아 이민 여성들을 보는 건 흔한 일이고, 면소재지에서는 수두룩해 더 이상 그들은 이방인이 아닌 우리 이웃입니다. 그나마 돈 좀 있다는 성주와 청도가 이 정도인데 다른 지역이 어떤지는 군청에 가서 물어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농어촌의 면 단위 초등학교는 흔히 말하는 혼혈아가 절반을 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도 민족이란 말을 고집한다면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더 이상 상종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농촌지역 공업단지는 물론이려니와 도시의 변두리 공장은 이주노동자들이 없으면 굴러가지 않을 정도로 그들은 이미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있습니다. 이래도 남한이 식민지인지, 민족문제가 목을 걸 정도로 중요한 가치인지 저는 의문입니다.

분단으로 인한 비용이 통일 비용보다 더 많기에 경제적인 수치로만 봐도 통일이 중요하지만 그 기반을 먼저 마련하지 않으려는 집단과 ‘너희는 같은 지붕 아래서 살아라’고 합니까? 가만히 있던 민주노동당 최대 주주인 이용대 씨가 지난 시절의 잘못에 대한 아무런 말 한 마디 없이 ‘진보정당 통합’ 대열에 나선 진정성을 저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시절의 안 좋은 기억은 잊자’는 게 엄청난 폭력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럼없이 뱉는 걸 보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서로 철학이 다른 집단을 ‘선거를 앞두고 합치라’고 하는 것은 폭력이자 계산기만 두드린 결과란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가능성도 없는 진보집권플랜을 오마이뉴스가 내년 총선거와 대통령선거까지 장사하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자세가 아닙니다. 정말 우리 사회 정치 발전을 원한다면 얄팍한 장돌뱅이 수법은 걷어치우는 게 맞습니다. ‘오늘의 조국이 있기까지 80퍼센트는 오연호가 있었다’는 말을 인용하며 ‘진보집권 장사 그만하고 함께 투쟁의 길로 가아할 때’라고 감히 말합니다.

성주 산골에서 봄비를 맞으며
* 글쓴이는 현재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위원입니다.
블로그 : http://blog.daum.net/bando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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