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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재 껴안은 손학규, 삼성 장학생 동참
[김용민-공희준 방담④] 진보를 신뢰하지 않는 건, 과격 아닌 '비정상' 때문
 
공희준   기사입력  2011/03/26 [11:14]
아래는 시사평론가 김용민(한양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와의 방담 내용이다. 이번 방담은 한국 사회의 내로라하는 '신진기예(新進氣銳)'들을 만나 대단히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치를 비롯한 세상사를 허심탄회하게 얘기해 보자는 기획시리즈의 일환이다. 방담은 3월 21일 월요일 오후 원효로 3가에 위치한 '제국기획' 회의실에서 진행되었다.
 
이광재는 미래의 이재용 장학생
 
- 김용민(이하 김) :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지지해 달라고 호소한 데 대해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이를 두고 아픈 부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 공희준(이하 공) : 제가 유시민 씨라면 만세 부릅니다.
 
- 김 : 예? 만세를 부른다고요?
 
= 공 : 뒤에서.
 
- 김 : 뒤에서….
 
= 공 : 참여정부의 가장 껄끄러운 부분이 삼성에 관련된 부분입니다. 그걸 이제 손학규 씨한테 덮어씌울 수가 있어요. 유시민이 말하는 노무현 정부의 부채를 이광재 등에 실어서 손학규한테 다 보내버리는 거죠. 쉽게 말하면 이광재가 유시민 입장에서는 자기를 위한 ‘배드뱅크’ 역할을 해준 겁니다. 왜 그러냐? 앞으로 손학규 쓰는 민주당내 진보블록으로부터 끊임없이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광재를 껴안았잖아요!
 
나는 이광재 씨를 아주 부정적으로 평가합니다. 공식적 명분이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협조 요청이었겠지마는 이광재 씨가 도지사에 당선된 다음에 제일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이건희 씨 만나러 가는 거였어요. 그것도 이건희 씨 사저로 자기 스스로 찾아갔습니다. 물론 이건희 씨가 몹시 특이한 분이시긴 하죠. 집안에 사무실 차렸으니까. 그런데 이건희가 이광재가 방문하는 걸 왜 환영했겠습니까? 단기적인 정경유착이 목적이 아닙니다. 대단히 장기적인 정경유착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입니다. 이광재가 지금 40대 중후반입니다. 이건희 씨의 친아들인 이재용 씨 또래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평생 동안 자기 아들의 정치적 보디가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인물들을 하나둘씩 육성하려고 하는 겁니다.
 
- 김 : 와, 이건희 장학생! 아니, 이재용 장학생!
 
= 공 : 이건희는 늘 정경유착 궁리하게끔 본래부터 그렇게 생겨먹은 사람이라고 칩시다. 그럼 관건은 뭐냐? 그렇게 생겨먹은 이건희 회장이 그런 의도로 키우는 연습생을 가장 일착으로 민주당에서 캐스팅했다는 겁니다. 한나라당에서 섭외해온 게 아니라. 즉 이광재는 자신의 정치적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 앞으로 30년 동안, 어쩌면 죽을 때까지 이재용의 정치적 경호원을 자임한 거예요. 그런 사람과 어떻게 손을 잡습니까? 그런 사람이 자기 손 들어줬다고 거기에 만세 부르는 손학규 씨,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사람입니다.
 
- 김 : (씁쓸한 듯이) 허허허….
 
= 공 : 이광재 씨가 손학규 씨 편든 게 유시민 씨한테는 진짜 좋은 일이죠. 참여정부의 가장 꿀리는 부위인, 켕기는 구석인 삼성에 관련된 고름덩어리가 저절로 떨어져 나갔으니까. 알아서! 유시민 관점에서는 그런 거예요. 이명박과의 밀약에 관련된 원죄는 문재인한테 떠넘기고, 삼성과 연관된 오점들은 이광재에게 전가하고.
 
- 김 : 공은 자기가 다 차지하면서 마이너스가 될 만한 요소들은 친노직계한테 넘기는 셈이네요.
 
= 공 : 운도 능력이라고 봤을 때는 유시민 씨가 매우 운이 좋은 게 정동영 씨와 유시민 씨의 관계는 뭐냐? 지금의 정동영 씨는 유시민 씨 한 발 앞에서 유시민 씨가 밟았을 수도 있었을 똥이나 지뢰 대신 밟아주는 사람입니다.
 
- 김 : 한마디로 말해서 유시민이 (정동영보다는) 나은 사람이네.
 
= 공 : 나은 사람이죠. 운발로건 뭐건 어쨌든 난 X은 난 X에요. 그건 인정해야 됩니다. (일동 웃음) 왜냐? 유시민이 복지국가 담론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잖아요. 북유럽 식 복지국가로 좌 클릭한 정동영 어떻게 됐습니까? 지지율 더 떨어졌어요. 더 미미해졌어요. 만약에 앞에서 정동영이 복지국가란 지뢰 안 밟았으면 그거 지금 유시민이 밟았다가 크게 손해 봤을 겁니다. 사실 복지국가란 건 정책적 층위에 놓여 있는 겁니다. 잠깐 정동영 씨에 대해 얘기를 하자면 그 양반이 실패한 원인은 정치의 실패에 있습니다. 정치의 실패는 정치의 성공으로 만회하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런데 정동영 씨는 정치의 실패를 정책의 성공으로 만회하려고 시도해요. 그게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자꾸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 김 : 그렇군요. (잠시 쉬고서) 호남에서 괄목할 만한 대선주자는 없을까요?
 
= 공 : 나는 박준영 전남지사에 대해서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 : 그런데 저는 그 양반 하면 떠오르는 게 영산강과 관련된 애매한 정책적 입장뿐이거든요.
 
= 공 : 정책적 분야에서는 박준영 씨가 잘못한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오류는 크게 저지른 적이 없습니다.
 
- 김 : 말씀하신 정치적 오류란 게 뭔가요?
 
= 공 : 이른바 공천 포기죠. 정당정치 부정하는 거죠. 결국 또 강남좌파 얘기가 나오게 되는데 정당이란 게 다른 것이 아닙니다. (잠깐 숨을 고르고) 마르크스는 두 가지를 발명한 사람입니다. 그는 공산주의를 발명한 사람에요. 동시에 공산당을 발명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바꿔 말해서 마르크스는 현대적 의미의 정당을, 정당개념을 발명한 사람이란 겁니다. 그전까지는 정당이 아니라 일종의 도당이었어요. 그럼 현대적 정당이란 게 뭐냐? 독자적인 정치적 프로그램을 가지고 대중의 지지를 추구하는 집단이 바로 정당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를 한번 보세요. 예를 들어 조선시대 정치의 특징을 보자고요. 동인, 서인, 남인, 북인, 노론, 소론이 민중들도 충분히 공유하고 동감할 수 있는 의제를 가지고서 당쟁을 벌인 게 아니었잖아요? 오로지 임금의 총애를 먼저 얻기 위한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었지.
 
현대적 정당의 태생을 단서로 해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증기기관의 발명을 분기점으로 삼아서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로 나눠지듯이, 현대적 정당의 발명을 경계로 해서 정치적 근현대가 갈라지는 겁니다.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행위는, 우리가 이명박더러 역사를 1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만, 정치를 5년 전, 10년 전이 아니라 수백 년 전으로 돌려버리는 짓입니다. 정당이란 건 자신들이 표방하는 독자적 프로그램을 가지고 선거에 나가서 대중의 심판을 받아야 정상입니다. 그래서 유권자 대중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으면 집권하는 거고, 대중의 외면을 받으면 야당하면서 실력을 기르는 게 올바르고 정상적인 길입니다. 그런데 강남좌파들은 물론이고 손학규 씨 역시 그걸 부정하잖아. 박준영 지사가 영산강 개발에 찬성함으로써 정치적 오류를 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박준영 씨는 정책적 오류는 저질렀지만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정치적 패착마저 두지는 않았어요.
 
강남좌파들 같은 경우에는, 조국씨도 마찬가지인데,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사람들이에요. 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정당정치를 부정하느냐면, 도둑놈 심보란 게 뭡니까?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안 지려고 하는 게 도둑놈 심보잖아요. 누가 나한테 입법권을 부여한다고 하면 나는 제일 먼저 만들고픈 법이 있어. 대학교수들이 교수신분 유지한 상태로 정치 못하게 하고, 신문칼럼 못 쓰게 하는 게 그거야. 신문칼럼은 왜 못 쓰게 하냐? 이것들은 신문칼럼을 자기소개서 용도로 쓰더라고. 유력한 정치인들을 향해서 나 한번 써달라고 유세하는 거지. 조국 씨의 사례를 봅시다. 그 양반이 지금 정치적 발언을 자주 합니다. 그리고 어떠한 정치적 프로그램을 주장하고. 그런데 만약에 조국이 주장하는 프로그램이 실패로 끝났다고 해봐요. 그럼 조국 씨에 대해서 어떻게 책임을 추궁할 겁니까? 자기가 서울대 교수직 반납할 거야? 조국 씨는 자기가 제시한 아이디어가 채택이 되면 좋은 거고, 설사 채택이 안 되도 계속 서울대 교수인 겁니다.
 
내가 얼마 전에 ‘조국과 오연호의 팔자론’을 펼쳤습니다. 왜냐하면 진중권이 아주 잘못된 말을 했기 때문입니다. 진중권 씨는 이쪽에서 정권을 잡든 못 잡든 조국 씨의 팔자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변하는데 그게 아니지. 이쪽에서 요즘 부르짖는 소위 야권연대 프레임으로 정권을 창출하게 되면 조국 씨의 팔자는 그야말로 확 피는 겁니다. 최소 법무부 장관에요. 최소! 법무부 장관, 그거 엄청난 벼슬에요. 강금실 씨가 몸담았던 로펌의 사건 수주액이 그녀가 법무부 장관 하기 전과 후가 엄청 달라요. 그 단위가 몇 억이 아니에요. 몇 십억이지. 그게 팔자가 달라지는 게 아니면 대체 뭐야? 우리 인정할 건 인정합시다. 정권이 왔다 갔다 할 때마다 우리도 팔자 달라졌잖아. 마치 자기네는 권력의 향배와 무관한 것처럼 고고하게 앉아 있는 꼴들이 나는 너무 역겨워. 저것들이 물밑에서는 또 얼마나 부지런하게 작업들을 하고 다니겠어.
 
- 김 : 조국 씨가 서울대 교수를 계속 한다면, 그리고 아무 공직도 맡지 않는다면 팔자가 변하지 않을 거라는 진중권 씨의 말이 타당한 걸로 성립될 수 있지 않을까요?
 
= 공 : 내 얘기는 관직을 맡고 안 맡고 이게 아니에요. 지금 조국 씨가 주장하는 야권연대가 실패해도 그는 계속 서울대 교수라는 거야. 그게 실패하면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하면서 서울대에 사표 쓰는 게 아냐. 그냥 계속해서 잘 나가는 서울대 교수인 거야. 그 자리를 유지하면서 그걸 발판 삼아 제2, 제3의 정치적 기획을 또 시도하겠죠. 하지만 정치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시도 실패하면 보따리 싸야 돼. 책임져야 하니까.
 
서울대 때려치우고 강북으로 이사하면 조국 도울 수 있다
 
- 김 : 제막 막 ‘조국, 정치’ 이걸로 인터넷을 검색해봤더니 이 말이 딱 나오네요. “조국, 엄기영 품격 떨어진다!”
 
= 공 : 품격이 떨어진다는 조국 씨의 말이 물론 맞긴 맞는데 대신에 엄기영은 선거 떨어지면 정말 산송장 되는 겁니다.
 
- 김 : X 되는 거지. 하하하!
 
= 공 : 내가 조국 씨를 왜 비겁하다고 생각하느냐면 그는 현재 전혀 리스크가 없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감당해야 할 위험부담이 없는 거예요. 조국 씨가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라고 해봤자 나 같은 사람들한테 욕먹는 것밖에 더 있습니까? 갑자기 서울대를 잘리겠어? 아니면 월급통장에 가압류가 들어오겠어? 나는 조국 씨가 정정당당하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때려치우고, 강북으로 이사 오며는 조국 씨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줄 자신이 있어요. 그러니까 딱 두 개의 전제조건만 충족시키라는 거지.
 
- 김 : 어떤 전제조건?
 
= 공 : 서울대 교수 때려치워라. 강북으로 이사 와라. 그 얘긴 뭐냐? 내가 조국 지지할 가능성은 빵 프로라는 거지. 흐흐흐
 
- 김 : 진짜 그렇게 한다면?
 
= 공 : 남아일언중천금이라고 했잖아. 일단 내뱉은 약속은 지켜야지. 김 교수님 내 성격 잘 알잖아. 일단 한번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거. 나는 분명히 선언했어. 조국이 교수, 정확히는 서울대 교수 포기하고, 따뜻하고 안락한 강남의 집 팔아치운 다음에 강북의 서민들 사는 평범한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 오면 세상이 나를 향해서 뭐라고 손가락질하건 개의치 않고 내가 조국을 위해서 뛸 각오가 돼 있다고. 어, 각오나 용의 정도가 아니지. 나 그런 재주 있잖아. 흐흐흐.
 
- 김 : 그럼 품위, 품격, 이런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 공 : 중요한 사실은 백성이 중요시하는 것들은 품위나 품격이 아니란 거예요. 단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막말을 많이 한 탓으로 정권이 한나라당으로 넘어간 게 아닙니다. 국정운영에 실패했으니까 넘어간 거지. 이명박 씨 경우를 보세요. 지금 얼마나 말 막합니까? 입이 원자로야. 그런데 문제는 진보의 주류야 인정하지 않겠지만, 그리고 구제역 파동 같은 심각한 사태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아주 현저하리만큼 국정이 파탄 난 게 아니거든요. 품위와 품격은 한마디로 정말 배부른 자들이나 하는 소리입니다. 왜? 진짜 배고픈 사람은 품위나 품격 같은 거 안 따집니다. 눈물 젖은 빵이 아니라, 흙 묻은, 즉 땅에 떨어진 밥을 남몰래 주워 먹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정치에 관련된 얘기 하지 말아야죠. 자기가 진보라면…. 사람이 오죽 배가 고팠으면 바닥에 떨어진 밥풀떼기를 창피 무릅쓰면서 주워서 먹겠습니까?
 
- 김 : 강남좌파가 전면에 나설 경우에 한나라당으로 치우쳐 있는 부유층의 표심을 흐트러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 공 : 제가 반문해보겠습니다. 이광재가 강원도 도지사 됐다고 해서 이건희가 깜짝 놀랐습니까? (일동 웃음) 나는 장담합니다. 강남좌파에 대해서 가장 관심이 많을 사람을 대한민국에서 딱 두 명만 고르라고 한다면 그게 누구일까요? 누구긴 누구겠어요? 공희준과 이건희지. 흐흐흐. 나는 강남좌파를 타도할 방법을 찾느라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건희 씨는 어떻게든 키워주려고 관심을 팍팍 쏟겠지.
 
- 김 : 강남좌파는 결국은 이재용 장학생들이 될 거다?
 
= 공 : 원천적으로 강남좌파의 식량이 뭡니까? 강남좌파가 한나라당 지지기반 갉아먹는 존재들이 아니잖아요. 호남을 갉아먹고, 강북을 갉아먹는 사람들이잖아요. 강남좌파들이 강남지역의 아파트 부녀회들을 들이박은 적이 있습니까? 강남좌파들이 항상 비판하는 대상은 강남과 무관한 것들입니다. 나는 강남의 아파트 부녀회 들이박는 강남좌파 한번 보고 싶어. 그런데 한 명도 없잖아. 그게 바로 강남좌파와 모택동의 차이 아니겠어요? 모택동이 우리나라 강남에 살았어봐. 강남의 아파트 부녀회들 벌써 전부 다 결딴났지.
 
강남좌파의 한나라당 선택을 욕하지 말자
 
- 김 : 예전에 저하고 전화통화를 하시면서 “조국 교수가 한나라당으로 갈 확률이 51퍼센트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 공 : 조국 씨가 정치를 할 가능성은 100프로입니다.
 
- 김 : 100프로다. 어떤 점에서?
 
= 공 : 서울대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 김 : (다소 황당해하는 억양으로) 서울대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작금의 코멘트 정치도 정치를 하고 있는 거라고 보시기 때문에 그런 건가요?
 
= 공 : 정치죠, 그게. 그게 바로 정치입니다.
 
- 김 : 정치다, 그게?
 
= 공 : 현대는 퓨전(Fusion : 융합) 사회입니다. 멀티 플레이어가 요구되는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아니,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멀티 그라운드 사회’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습니다. 경기장 하나에서 축구, 야구, 농구, 배구가 다 이루어져요. 조국 씨는 이미 정치를 시작한 것과 진배없죠. 다만, 아직까지는 특정 정당에 입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네티즌을 비롯한 대중에게 착시현상을 불러일으킬 뿐인 겁니다.
 
- 김 : 조국 교수 스스로도 자신이 광의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 공 : 그것도 일종의 말장난인 겁니다. 정치에 광의가 어디 있고, 협의가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광의란 말은 사람들이 잘 모르거나 안 쓰는 단어에요. 광의? 누가 광 팔았냐? 배운 놈들이 제 잘난 맛에 남발하는 수식어지. 한국사회에서는 사람들이 결국에는 정책이 아니라 정서로 갑니다. 감정대로 움직여요. 조국 씨처럼 촌티, 빈티 못 견뎌하는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민주당에 올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조국 씨는 출발선에서부터 대통령을 바라보고 뛰는 인물이에요. 군소야당으로는 갈 수가 없어요. 그럼 선택지는 둘밖에 남지 않습니다. 한나라당, 민주당. 그런데 내가 서두에 말했잖아. 강남좌파들은 보수성은 참아도, 촌티ㆍ빈티는 못 견딘다고. 그 얘기는 뭐냐? 확률적으로 계산하면 한나라당 51프로, 민주당 49프로긴 한데 우리 한번 역사적으로 반추해봅시다. 한나라당의 전신이 신한국당입니다. 신한국당에 들어오기 전의 박찬종과 이회창. 또는 한나라당과 합치기 전의 조순. 그리고 국무총리 하기 전의 이수성이나, MB한테 총리 제의받기 전의 정운찬이 지금의 조국 씨보다도 보수적이었나요? 엄청 진보적이었잖아요. 엄청 진보적으로 비쳤잖아요.
 
방금 열거한 인물들 모두가 현재의 조국보다 훨씬 더 진보적으로 국민들에게 각인됐던 인사들입니다. 그런데 박찬종과 이회창이 왜 민주당을 택하지 않았겠어요. 이유는 딱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전라도당 못 간다. 전라도당은 못 간다는 소리는 김대중당은 못 간다는 논리와 똑같아요. 두 번째, 촌티 나고 빈티 나는 건 싫다, 속된 말로 뭔가 좀 뽀대 나는 데로 가고 싶었던 거지. 그래서 나는 조국 씨가 한나라당 가도 비판할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왜냐? 귀소본능이잖아. 그걸 어떻게 욕해? 화장실에 구더기 끓는다고 해서 구더기를 욕할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구더기들은 그저 생존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니까. 다만 굳이 뭔가를 끄집어 질타해야 한다면 똥간을 청결하게 관리하지 못한 사람을 비난해야지. 혹시 나중에 조국 씨가 한나라당으로 간다고 해서 내가 그를 비판할 일은 전연 없을 겁니다. 그런 사람한테 홀려서 헛소리 지껄인 오연호 같은 장사치들이 욕을 먹어야 마땅한 거지.
 
- 김 : 조국 교수가 자신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정치에 참여하겠다면서 자기의 색깔에 맞는 정당, 이를테면 진보신당에 입당한 다음에 대중적 바람몰이를 통해 스스로의 힘으로 대권에 도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공 : 강남좌파들의 특징이 뭐냐면 내비게이션은 무지하게 좋아요. 그런데 항상 엔진이 없어. 흐흐흐.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와서 견인을 해줘야 해.
 
- 김 : 견인해줘야 한다면, 모셔가야 한다? 모셔가지 않으면 안 한다?
 
= 공 : 아무 곳으로나 모셔갈 수 있는 게 아니지. 반드시 귀티 나고, 부티 나는 데로 모셔가야지.
 
- 김 : 만일 부르는 데가 없다면 결국은 한나라당으로 간다?
 
= 공 : 한나라당에서 모시러 온다면. 정중히 예의를 갖춰서.
 
- 김 : 예를 들어서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패배한다든지 혹은 총선에서 크게 흔들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 공 : 그러면 그 양반들은 제3정당으로 나올망정 기존 정당으로는 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내 의견을 조금 수정해야겠구나. 한나라당 51프로, 제3정당 49프로.
 
- 김 : 그러나 저러나 한나라당으로 갈 가능성이 제일 높네.
 
= 공 : 민주당에는 올 일이 없다는 거죠.
 
- 김 : 전에 그런 비유를 하신 적이 있어요. (강남좌파들은) 전두환 손녀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서 차를 마실 수는 있어도, DJ 손녀가 하는 찻집에는 오지 않을 거다.
 
= 공 : 전두환 손녀가 운영하는 카페에 가서 전두환 손녀와 험악한 분위기 아래서 서로 상대방을 성토하면서 싸우는 게 낫지, 허름한 선술집에서 돼지껍데기 구워먹으면서 일반국민들과 화기애애하게 어울리는 건 싫어하는 속물들이 강남좌파라는 비유였을 겁니다. 왜 그러냐? 강남좌파는 하나의 정서적 현상입니다. 정서, Sentiment!
 
- 김 : 센티먼트?
 
= 공 : 강남좌파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데올로기의 소산이 아닙니다. 이데올로기는 기본적으로 사회의 물질적 토대가 낳은 산물입니다. 반면에, 강남좌파 식의 정서는 허망한 유행이고, 한때의 취향일 뿐입니다.
 
- 김 : 진보신당 얘기를 조금 해보죠. 진보신당 쪽 사람들의 글이나 발언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그 내용이 아주 훌륭하긴 한데 굉장히 배타적인 느낌을 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 결과 아까 말씀하신 우월감이나 선민의식이 종종 지적되곤 합니다. 저는 놀란 게 국민참여당보다도 민주노동당과 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거든요.
 
= 공 : 정당의 정치인들은 몰라도 지지자들의 경우에는 자신들과 경제력의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손쉬운 예로 연봉을 기준으로 삼으면 유유상종이라고, 진보신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굉장히 불편해합니다. 그리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기들 진보신당 사람들한테 뭔가 얻어먹으려고 하지 않을까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해요. 먹이사슬의 방향이 정치인의 수준과 지지자들 수준에서는 정반대로 형성된 거지. 흐흐흐. 진보신당 지지자들의 시각에서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쿨’하지 못하다는 거겠지. 그런데 나는 쿨하다는 게 도대체 뭘 말하는지 여전히 모르겠어.
 
사회학에서 말하는 ‘여피’란 게 있습니다. 보통 ‘여피족’이라고 하죠. 우리말로 대충 번역하면 ‘대도시 신흥중산층’ 정도로 풀이될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중산층은 말로만 중산층, 무늬만 중산층이 아닙니다. 실제로 중산층입니다. 대도시의 신흥중산층은 언제나 진보적 외양을 띠기 마련입니다. 동네 보습학원에 논술 강사가 있어. 한쪽 논술강사는 전직이 참여연대 간사고, 한쪽 논술강사는 자유총연맹 회원이야. 그럼 내가 아무리 수구꼴통이라도 아이를 당연히 참여연대 출신 강사가 가르치는 데로 보내겠지. 자본은 없지만 머리는 있는 사람들이 진보로 몰려드는 게 다 그럴 만한 속내들이 있는 겁니다.
 
- 김 : 그렇다면 형님하고 저하고 ‘진보집권 플랜’을 한번 짜보면 어떨까요? 하하하.
 
= 공 : 적나라하고 냉정하게 현실진단을 하자면 지금은 진보-보수가 문제가 아닙니다. 정상-비정상이 문제에요. 나 같으면 차라리 진보집권 플랜이 아니라 ‘진보정상화 플랜’을 수립하겠습니다. 뭔가 정상이 좀 있어야 될 것 아니에요. 보면 다 비정상 아닙니까? 국민들이 진보를 신뢰하지 않는 건 진보가 과격하고 불온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한마디로 비정상이거든.
 
- 김 : 그렇다면 박근혜 씨가 독주하는 ‘박근혜 현상’에 대해서 한번 짚어주시겠어요.
 
= 공 : 이 사람, 저 사람 다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비슷해 보이니까 국민들이 맘 편하게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인물을 선호한 결과입니다.
 
- 김 : 예측가능한 사람을 찾는 것이다?
 
= 공 : 과거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를 상기해보세요. 사람들이 김 전 대통령의 이념은 불안하게 생각했어도 DJ란 사람에 대해선 든든하고 듬직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인간 자체가 불안하게 보이는 거야.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을 사례로 들어볼게요. 여기에 천정배란 정치인이 있습니다. 표방하는 가치와 노선이 불안한 게 아니라 사람 자체가 미덥지가 못해. 사이코스러워. 진보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국민의 믿음을 좀체 못 얻는 이유는 빨갱이이기 때문에 못 얻는 게 아니에요. 사이코들이라 못 얻는 거라니까.
 
[계속 이어짐…]
글쓴이는 시사평론가, <이수만 평전>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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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3/26 [11:1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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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통일 2011/03/26 [20:15] 수정 | 삭제
  • 진보로 정동영이 나와 있다 그는 싸이코로 보지 않는다 국민들이
    조금은 진정되고 듬직한 면을 보고 있다

    앞으로 대선 결선은 정동영 대 삼성장학생들간의 싸움이 될 것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