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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81%, 복지 위해 '부유세' 도입 찬성
'복지 증세론' 지지 53.1%‥차기 대선 주요 이슈 급부상
 
취재부
세금폭탄? 국민은 비웃는다
 
우리 국민 81.3%가 "복지 확대를 위해 최상위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유세 도입을 반대하는 국민은 18.1%에 불과했다.
 
특히 월소득 401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조차 80.8%가 부유세 도입에 찬성했다.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2~23일 19살 이상 전국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5%p)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지난 20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공동으로 '복지는 세금이다'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부유세와 사회복지목적세 도입 등 보편적 복지를 위한 '부자증세'를 주장했다.     ©대자보 박진철

한나라당은 물론 야당인 민주당 주류마저 세금 폭탄론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두려워해 부유세 도입에 반대하는 것과 실제 민심은 정반대라는 게 확인된 것이다. 국민 대부분은 복지 향상을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내도록 해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또 세금을 더 내더라도 복지 수준을 지금보다 더 늘리자는 '증세론'에 대해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금을 더 내더라도 복지 수준을 지금보다 더 늘리자'는 의견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53.1%에 이르렀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45.9%)보다 7.2%포인트 높았다.
 
연령별로는 경제활동의 주축인 40대가 복지를 위한 증세에 대해 찬성 50.6%, 반대 48.9%로 팽팽했다. 소득별로는 월 401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59.4%가 증세에 찬성, 반대 40.6%보다 훨씬 많아 눈길을 끌었다. 오히려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서 복지를 위한 증세에 반대 의견(60.0%)이 찬성(38.4%)보다 월등히 높았다.
 
저소득층은 '세금 더 내면 못 산다'는 정서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엔 세금이 늘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지면 증세 쪽 여론이 늘어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증세가 아닌 '부자증세'란 설명이 대중들에겐 더 설득력 있는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자증세'가 더 설득력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복지 수준을 두고선 "부족하다"는 응답이 59.1%에 이르러 "적당하다"는 응답(32.6%)의 두 배에 달했다. "과도하다"는 응답은 6.7%에 불과했다.
 
그러나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다소 혼선을 보였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보편복지론이 30.3%에 그친 데 비해, "가난한 사람이나 취약계층만 선별해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선별복지론은 68.7%로 나타났다. 반면 보편적 복지의 하나인 초중고생 모두에 대한 무상급식 제공에 대해선 찬성 55.9%, 반대 43.6%로 찬성이 더 높았다.
 
일반적인 항목에선 선별복지론이 높았지만 구체적인 항목에선 보편복지론이 우세하게 나온 것이다. 이는 복지의 구체적 쟁점들이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은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우리 국민이 복지 확대에 대해 강한 열망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복지와 관련된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않음을 동시에 보여준 것이다.
 
다음 대통령선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사 중에도 '복지 갈증'이 주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정책'의 우선순위를 꼽는 질문에서 경제정책(53.4%)에 이어 복지정책이 19.3%로 2위를 차지했다. 두 가지를 꼽아달라는 요청에 1, 2순위를 합하면 경제정책(74.2%), 복지정책(48.4%), 지역균형발전(23.4%), 대북정책(20.9%) 순서였다.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급식·의료·보육 등 무상복지 시리즈에 대해선, 응답자의 60.7%가 '관심이 간다'고 답한 반면, '관심 가지 않는다'는 38.6%에 그쳐 무상복지 논쟁이 일단 흥행에는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고무된 정동영·조승수, "부자증세 없는 보편적 복지는 거짓"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는 당장 정치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부유세 도입 등 부자증세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의 주장에 더욱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증세 문제로 첨예하게 당내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민주당의 진로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늘 보도된 한겨레 여론조사 결과에 고무된듯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5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 부유세 반대론자들을 향해 "민주당은 정면으로 정공법을 선택하는 것이 국민들께 신뢰를 받는 길이지, MB 정부가 날치기한 예산 309조를 이리저리 짜맞추고 쥐어짜도 그것을 가지고 복지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정 최고위원은 "부자 감세 철회, 비과세 감면 등으로 몇 조 절약하는 것으로는 선택적 복지, 선별적 복지,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70% 복지국가를 만드는 것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출구조 개선을 통해서 보편적 복지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진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꽤뚫어 보기 때문에 상위 1%의 부자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처럼 신자유주의·시장만능 국가의 길로 계속 제 2, 제3의 MB 정부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보편적 복지국가·역동적 복지국가의 길로 갈 것이냐 하는 양단 간의 선택을 놓고 국민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정직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정동영 "복지기획단 증세 반대론자 일색"‥손학규 체제 복지관 정면 비판
 
정 최고위원은 또 당내 '보편적 복지 재원조달방안 기획단(재원 TF)' 구성원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정 최고위원은 "재원 TF를 부랴부랴 만들었는데, 여기에 거의 대부분 관료 출신, 정부에서 일하신 분들이 다 포함이 되어 있는데 이 분들은 하나같이 다 증세 반대론자"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재원 TF에 뭔가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이렇게 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당내에 이러저러한 목소리를 다양하게 담아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해, 손학규 대표·정세균 최고위원과 관료 출신 보수 성향 의원 등 당내 증세 반대론자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정 최고위원은 "보편적 복지는 시대정신"이라며 "민주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는 첫번째로 정체성을 확실하게 정립해야 한다"고 지적, 손 대표측의 애매모호한 정체성을 문제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손학규 대표는 어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희는 재정지출 구조의 개혁과 부자감세 철회, 비과세 감면 축소 등을 통해 충분히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해 부유세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정동영 최고위원은 "당의 명운이 걸린 노선과 이념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부분을 주인에게 물어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며 "복지국가특별위를 제대로 구성해 재원문제를 비롯 쟁점 사항을 넓고 길게 토론하고, 당의 주인인 당원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이에 따라 대권주자 간에 보편적 복지를 위한 증세 찬반을 둘러싸고 치열한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세 논쟁은 차기 대권주자들의 대권 전략과도 연계돼 있어 어느 한쪽이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유세에 대한 대중들의 여론 흐름과 증세 논쟁의 향배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기사입력: 2011/01/25 [15:17]  최종편집: ⓒ 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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