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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이 전·의경 폐지에 앞장서자
[김영호 칼럼] 차기 대선에선 전-의경 폐지 공약하는 후보에게 표 던지자
 
김영호
작년 12월 31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아들이 군대에서 너무도 억울하게 운명했습니다'란 글과 함께 아들의 일기장이 공개됐다. 의경인 아들을 경찰버스에 데려가 이유 없이 35분간 발로 밟았다, 보일러실로 끌고 가 몇시간씩 때리고 꼼짝 못하게 가뒀다. 잠을 재우지 않고 하루 종일 물 한 모금 못 마시게 했다, 방패로 머리에 내려쳤다…등등. 고참들의 끊임없는 구타와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아들이 급성 백혈병에 걸려 끝내 죽었다는 어느 의경 어머니의 호소였다.

그 아들은 2009년 5월 충남지방경찰청 기동중대에 배치되는 날부터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하다 7개월 만인 12월 백혈병으로 판정받았다. 그 뒤 병원에서 투병생활을 했지만 2010년 6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이 글은 인터넷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충남경찰청도 자체조사를 실시해 상습적 폭행이 사실로 확인됐다. 선임병 13명과 소속 중대장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그 후에도 전·의경이 자살하거나 탈영하는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1월 25일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한 의경이 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휴직상태에 있다 귀대를 앞두고 심적 부담이 커서 자살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 1월 23일 강원경찰청 307 전경대 소속 6명이 집단탈영했다. 이들은 PC방에 들러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전자우편을 통해 서울지방경찰청에 신고했다. 이 부대는 2005년 6월 알몸 신고식 사진이 인터넷에 유포되어 물의를 빚었고 그해 7월 전경 3명이 잇따라 탈영한 바 있다.

전·의경의 구타-자살사건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수십년간 사회적 물의를 빚을 때마다 폐지가 논의되어 왔다. 하지만 6월항쟁 이후에도 역대정권이 국민적 저항에 대항하는 방패로서 활용하려고 존치시켜 왔다. 전투경찰제도는 군사독재의 잔재다. 유신정권이 체제저항운동을 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만들었다. 군병력을 동원하려면 위수령 또는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 절차도 문제지만 정치적 부담이 크니까 이에 상응하는 병력을 경찰복으로 위장해 경찰서에 상주시켜 온 것이다.

1970년 전투경찰대설치법을 제정할 당시 주임무는 대간첩작전이었다. 1975년 경비업무가 추가됐고 1982년 의무경찰제도를 도입됐다. 전투경찰은 작전전투경찰과 의무전투경찰로 나눠진다. 전경은 국방부가 입대한 병력 중에서 추첨에 의해 배치한다. 의경은 경찰청과 국방부가 선발인원을 협의해서 경찰청이 지원을 받는다. 국방의무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하는 의무를 말한다. 그런데 전투경찰은 주로 시위-파업을 진압하는 데 동원된다. 이것은 국방의무가 아니다. 헌법위반이니까 당연히 폐지해야 한다.

그런데 6월항쟁 이후에도 역대정권이 전경을 정권수호의 도구로서 활용하고 있다. 시위-파업진압은 치안유지의 문제로서 경찰 본연의 임무이다. 그런데 정규경찰은 뒷전에 서있고 전투경찰을 전면에 배치한다. 시위-파업진압은 전문적 교육과 훈련을 받은 정규경찰이 맡아야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의경들은 언제 동원될지 몰라 늘 불안하다. 격렬한 몸싸움이 주는 긴장감-중압감이 야만적인 폭력막사를 연출하는 측면이 있다.

정규경찰은 정당한 보수를 받고 주 40시간 근무제에 따라 3교대로 근무한다. 그런데 전투경찰은 경찰이라지만 사실상 무보수이며 군인처럼 막사에서 24시간 기숙한다. 사역은 예사이고 경찰서 청소부, 간부 운전사 노릇도 시킨다. 인권유린은 다반사이고 폭력이 난무한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의 노동력을 강제로 착취하는 행위다. 도대체 누구와 전투를 벌인다고 전투경찰제를 존치하면서 민주국가를 운위하는가?

불량정권 일수록 전경을 방호벽 삼아 그 뒤에서 숨어서 국민의 뜻을 우롱하고 국민을 짓밟아 왔다. 어느 어머니의 용기가 인터넷에 호소하지 않았다면 억울한 죽음은 파묻혔을 것이다. 이제 어머니들이 나서자. 러시아에는 '병사의 어머니들'이라는 모임이 있다. 이 단체는 군대 간 아들을 둔 어머니들이 결성한 전국적 조직이다. 구소련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많은 전사자가 나나 가족에게 알리지 않아 자식들의 생사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들이 뭉쳐 군부에 조직적으로 대항하고 나섰다. 그 후에는 체첸 전쟁의 실상을 국민에게 알렸다.

인권의 사각지대인 전·의경은 외부의 감시가 차단된 성역으로 굳어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전-의경 폐지를 공약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운동을 펴자.





언론광장 공동대표
<건달정치 개혁실패>, <경제민주화시대 대통령> 등의 저자  
본지 고문  













 
기사입력: 2011/02/12 [04:03]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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