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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꿇은 MB, 누구에게 기도한 것인가?
[시론] 대통령의 기도는 은밀히 해야하지 홍보나 과시로 하면 안되는 것
 
이동연   기사입력  2011/03/16 [03:24]
특정종교가 주최한 행사장에서 일국의 대통령 MB가 무릎을 꿇었다. 이런 전대미문의 사태가 벌어진 후 무릎 꿇고 고개 숙인 MB의 사진은 갖가지 추측과 변론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다.

아마 이 사진은 대한민국 통치사나 세계 종교역사에도 주요한 자료로 기록될 것이다. 이유는 그 사진이 지닌 상징성 때문이다. 종교도 상징체계로 구축되어 있다.

그럼 왜 무릎꿇은 MB의 사진이 반발을 불러일으킬까? 상징 지향성의 차이 때문이다. 종교의 상징은 항시 ‘속俗’과 분리된 ‘성聖’을 지향한다. 이게 진실이든 아니든 일반인은 적어도 종교란 그러해주기를 기대한다. 사회의 한 구성요소로 종교의 역할은 일상의 가변적 가치기준에서 벗어나 비일상적이고 영구적 가치기준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 기대를 안고 사람들이 종교를 찾는 다.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이해타산적 세상에서 벗어나 잠시 모두가 평안하고 모두가 존중받으며 차별없는 낙원같은 경험을 누리고 싶어 한다.

신화의 세계에서 낙원은 비폭력과 사랑이 충만한 곳이다.

이런 낙원 향수nostalgia for paradise 때문에 세속사회는 종교가 청빈하고 희생적이며 모범적이라 믿으며 추종한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한국 종교의 다수는 물량적성장의 일환으로 ‘힘의 과시’를 노골화하고 있다. 여기에 환멸을 느낀 신자들이 무신론자로 돌아서고 있다.

성직자들이 퍼붓는 강론의 많은 부분이 내 종교, 내 모임에 천당 보내 주는 힘, 부자 되는 힘, 출세시켜주는 힘이 있음을 과시하며 신도 늘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처럼 성스러워야 할 종교가 속된 힘을 추구하면 할 수록 종교의 힘은 약화된다. 이는 한국뿐아니고 기독교 국가였던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 현상이며 이에 따라 지구적으로 무신론자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

2011년 국가 조찬기도회장에서 벌어진 대통령의 '무릎 기도해프닝'도 이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촉매가 되고 있다.

종교가 ‘성’을 추구하지 않고 ‘속’과 야합해 이룬 어떤 성과도 모래위에 지은 집처럼 무너지고 만다.

코엑스에서 무릎꿇은 MB의 모습도 국민들은 겸손히 신의 뜻을 받들려는 통치자로 받아들이질 않고 ‘힘을 추구’하는 세속화된 종교인의 모습으로 받아 들인다.

언제나 종교의 상징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고 지향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변화되거나 변질된다. 그 상징이 초자연적인 것의 실마리를 제공하면 긍적적으로 변화되고, 세속화를 자극하면 변질된다.

아마도 그날 행사를 주최한 측이나 MB는 겸손히 신에게 무릎꿇고 기도했다고 생각할수 있다. 그러나 국민대다수가 그날 MB의 무릎은 신이 아닌 특정종교단체에 항복했다고 받아 들이고 있다. 국민대대수와 장로대통령과 그 축근들사이에 왜 이런 인식의 괴리가 생겼을까? 아마도 MB가 종교는 ‘속’이 아닌 ‘성’을 지향해야한다는 점을 망각했거나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히 성서에도 ‘은밀한 기도’를 부탁했다.

예수는 유대 종교지도자들이 툭하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회당이나 큰 거리에 서서 나팔을 불듯이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말씀을 했다.

‘너는 기도 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

기도는 광고도 아니고 홍보도 아니고 자기과시도 아니다. 은밀히 보시는 신과의 내밀한 교통이다. 이런 기도라야 사심없이 ‘그 나라와 의’를 이루는 신령과 진정한 기도가 될 것이다.

카메라 팍팍 돌아가고 온 국민이 바라보는 코엑스의 열린광장에서 신령과 진정의 기도가 쉽게 나올까?

그런 기도란 형식적 의례에 그칠 가능성이 크고 이 때문에 다수의 국민들은 MB의 무릎기도를 종교의 ‘성’성이 결여되고 극히 세속화된 홍보성내지 교계 결집용 액션으로 추측하는 것이다.

* 필자는 생명창조의 시대로 접어든 인류 사회의 정신적 좌표와 인류의 상생을 위한 미래신화를 연구하며 방송 강의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가는 마음의 법칙] <삼별초>등의 저서를 집필하는 등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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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03/16 [03:24]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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